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 US오픈골프 출전권…예선 경쟁률 500대1>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5-05 07:09:00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한 골프 영화 '틴컵'에서 주인공 로리 맥보이는 시골 골프장에서 그저 그런 레슨 코치로 살아가다 여주인공 몰리의 마음을 얻으려 US오픈골프대회에 출전한다.
영화는 로리가 US오픈골프대회에서 우승 문턱까지 갔다가 좌절하면서 보여준 객기와 투지 등을 극적으로 그렸지만 로리가 어떤 과정을 거쳐 US오픈골프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는지는 대충 넘어갔다.
로리 같은 골퍼가 US오픈골프대회에 출전하려면 그야말로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한다.
골프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영향력을 가졌다는 미국골프협회(USGA)가 여는 US오픈골프대회는 '오픈' 대회라는 명칭에 걸맞게 누구에게나 출전 기회를 준다.
USGA 공식 핸디캡이 1.4 이하라면 나이, 신분, 국적을 따지지 않고 출전할 자격을 준다.
올해 6월19일(이하 현지시간)부터 21일까지 미국 워싱턴주 유니버시티플레이스의 챔버스베이 골프장에서 열리는 제115회 US오픈골프대회 본선 출전권자는 156명이다.
USGA가 기회는 주지만 실제 이 기회를 현실로 바꾸는 골퍼는 156명 뿐이라는 뜻이다.
156명의 출전 선수 명단에 들어가는 방법은 여러가지지만 로리 같은 무명 골퍼가 선택할 방법은 한가지뿐이다. 예선을 거치는 방법이다.
US오픈골프 예선은 지역 예선(1차)과 광역 예선(2차)으로 나뉜다.
로리는 아마 지역 예선을 거쳐 광역 예선을 통과해 본선 출전권을 따냈을 것이다.
올해 US오픈골프 예선 출전자는 무려 9천882명이다. 지난해 1만127명보다 조금 줄었지만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신청자가 몰렸다.
지난해 지역 예선과 광역 예선을 거쳐 본선에 출전한 선수는 24명이었다.
올해도 본선 출전권은 작년 수준이 될 전망이다. 경쟁률이 500대1이 넘는 셈이다.
9천882명의 예선 출전자는 4일부터 21일까지 미국 본토 111개 골프장에서 열리는 지역 예선이라는 1차 관문을 넘어야 한다. 111개 골프장에서 열리는 이유는 가능하면 참가자들이 거주지에서 가까운 골프장에서 예선 대회를 치르도록 배려했기 때문이다.
1차 예선은 18홀 스트로크플레이 방식이며 각 지역 예선마다 한두 명만 광역 예선 출전권을 받을 수 있다.
2차 관문인 광역 예선은 미국 본토 대회와 해외 대회로 나뉜다.
현지 시각으로 5월25일 영국 런던 월턴히스 골프장과 일본 오카야마 기노조 골프장 등 두 군데에서 열리는 해외 예선 대회는 유럽과 일본 투어 프로 선수들이 주로 참가한다. 해외 예선은 2005년부터 시작됐다.
영화 '틴컵'의 주인공 로리처럼 1차 예선을 거친 '미생'들은 6월8일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조지아, 메릴랜드, 뉴욕, 오하이오, 테네시, 텍사스, 워싱턴주 등 9개주 10개 골프장에서 일제히 열리는 광역 예선 대회에서 36홀 스트로크플레이를 통해 본선 진출자를 가린다.
36홀을 하루에 다 돌아야 하기에 체력도 변수가 된다.
게다가 광역 예선에는 지역 예선 면제 혜택을 받은 현역 투어 프로 선수들도 출전하기 때문에 1차 예선을 거친 출전자들에게는 힘겨운 싸움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험난한 과정을 헤치고 본선에 올라온 선수가 우승할 가능성은 작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지난 114차례 대회에서 1, 2차 예선을 거친 챔피언이 2명이나 탄생했다. 하지만 그들은 영화 속 '로리'처럼 시골뜨기는 아니었다.
1964년 대회 우승자 켄 벤추리는 이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10승이나 올린 정상급 선수였다.
