△ 한국관 개관식에 모인 관람객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진 제공>
세계 현대미술 경연장 '베니스 비엔날레' 막 올랐다
김아영·남화연·임흥순, 본전시 작품 발표
(베네치아=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세계 최고(最古)의 현대미술 축제인 '베니스 비엔날레'가 9일 (현지시간) 공식 개막에 앞서 6일부터 시작된 언론공개와 한국관을 포함한 국가관 시사회 등으로 사실상 6개월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56회째를 맞은 올해에는 처음으로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출신인 오쿠이 엔위저(51)가 총감독을 맡았다.
엔위저는 국제전(본전시) 주제를 '모든 세계의 미래'(All the World's Futures)로 제시했다.
이번 비엔날레는 사회의 급진적 변화, 세상의 다양성과 불확실성, 세상을 둘러싼 여러 역학구조와 그 내재된 관계들에 대한 예술가들의 아이디어를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준다.
엔위저는 지속적인 생동감, 여러 형태가 존재하는 무질서, 자본론 읽기 등 여러 층위가 교차하는 모습으로 전시가 진행된다고 부연했다.
19세기 조선소 자리인 아르세날레에 위치한 국제전(본전시) 장소에는 53개국 136명이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 제작한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장 입구를 지나면 가나 출신의 이브라힘 마하마가 석탄 포대, 로프 등으로 만든 설치작품 '아웃 오브 바운즈'(Out of bounds)가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
본전시에는 6년 만에 초청받은 한국 작가 3명을 포함해 89명이 처음으로 참여한다.
김아영(36)은 중동에 근로자로 파견됐던 아버지의 기록을 바탕으로 물질이자 에너지원인 석유와 이를 둘러싼 국제외교 등을 다룬 작품 '제페트, 그 공중정원의 고래기름을 드립니다, 셸3'를 설치·퍼포먼스로 발표했다.
김아영은 "석유파동이 한국경제에 미친 영향, 석유 자본주의 등에 대해 고찰했다"며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해 만든 음악, 텍스트 등으로 작품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7명의 현지 보이스 퍼포머와 지휘자가 16분 정도의 분량으로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남화연(36)은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튤립 파동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영상작품 '욕망의 식물학'을 출품했다.
튤립의 미래를 보고 투자한 당시 사람들의 욕망을 현시대의 주식 중개 실황 등과 연계해 표현했다고 한다.
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에서 촬영한 임흥순(46)은 아시아 여성 문제를 소재로 한 95분 분량의 영화작품 '위로공단'을 전시장에서 보기 드물게 보여줬다.
공장 근로자, 이주 노동자들을 인터뷰했다는 임흥순은 오랜 시간 봉제공장에서 근무한 어머니와 자신을 지원해준 가족에게 고마움을 전하고자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40년 넘게 봉제공장 '시다' 생활을 해 오신 어머니와 백화점 의류매장, 냉동식품 매장에서 일해온 여동생의 삶으로부터 영감 받은 작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르세날레와 자르디니에 있는 국가관 등에서 자국 커미셔너가 현대미술 경향을 보여주는 전시에는 올해 89개국이 참가했다.
그레나다, 모리셔스, 몽골, 모잠비크 등이 신규 참가했다.
자르디니에 연면적 242.6㎡ 정도의 아담한 규모로 일본관과 독일관 사이에 자리 잡은 한국관은 1969년생 이숙경이 커미셔너를 맡고 역시 동갑내기인 문경원, 전준호 작가의 '축지법과 비행술'(The Ways of Folding Space & Flying)을 선보였다.
배우 임수정이 출연한 이 작품은 유리로 된 한국관의 구조적 특성을 살려 전시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7개 채널 영상설치작이다.
올해는 1995년 27번째로 독립된 국가관을 갖게 된 한국관 창설 20주년을 맞아 의미가 남다르다.
이숙경 커미셔너는 이번 작품은 "한국관 건물 자체를 배경으로 한 점이 특징"이라며 "자르디니 공원의 아름다운 풍경과 한국관을 잘 살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한국관에는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영국 일간 가디언과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 취재진 등이 다녀갔다고 이 커미셔너는 전했다.
미국관에선 조앤 조나스가 '그들은 말없이 우리에게 온다'라는 주제의 작품을 선보여 독특한 영상과 삶에 대한 철학을 보여줬다.
독일관에선 '공장'을 주제로 전시물품만 60t에 이르는 대형 전시를 구성했다.
일본관에서는 치하루 시오타가 실과 열쇠, 보트로 구성한 '손에 쥔 열쇠'라는 제목의 작품을 소개했다.
프랑스는 나무를 뿌리째로 전시하는 모습을 보여 호기심을 자극했고, 영국관에선 성에 대한 고정관념 등을 다뤄온 사라 루카스가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는 작품을 설치했다.
비엔날레 개최 기간 한국 작가들의 다양한 전시가 어느 해보다 풍성하게 이어진다.
베니스 비엔날레 재단이 승인한 병행전시로는 국제갤러리가 후원하는 단색화전, 상하이 히말라야 뮤지엄 주최의 이매리 작가 전시, 한국작가 10명이 포함된 나인드래곤헤즈의 전시가 잡혀있다.
이밖에 독립 큐레이터 김승민이 기획한 전시가 예정돼있고 작가 이이남, 한호, 남홍, 박병춘, 전광영 등이 그룹전이나 초대전의 형태로 베네치아에서 전시를 보여줄 계획이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11월22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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