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정비> "불합리한 법규 정비" vs "지자체 자율성 보장해야"
중앙정부·지자체·지방의회 조례 전면 정비작업 착수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4-29 05:40:02
"불합리한 법규 정비" vs "지자체 자율성 보장해야"
중앙정부·지자체·지방의회 조례 전면 정비작업 착수
(전국종합=연합뉴스) 민선 지방자치제가 부활한지 20년째를 맞아 상위법을 위반하는 조례나 근거 없는 규제 등 불합리한 자치법규를 정비하기 위해 노력이 중앙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지난달부터 자치법규 정비 작업에 착수했다.
1995년 4만9천701건이던 조례·규칙이 지난해 말까지 8만7천163건으로 늘어나는 등 20년간 자치법규가 두 배로 불어난데다 법령에 배치되거나 유명무실한 것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는 상위 법령에 근거가 없음에도 주민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기업활동에 발목을 잡는 과도한 규제도 있다는 게 행자부 설명이다.
이에 따라 행자부는 ▲ 상위법령 제·개정 미반영 자치법규 ▲ 상위법령 위반 자치법규 ▲ 법령상 근거 없는 규제 ▲ 유명무실한 조례·규칙 ▲ 적용대상이 없는 조례·규칙 등을 연말까지 정비하기로 했다.
행자부는 전국 각 지자체에 정비가 필요한 부분을 파악해 제출하도록 했으며, 다음 달까지 계획을 세워 연말까지 정비를 마칠 계획이다.
각 지자체는 현행 조례와 규칙을 샅샅이 살펴 정비가 필요한 부분을 파악, 개선 방안 마련에 나선다.
강원도는 자치법규 제정안 및 개정안에 대한 심사제도를 더욱 강화해 사문화된 조례 또는 약자를 차별하는 조례안의 적법성 등을 철저히 심사하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 자치법규 일괄 정비도 추진한다.
대전시는 의회 회기에 맞춰 두 달에 한 번꼴로 개최하던 조례규칙심의회를 매달 10건씩 심의하는 방식으로 개선하고 입법교육도 강화할 방침이다.
제주도는 지난달 불합리한 지방규제 55건을 발굴, 폐지하기 위해 조례 35개를 일괄 개정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행자부는 이를 '규제 개선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확보한 우수 사례'로 평가, 전국 지자체에 대해 이를 도입하도록 권유했다.
지방의회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경북도의회는 최근 조례정비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상위법에 어긋나거나 기능을 상실한 조례와 규칙을 정비하고 있다.도의원과 도·교육청 공무원으로 실무 태스크포스를 구성, 올해 말까지 현행 조례 609건을 모두 조사해 정비 대상을 선정할 계획이다.
제주도의회는 지난 3월 현행 제주도 조례 613건(도 교육청 관련 조례 70건 포함) 모두에 대해 적법성을 평가해 주도록 한국법제연구원에 의뢰했다.연말께 연구용역 결과를 제출받아 이를 토대로 불합리한 조례를 정비키로 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방자치 활성화를 위해 법률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지자체의 조례 제정 자율성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문병효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자체의 조례를 중앙정부가 통제하고 있다"며 지방자치법 22조를 개정해서 조례를 법률에서 위임받아 만들 것이 아니라 법률에 반하지 않는 한도 안에서는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형규 경기도의회 입법운영팀장은 "지방자치법이 취지에 맞지 않게 오히려 지방의회 발전을 저해하는 독소조항을 내포하고 있다"며 "조례가 상위법과 상충하더라도 자치입법권 확대를 위해 법령에 미비된 부분을 보완하는 측면에서 조례 제정에 도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강재규 인제대 법학과 교수는 "헌법이나 지방자치법이 지방의회가 제정하는 조례에 대해 제약을 두고 있다"며 "자치단체가 주민 복리와 관련되거나 지역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무를 처리하려면 경우에 따라서는 자유로운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자부 역시 상위 법령에 근거가 없더라도 각 지자체의 새로운 정책적 시도를 위한 조례는 존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현웅 행자부 선거의회과장은 "정보공개청구 제도처럼 조례가 법령을 선도하는 사례도 있다"면서 "자치단체의 자율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조례·규칙 정비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혜 지성호 박창수 임보연 최찬흥 김준호 최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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