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긴장 고조 볼티모어…"흑인 목숨도 중요하다"

폭동 중심지 펜노스역 사거리에 시위대 집결…주방위군 장갑차 외곽 배치
5월2일 대규모 집회 예고 장기화 가능성 농후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4-30 11:46:51

△ (볼티모어 AP=연합뉴스) 경찰 구금중 숨진 프레디 그레이의 사망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29일(현지시간)에도 볼티모어 등지에서 이어졌다. 수백명의 시위자들은 신속한 정의 실현을 요구하며 시내를 행진했다.

긴장 고조 볼티모어…"흑인 목숨도 중요하다"

폭동 중심지 펜노스역 사거리에 시위대 집결…주방위군 장갑차 외곽 배치

5월2일 대규모 집회 예고 장기화 가능성 농후



(볼티모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29일 오후 미국 동부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 시 서쪽 펜노스 지하철역 사거리.

경찰에 의해 구금 상태에 있던 중 척추 손상으로 목숨을 잃은 25세 흑인 청년 프레디 그레이의 사망으로 발생한 볼티모어 폭동의 진원지인 이곳은 어둠이 깔리면서 다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폭동을 막기 위한 당국의 야간 통행금지에도, 곳곳에서 피켓을 든 흑인들을 비롯한 시위 군중이 모여들기 시작하자 주 방위군과 경찰 등 진압 병력들도 사거리 외곽을 에워싸고 폭동 재발에 대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주 방위군의 흰 장갑차 여러 대가 사거리 주변에 배치됐고, 헬기 한 대가 도시 상공을 배회했다.

이날 낮 수천 명의 시위자들이 도심 시청 앞에 모여 평화적 시위를 벌였지만, 경찰이 이번 주 그레이의 사망원인에 대한 조사를 마치더라도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오후에 나오면서 공기는 다시 험악해졌다.

CNN 등 미국 언론은 이날 밤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하고 있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이날 시위자들도 오후 10시 야간통행 금지를 준수해야 하며 약탈에 관용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어둠이 깔리자 여기저기서 군중이 다시 모여들고 있다.

펜노스역 사거리에 위치한 한 편의점 외벽은 이틀 전 도시를 화염에 휩싸이게 한 방화로 검게 그을린 흔적이 선명했다.

거리에서 만난 흑인들은 저마다 '정의를 원한다'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 '경찰의 잔혹함을 규탄한다'는 피켓을 들고 있거나 구호를 외치며 흑인에 대한 경찰당국의 대응을 규탄했다.

멜리체바즈라는 43세의 흑인 남성은 현장을 찾은 연합뉴스 기자에게 "제2의 프레디 그레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레고리 굴슨이라는 34세의 흑인 남성도 "이런 일이 생겨 슬프다"며 "폭력 사태는 부당함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었다. 사태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패밀리 데이비스라는 20대 후반의 대학원생 여성도 "프레디 그레이와 그의 가족들을 위해 나왔다. 함께 하고자 나왔다. SNS가 없었으면 이번 사건도 묻혔을 것이다. 수백 수천 명의 프레디 그레이가 지금도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현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경찰의 잔학함에 대항하고 볼티모어의 고통을 함께하는 대규모 집회'라는 제목으로, 다음 달 2일 정오에 시청 앞에서 항의시위를 한다는 내용의 전단지가 길거리 곳곳에 뿌려져 있었다.

한인들은 이날 오후 볼티모어 외곽 컬럼비아 지역에 모여 긴장 속에 대책회의를 거듭했다.

메릴랜드 주 한인식품주류연합회 최광희 전 회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처음보다는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계속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약탈로 빌딩 30곳이 약탈 또는 방화 됐고 250명이 체포된 것으로 당국은 집계했다.

현지 한인 피해도 불어나고 있다. 메릴랜드 식료품연합회에 따르면 식료품과 주류판매점을 중심으로 한인업소 30여 곳이 크고 작은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또 한인 3∼4명 정도가 다쳤다. 한 명은 폭도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병으로 맞아 크게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폭동 사흘째인 이날 현재 총 270명이 약탈 등과 관련돼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진압 경찰 20여 명이 돌에 맞아 병원에 후송됐다. 로레타 린치 신임 법무장관은 이번 폭동에 대해 "무분별한 폭력"이라며 강력한 대처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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