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문가 "아베 연설은 역사인식 비판 무마용"
"침략전쟁·식민지배 인정 없는 반성은 속임수"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4-30 20:14:21
△ 오타 오사무 교수(연합뉴스DB)
일본 전문가 "아베 연설은 역사인식 비판 무마용"
"침략전쟁·식민지배 인정 없는 반성은 속임수"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아베 총리가 29일(현지시간)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통절한 반성'(deep remorse) 등의 표현을 쓴 것은 자신의 역사 인식에 대한 비판을 무마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일본에서 나왔다.
한·일 관계나 무라야마(村山)담화 등에 밝은 일본의 전문가들은 30일 연합뉴스와한 전화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의 연설이 한국보다는 미국을 의식한 것이며 그간 내비친 자신의 역사 인식을 바꾸거나 과거사에 관해 전향적인 태도를 표명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일 청구권 문제 전문가인 오타 오사무(太田修) 일본 도시샤(同志社)대 교수는 "아베 총리의 연설에는 역사 문제에 관한 미국의 압력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긍정적으로 평가할 실질적인 사안이 없다"고 진단했다.
오타 교수는 미국이 그간 아시아 국가와의 마찰을 줄이도록 일본에 요구해 온 사실을 거론하며 "(반성 등의 표현이 담긴) 발언을 함으로써 미국이나 세계에서 대두하는 '아베 총리는 역사 수정주의자'라는 비판을 어느 정도 억누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겠냐"고 의구심을 표명했다.
그는 아베 정권이 결국에는 고노(河野)담화를 계승한다고 말했으나 실질적으로는 부정하는 움직임을 보였고 최근 한국 법원이 내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을 비판하는 등 "실제 정치 내용을 보면 과거 청산을 좋은 방향으로 진행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얘기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또 "아베 총리의 발언은 매우 공허하게 울린다"며 올해 8월 발표될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에 '식민지 지배와 침략', '반성', '사죄' 등의 표현이 들어가는지도 관심 사항이지만 '아베 정치'의 실질적인 내용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일본 내 한반도 문제 권위자인 오코노기 마사오(69·小此木政夫) 게이오(慶應)대 명예교수는 아베 총리가 "역사 문제를 가능한 한 큰 문제로 만들고 싶지 않으므로 잘 궁리해서 자신의 논리를 훼손하지 않는 표현으로 해결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일본 입장에서는 자국 총리가 미국 의회에서 연설하는 기회에 제2차 대전에 관한 반성을 표명한 것이라고 이번 연설의 성격을 규정할 수 있으며 일본의 대미 외교라는 관점에서는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인이 현 단계에서는 아베 총리에게 사죄를 요구하는 상황이 아니며 바탄(필리핀 루손섬 남부)을 비롯해 전쟁 중 격전지의 이름까지 거론한 연설에 "미국인은 만족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에 아베 총리가 표명한 역사 인식에 관해 "한국은 미국과 달리 납득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전후 70년 담화에서 '무라야마담화를 계승하므로 굳이 반복해 얘기하지 않는다'는 식의 변명이 수용될지는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무라야마담화를 계승·발전시키는 모임' 후지타 다카카게(藤田高景) 이사장은 아베 총리의 연설이 궤변에 가깝다고 혹평했다.
그는 "어떻게든 미국이 화를 내지 않게 하려고 침략과 식민지배를 절대 말하지 않는다는 결의를 기본으로 하되 본질을 감춘 상태로 무라야마 담화의 일부를 넣었다"며 "비열한 정권 연명의 연설"이라고 말했다.
후지타 이사장은 "아베 총리는 일본의 전쟁이 침략이고 식민지 지배라는 것을 인정한 적은 한 번도 없으며 본질을 얼버무린 채로 반성한다고 한다"며 "반성해야 할 대상이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라는 것을 절대 인정하지 않았으므로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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