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하나뿐인 작품이 되다
전시 불리한 유리창에 곡면 LED…'축지법과 비행술' 공개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5-07 08:27:01
△ 건물과 건축적 특성을 작품 배경으로 활용한 '축지법과 비행술' 작품. 관람객이 외부에서 영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진 제공>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하나뿐인 작품이 되다
전시 불리한 유리창에 곡면 LED…'축지법과 비행술' 공개
(베네치아=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은 직각형이 아닌 곡선형의 벽 구조에 사방이 유리창으로 둘러싸여 있다.
자연광이 들어와 전시 기획자들 사이에선 악명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한국관 전시 기획을 맡은 이숙경(46) 커미셔너는 이런 구조를 작품 배경으로 삼아 오히려 "한국관의 건축적 특성을 잘 살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6일(현지시간) 공개된 1969년생 동갑내기 문경원, 전준호 작가의 '축지법과 비행술'(The Ways of Folding Space & Flying)은 한국관 구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7개채널 영상을 공간에 자연스럽게 설치했다.
9일 공식 개막에 앞서 이날 많은 국가관이 자국 작품을 공개했지만 한국관은 외부에서 관람객이 영상을 볼 수 있도록 설치해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이숙경 커미셔너는 "한국관 자체가 작품의 일부"라며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가 실험실에서 일과를 보내는 모습을 비춘 이 작품에서 실험실은 한국관이 전환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영상설치 작품은 보통 내부에 스크린을 설치하지만, 이번 작품은 외부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2개의 고화질 LED 스크린이 설치됐다.
배우 임수정이 출연한 이 작품에선 등장인물이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장면이 나온다.
임수정은 2012년 독일 카셀 도큐멘타에서 출품된 두 작가의 '뉴스 프롬 노웨어'(News from Nowhere) 프로젝트에도 출연한 적이 있다.
자르디니의 자연경관을 실제와 영상 속에서 모두 볼 수 있도록 작품을 구성한 것이다.
작품은 인류의 모든 기억을 머리 속에 내재하고 있지만 실험실에서 정해진 일상을 살다가 어느 날 기계적 오류로 자신이 위치한 시점과 장소를 깨닫는다는 내용이다.
이 커미셔너는 "머리 위에 반짝이는 '바이오 라이트'(Bio Light)를 단 등장인물은 남의 기억마저 자신의 머릿속으로 이식할 수 있는 존재"라며 "이러한 일은 실제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일어나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과거와 미래를 통해 이야기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1986년 첫 참가 후 전시관이 없어 이탈리아관의 작은 공간을 배정받아 참가하던 중 1995년 27번째로 독립된 국가관을 갖게 됐다.
전시작은 이를 기념해 한국관의 과거, 현재, 미래뿐 아니라 국가관이라는 경계 너머 베니스 비엔날레의 역사적 서사를 10분30초 분량에 담았다.
작품은 종말적 재앙 이후 물의 도시인 베니스를 비롯해 육지 대부분이 물속에 잠겼지만, 여러 국가관 중 비교적 높은 지형에 있는 한국관이 인류 문명의 마지막 보루로 부표처럼 떠돈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작품은 현대미술의 틀에 대한 진단과 재성찰의 계기를 제공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문경원 작가는 이번 작품에 대해 영국의 저명한 비평가인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가 세계적 아티스트백남준 선생이 이 작품을 좋아하겠다고 말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전준호 작가는 "등장인물은 예술의 흔적이 없는 베네치아에서 아키비스트로 일하는 인물"이라며 "그가 바라보는 바깥 풍경은 전시가 없는 텅 빈 자르디니의 풍경"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국관에는 프리뷰를 위해 관람객이 길게 줄을 선 모습도 보였다.
이탈리아 국적의 리사 코르바는 "친구와 함께 관심있게 보며 이런 일이 곧 미래에 일어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눴다"며 "한국관에서 제작한 주황색 에코 백이 인기라는데, 어디에서 구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영국의 아트리뷰, 이탈리아 주요일간지 꼬리에 델라 세라 등에 개막 이전부터 주목할 만한 전시로 소개됐으며 영국과 프랑스 일간지, 독일 방송사 등의 인터뷰가 이어졌다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전했다.
미국 뉴뮤지엄의 마시밀리아노 지오니 부관장, 파리 팔레드 도쿄 디렉터인 장 드 루아지, 홍콩 M+ 관장 라스 니트베 등 국제 미술계 인사들도 한국관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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