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라모코카서 지역개발 활동 펼치는 원불교 원광센터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4-28 01:47:36

△ 남아공 사막마을 라모코카는 '축제 중'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류일형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 노스웨스트 주 오지 사막마을 라모코카. 25일(현지시간) 원불교 '㈔아프리카어린이돕는모임' 라모코카 원광센터가 문화활동과 여가선용의 기회와 공간이 없는 지역 주민들에게 '라모코카 원광 페스티벌'을 열었다. 2015.4.28 ryu625@yna.co.kr

남아공 라모코카서 지역개발 활동 펼치는 원불교 원광센터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류일형 특파원 = 지난 25일(현지시간) 오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행정수도 프리토리아에서 약 180km 떨어진 노스웨스트 주 오지 사막마을 라모코카(Ramokokatad) 원광센터.

국기 게양대 양측에 태극기와 남아공 국기가 나란히 걸린 센터 대강당 앞에는 가장 좋은 옷으로 차려입은 듯한 흑인 어린이들과 마을 주민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이날 센터에서 열리는 '라모코카 원광 페스티벌'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천장에 드리워진 만국기가 학교 운동회를 연상시키는 대강당 안에는 행사가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1천 석 가량의 자리가 거의 다 찰 정도였다.

이날 페스티벌은 원불교 '㈔아프리카어린이돕는모임'의 라모코카 원광센터가 문화활동과 여가선용의 기회와 공간이 없는 지역 주민과 청소년들에게 끼를 발산할 멍석을 펴주기 위한 마을 최대 잔치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열렸다.

원불교 대각개교절과 남아공의 '자유의 날'을 동시에 기념하는 이날 행사에는 마을에서 모두 17개 팀이 참가, 아프리카 전통춤과 합창, 연극, 벨리댄스 등 공연과 원광센터에서 배운 태권도와 사물놀이 등 평소 갈고 닦은 다양한 기량을 뽐냈다.

상금도 1등 5천 랜드(약 50만 원), 2등 3천 랜드, 3등 2천 랜드로 푸짐하게 걸려 더욱 진지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곳 운전기사, 가정부 등 일용직 근로자들의 한 달 월급이 보통 3천 랜드 안팎임을 감안할 때 결코 적지 않은 액수다.

라모코카는 인구 약 2만 5천 명 주민들이 살아가는 4개의 마을로 이루어진 과거 흑인자치구역.

문명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 부족마을인 이곳은 현재 추장이 지역을 이끌고 있으며 대부분 주민은 높은 실업률로 직장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고 그중 일부가 주위의 광산 일용노동자나 인근 요하네스버그와 프리토리아 등에서 가정부, 환경미화원, 정원사 등으로 일하고 받은 작은 소득으로 어렵게 살고 있다. 땅은 넓지만 비가 와도 바로 물이 빠져버리는 지질로 인해 농사를 지을 수 없어 사막마을로 불린다.

아프리카어린이돕는모임이 이곳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2년.

한국의 새마을운동 정신인 근면·자조·협동 정신을 접목시켜 아프리카 지역개발을 이끌기 위해 대상지를 물색하던 중 이곳 추장의 요청으로 본격적으로 지역개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남아공 정부가 장기 무상대여한 4천500평의 땅에 원광센터 건물을 세운 뒤 가시나무를 제거하고 지하수를 개발, 텃밭을 만들고 폐타이어와 돌을 주워다 운동장을 만들고 먼지가 펄펄 날리는 황량한 사막마을에 잔디와 화단을 조성하는 힘겨운 시간도 보냈다.

이후 원광센터는 13년째 유치원을 운영하고 방과 후에 돌봐줄 손길이 없어 비행에 빠지기 십상인 청소년들에게 태권도·컴퓨터를 가르쳐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사막마을의 오아시스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작년에는 이 마을 출신 태권도 선수 4명이 국가대표에 선발돼 주위를 놀라게 했다.

어른들에게는 가족계획, AIDS 예방과 환경보호운동, 지도자 교육 등 의식개혁운동에다 지하수 개발과 농지 개간, 다수확 농작물 재배 등 자립경제를 도모할 수 있는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조용한 시골마을에 한국의 새마을운동이 전수되고 있는 것이다.

1995년부터 시작된 원불교의 아프리카지역 개발 활동의 중심에는 아프리카어린이돕는모임 남아공 법인 대표 김혜심 교무(여·70)가 서 있다. 중앙대에서 약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한센씨병 집단수용소인 소록도에서 7년여 동안 봉사하기도 했던 김 교무는 매스컴을 통해 아프리카의 참혹한 생활상을 접하고 1995년 원광대 약대 학장직을 그만 두고 아프리카에 몸을 던졌다.

1996년 남아공 프리토리아 인근 쇼상구베, 마멜로디 등 흑인 집단거주지역에서 어린이 교육사업과 지역개발 활동을 시작한 뒤 1999년 인접 스와질랜드의 산골마을 카풍아에 유치원, 보건소, 에이즈 쉼터, 제과 제빵 직업훈련소를 설립해 교육·보건의료사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암송아지 30마리를 분양, 첫 새끼를 다른 가난한 이웃에게 분양해주는 사업도 시작했으며 스와질랜드 정부로부터 무상 임대받은 4㏊에 25가정 주민들이 함께 야채를 재배해 판매해 소득을 올리는 협동농장사업도 준비가 한창이다.

카풍아 일이 분주한 가운데 2002년 차로 여덟 시간 거리인 남아공 라모코카에 다시 새마을사업을 착수, 라모코카와 카풍아를 오가며 새마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김 교무는 "주민들이 처음에는 의심의 눈초리나 냉소적인 시선이 없지 않았으나 10년 넘게 함께 생활하면서 이제는 서로 가족처럼 대한다. 청년들이 취직을 하면 꼭 인사를 하러 온다"며 흐뭇해했다.

김 교무는 "이곳에서는 태권도 뿐만 아니라 예절과 근면·성실 등 인성교육에 힘써 이곳 출신을 채용한 기업들로부터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면서 "부모들이 원광센터에 가면 아이들의 꿈과 미래가 생긴다며 자녀들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