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총선 양당제 균열…스코틀랜드독립당 부상
SNP, 새 정부 구성 열쇠 쥘 듯…보수당·노동당은 견제
스터전 당수 "영국 의회 지배할 것"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4-29 09:00:33
영국총선 양당제 균열…스코틀랜드독립당 부상
SNP, 새 정부 구성 열쇠 쥘 듯…보수당·노동당은 견제
스터전 당수 "영국 의회 지배할 것"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2010년 영국 총선에서 65년 만에 보수당과 노동당 어느 한 쪽도 의회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이번 총선에서도 이변이 재현될 전망이다.
영국은 1850년대 이래 양당제 전통이 유지돼왔다. 선거구에서 최다득표자를 선출하는 승자독식 투표제도가 의회 과반 의석을 확보한 강력한 단일 정부 출범을 뒷받침해왔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불어닥친 경기 침체 속에서 독립적인 의제를 내건 소수 세력이 기존 정치권에 대한 염증을 파고들면서 양당제도의 균열을 키우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1위를 차지한 보수당은 3위인 자유민주당을 끌어들여 정부를 출범시킬 수 있었다.
마이클 트래셔 플리머스대 교수는 "지난 총선에서 유권자 90% 이상이 주요 3개 정당을 지지했지만, 현재 여론조사들은 유권자 4분의 3 정도만 기존 정당들을 지지할 것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 스코틀랜드독립당(SNP) 새 정부 구성 열쇠 쥘 듯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들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스코틀랜드독립당(SNP)이 노동당 텃밭이었던 스코틀랜드 지역을 거의 싹쓸이하면서 제3당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지난해 스코틀랜드 독립을 묻는 주민투표로 전 세계 시선을 사로잡았던 SNP가 주민투표에선 승리하지 못했지만, 자치권 확대라는 선물을 따내면서 스코틀랜드 표심을 얻었다.
스코틀랜드 독립을 추구하는 SNP가 독립에 반대한 영국 하원에 의미 있는 자리를 잡을 뿐만 아니라 새 정부 구성의 열쇠를 쥘 태세인 셈이다.
보수당과 노동당 간 견제와 암묵적 협력 속에서 균형을 유지해온 영국 의회로선 낯선 제3 세력을 맞는 것이다.
니콜라 스터전(44) SNP 당수는 "스코틀랜드에 대한 자치권 확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주민들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중앙정부와 각을 세웠다.
사실 스터전 당수는 알렉스 새먼드 SNP 당수 겸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장이 주민투표 실패의 책임을 지고 퇴진하기 전까지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은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총선전이 본격 시작되고 7개 정당 대표들이 참여한 공동 TV토론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일각에서 "토론을 가장 잘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후 SNP가 보수당과 노동당의 부진으로 새 정부 구성의 열쇠를 쥘 것이라는 예상들이 나오면서 단숨에 데이비드 캐머런(48) 총리 및 에드 밀리밴드(45) 노동당 당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정치인으로 급부상했다.
스터전은 일찌감치 보수당과의 연대를 배제하고 노동당과의 연계를 모색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러나 캐스팅 보트를 활용해 중앙정치 무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그의 계획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SNP와 연대와 관련해 모호한 태도를 보여온 밀리밴드 노동당 당수가 "SNP와 연정도, 정책연대도, 어떠한 거래도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스터전은 "보수당과 노동당이 국민이 바라는 다당제를 받아들이는 대신 자신들만이 웨스트민스터(영국 의회)를 지배할 권한이 있다는 생각을 붙잡고 있다"고 비난했다.
양대 정당제 틀을 흔드는 SNP 도전을 견제하는 심리가 웨스트민스터에 작동하고 있음을 주장한 것이다.
그럼에도, 소수 정부가 출범한다면 "나는 웨스트민스터를 지배할 것"이라며 의욕을 감추지 않고 있다.
글래스고 대학을 나와 변호사로 활동하다 SNP에 입당한 그녀는 1999년 스코틀랜드의회에 처음 입성하면서 정치인의 길에 들어섰다.
2004년 SNP 당수에 도전했다가 출마를 철회하고 새먼드를 지지해 SNP 2인자로서 자리매김했다.
전기공의 딸인 그녀는 2010년 SNP 고위당직자인 남편과 결혼했다. 니트옷과 하이힐을 즐기는 그녀의 옷차림을 놓고 '스터전 패션' 분석기사들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 에드 밀리밴드 차기 총리?
현재 여론조사대로라면 밀리밴드 노동당 당수가 차기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작지 않다.
밀리밴드는 2010년 당권 경쟁에서 4살 형 데이비드 밀리밴드 전 외무장관을 이기고 당수에 올랐다. 당시 40세의 나이로 최연소 노동당 당수였다.
이때 보수당은 상대적으로 약한 에드 밀리밴드가 노동당을 이끌게 된 것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밀리밴드는 명실상부한 좌파 가정에서 자랐다.
아버지 랠프 밀리밴드는 폴란드계 유대인 학자로 "현 세대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마르크스주의자 학자"로 불린 인물이다.
나치 박해를 피해 1940년대 영국으로 이주해 1960년대 소련식 사회주의를 비판한 '신좌파' 운동을 주도했다.
모친 역시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유대인으로 열성적인 인권운동가였다.
옥스퍼드대 출신인 밀리밴드는 TV 기자로 일하다가 노동당 연구원으로 옮긴 뒤 고든 브라운 전 총리의 측근으로 합류하면서 정치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브라운 전 총리가 취임한 2007년 그를 내각처 장관에 임명했고 이후 에너지·기후변화장관으로 기용했다.
밀리밴드는 이번 총선에서 '부자 증세, 서민 감세'로 대표되는 노동당 정통 공약을 내놨다.
한편으로 재정을 파탄에 빠뜨린 노동당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재정적자 축소를 약속하며 "책임 있는 정당"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구체적 수단은 얼버무리고 있다.
캐머런 총리와 비교하면 대중적 지지도가 낮은 밀리밴드가 노동당 정권 탈환을 이뤄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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