1961년 자동차 사고로 다친 이후 슬럼프에 빠졌던 그는 1, 2차 예선을 모두 거쳐 출전한 US오픈골프에서 정상에 올라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그해 2차례 우승을 더 차지한 벤추리는 1966년 PGA 투어 14번째 우승컵을 거머쥔 뒤 이듬해 은퇴했다.
골프 해설자로 변신한 벤추리는 영화 '틴컵'에 US오픈골프대회 중계방송 해설자로 출연하기도 했다.
1969년 우승자 무디 역시 PGA 투어 선수였다. 주한 미군으로 복무하면서 한국오픈에 출전해 1, 2, 3회 3년 연속 우승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무디는 1967년 프로가 됐지만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어렵사리 출전한 US오픈골프대회에서 우승한 게 유일한 PGA 투어 우승 기록이다.
무디 이후 1, 2차 예선을 모두 거친 선수가 우승한 사례는 아직 없다.
2009년 광역 예선을 치러 본선에 합류한 루카스 글로버가 정상에 오른 게 '사건'으로 꼽힌다.
156명 가운데 대부분은 정상급 프로 선수의 몫이다.
이미 USGA는 49명의 선수에 대해서는 본선 출전권을 확정했다.
확정된 본선 출전 선수 49명은 ▲ 최근 10년간 US오픈 우승자 ▲ 최근 5년간 마스터스 우승자 ▲ 최근 5년간 브리티시오픈 우승자 ▲ 최근 5년간 PGA챔피언십 우승자 ▲ 최근 3년간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자 ▲작년 미국시니어골프선수권대회 우승자 ▲ 작년 US오픈 공동10위 이내 입상자 ▲작년 PGA 투어 챔피언십 출전 선수 등이다. 이런 조건 가운데 하나라도 갖췄다면 자동으로 출전권이 부여된다. 물론 한 선수가 여러가지 조건을 충족시킨 경우도 많다.
아직 본선 출전권을 받지 못한 선수가 오는 11일 끝나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나 25일 막을 내리는 유럽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본선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다.
USGA는 오는 25일 세계랭킹 60위 이내에 든 선수들에게 본선 출전권을 부여한다. 이때 세계랭킹 60위 이내에 들지 못해도 다음 달 15일 발표하는 세계랭킹에서 60위 이내에 진입하면 본선 출전권을 거머쥘 수 있다.
5월25일 세계랭킹에서 61위에 턱걸이했다면 6월16일까지 부지런히 세계랭킹을 끌어올리면 된다.
웬만큼 이름난 정상급 투어 선수들은 다 이런 자격으로 출전권을 손에 넣는다.
또 ▲ 작년 미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우승자와 준우승자 ▲ 작년 영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우승자 ▲ 작년 세계아마추어골프 랭킹 1위 등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도 본선 출전권을 준다. 다만 이들은 대회가 열릴 때까지 아마추어 신분을 유지해야 한다.
캘리포니아주립 샌디에이고대학에 유학 중인 양건(21)은 작년 미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우승자 자격으로 출전권을 받았다.
양건에 이어 미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코리 코너스는 최근 프로 선수로 전향해 US오픈 본선 출전권은 받지 못했다.
영국아마추어선수권자 브래들리 닐과 작년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 선수 올리버 슈니데얀스는 양건과 함께 US오픈 본선에 나선다.
USGA에 따르면 올해 예선 참가 신청자는 미국 50개주와 워싱턴 D.C 그리고 푸에르토리코 등 미국 영토 52개 지역은 물론 세계 63개국에서 몰려들었다.
지난 4월29일 오후 5시에 마감한 온라인 참가 신청에서 조시 윌리어모스키(30)는 마감 21초 전에 참가 신청서를 접수했다.
델라웨어대학 골프 선수 출신으로 몇 년 동안 미니투어를 전전하다 골프를 접고 메릴랜드주 베테스다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다는 그는 US오픈 출전을 고심하다 고객과 상담 중에 사무실을 박차고 나와 컴퓨터에서 참가 신청서 접수 단추를 눌렀다고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한편 한국골프협회가 주관하는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한국오픈도 예선을 치른다.
1차 예선에는 200여명이 참가해 40∼50여명이 2차 예선에 진출하며 2차 예선에서 100명이 겨뤄 8∼12명가량이 본선 무대를 밟는다. 투어 프로 선수들은 대개 1차 예선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2차 예선에 출전하는 것은 US오픈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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