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동포재단 이사장님 어디 계세요?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4-23 18:21:54

동포재단 이사장님 어디 계세요?



(구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봄꽃이 흐드러진 4월 중순 경북 중소도시인 구미에도 활기가 감돌았다.

고향 땅을 찾아 세계 각국에서 날아온 재외동포 500여 명이 구미에 모였기 때문이다.

가깝게는 중국, 일본부터 멀게는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등지에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온 이들이다.

비행기로 30시간 넘게 걸렸다는 중남미 동포도 있었고, 사업 계약을 잠시 미루고 고국을 찾아왔다는 재미 기업인도 있었다.

무슨 사연일까. 바로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가 매년 이맘때 여는 '세계대표자대회 및 수출상담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월드옥타는 전 세계 68개국에 지회를 둔 재외동포 경제단체로, 타향에서 자수성가로 기업을 일군 1세대 한인들이 주축이어서 고국에 대한 애정이 크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대표자대회는 말 그대로 '살아 숨쉬는 소식지'다. 세계 각국의 생생한 기업 정보가 흘러나오고, 한인 사회 현안도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국내에서 열리는 재외동포 행사 가운데 세계대표자대회가 최대 규모의 권위급 행사로 손꼽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국내 지자체들은 매년 세계대표자대회를 유치하려고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 구미 대회에서는 참가자들 사이에서 불만 섞인 하소연이 새어 나왔다.

재외동포 지원책을 총괄하는 재외동포재단의 조규형 이사장이 대회가 열린 4일 내내 구미에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재외동포재단은 5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쓰는 외교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통상 이사장이 월드옥타 행사에 참석해 동포들을 격려하고 현안을 청취하곤 한다.

하지만 이번 구미 대회에는 동포재단에서 참석한 사람이 실무 담당자 2명에 불과했다.

조 이사장은 지난해 제주도 서귀포 대회에는 참석했으나 올해 구미 대회에는 "일정상 불가피하게 참석이 어렵다"고만 알리고 임원을 대신 보내지도 않았다.

대회에 참가한 동포들은 21일 개회식에 조 이사장이 나타나지 않자 "무슨 일이 있는 거냐"라며 수근대기 시작하다가 마지막 날인 24일까지 그를 만나지 못하자 서운한 속내를 내비쳤다.

한 동포 기업인은 "세계 각국에서 모인 동포 수백 명의 목소리를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기회 아니냐"면서 "사비와 시간을 고국을 찾아왔는데 동포재단으로부터 홀대받는 기분이 든다"고 성토했다.

동포들이 이렇게 원성을 쏟아내는 것은 그간 조 이사장이 보인 행보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조 이사장이 국내에서 열리는 재외동포 행사에는 불참하면서 많게는 수백만 원의 '혈세'가 들어가는 해외 출장은 꾸준히 다니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는 한인 사회 현안을 청취한다는 목적으로 지난해 1월부터 한 달에 한 번꼴로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멕시코, 중국, 일본 등 세계 곳곳을 다녀왔다.

유럽에서 온 한 60대 동포는 "KTX 티켓만 끊으면 수백 명의 동포와 만날 수 있는 자리는 마다하고 비즈니스석 항공편을 끊어 굳이 해외를 돌아다니며 동포를 만나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미국 뉴욕에는 올해 1월 5박 7일 일정으로 다녀온 뒤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2월에 다시 출장을 떠났다. 이를 두고 동포사회 일각에서는 "조 이사장이 특정 한인단체와 가깝게 지내는 것 아니냐"는 구설도 흘러나왔다.

동포재단 관계자는 "국회 업무 보고 등 현안이 산적해 불가피하게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면서 "동포들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구미는 1970년대 섬유산업을 선도한 경제 근대화의 주역이지만 지금은 경기가 예전만 못하다.

이번 행사에서 동포들은 구미 지역 업체들과 현장에서만 1억 7천만 원 규모의 해외 수출을 약속했다.

구미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전 세계 수십 개 국가에서 온 바이어를 이 자리에서 한꺼번에 만날 수 있을 줄은 몰랐다"면서 "내 돈을 내고 해외 바이어를 만나러 다녔으면 어마어마한 출장비가 들었을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조 이사장의 해외 출장비로는 과연 얼마가 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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