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인간 양면성을 예리하게 파고든 '윈터 슬립'
제67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4-28 18:50:33
인간 양면성을 예리하게 파고든 '윈터 슬립'
제67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전직 연극배우자 작가인 '아이딘'(할룩 빌기너)은 터키 카파도키아에서 호텔 '오셀로'를 운영한다.
아이딘은 많이 배우고, 정직하고, 공평하고, 양심이 바르다는 평가를 듣는 동시에 남부럽지 않은 부를 쌓은 부르주아 엘리트 중년 남성이다.
그는 가난한 세입자의 어린 아들이 자신이 타고 있던 트럭에 돌을 던진 사건을 계기로 걷잡을 수 없는 혼란과 자아성찰의 늪에 빠진다.
이후 젊고 아름다운 아내 '니할'(멜리사 소젠)은 남편의 위선적인 모습을 경멸하고, 결혼생활에 권태를 느끼는 모습이 보여진다.
함께 사는 여동생 '네즐라'(드멧 앳백)도 번번이 오빠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독설을 던진다.
영화 '윈터 슬립'(Winter Sleep)은 편안하고 안락한 삶 속에서 도덕과 윤리를 논하며 자기만족에 빠진 지식 계층의 위선과 기만과 냉소로 얼어붙은 세상과 인간의 본성을 예리한 시선으로 파고든다.
인간 본성을 지적으로 통찰하고, 인간 사회에 폭넓은 문제를 제기한 이 작품은 제67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주인공의 이름인 아이딘은 터키어로 '계몽된 지식인'이라는 뜻이다.
아이딘은 지성과 언변을 앞세워 주변 사람들을 판단하고 통제하려 하지만, 정작 자신의 허물은 잘 보지 못한다.
칸 영화제 8회 수상에 빛나는 거장 누리 빌게 제일란 감독은 결코 미워할 수만은 없는 인물인 아이딘을 통해 인간이 가진 '도덕과 위선의 아이러니'를 절묘하게 묘사한다.
세속적인 남편의 가식과 위선을 경멸하지만, 그가 가진 물질적인 풍요와 안락함을 벗어나기는 두려워하는 니할. 고독하고 불행한 결혼생활 속에서 지역 기부 활동으로 삶의 의미를 찾는 그녀의 모습을 통해서는 '권태와 구원의 아이러니'가 짙게 묻어난다.
이혼 후 하는 일 없이 오빠 내외와 함께 사는 네즐라에게서는 냉소와 용서의 모습이 교차하며 세상과 인간 본성의 또 다른 양면성을 관찰할 수 있다.
영화는 양심과 도덕, 정의와 권력, 자선과 명예가 가진 양면성을 지적이고 신랄한 대사를 통해 관객들을 생각에 잠기게 하면서 긴 여운을 남긴다.
영화에서 세계 100대 경관이자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터키 카파도키아의 이국적이고 우아한 자연경관도 훌륭한 볼거리다.
5월 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9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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