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보금자리' 이주여성지원센터 100일 잔치
복지 사각지대 이주여성 출산·양육 지원…"힘들지만 보람 느껴"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4-23 17:39:04
△ '희망의 보금자리' 이주여성지원센터 100일 잔치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23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 이주여성지원센터에서 열린 '센터 100일 잔치'에서 센터 관계자들이 입소 아동들의 사진을 보고 있다. 이주여성지원센터는 예기치 않은 임신과 출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주여성들을 위해 지난 1월 14일 문을 열었다. 2015.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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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보금자리' 이주여성지원센터 100일 잔치
복지 사각지대 이주여성 출산·양육 지원…"힘들지만 보람 느껴"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23일 오후 서울 구로구 오류동의 이주여성지원센터는 손님맞이로 분주했다.
개소 100일을 맞아 센터 가족과 후원자들을 위해 조촐한 잔치를 마련한 것.
이주민 여성과 아기를 위한 이주여성지원센터가 지난 100일을 무사히 넘긴 것을 자축하는 의미에서였다.
잔칫날, 1층 강당 벽은 그간 부쩍 자란 아이들의 사진으로 채워졌다.
케냐에서 온 '큰언니' 시에나(14개월)부터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 신세를 져야 했던 별이(가명·2개월)까지 어린 생명이 이곳에서 보낸 시간이 한눈에 들어왔다. 사진 속 주인공들은 같은 시간 2층 영아원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강당을 분주히 오가던 김은숙 이사장은 "힘들었지만 그만큼 보람찬 시간이었다"며 "아이들이 그 사이 더욱 건강해진 것이 가장 기쁘다"고 소감을 털어놓았다.
이주민지원단체 지구촌사랑나눔이 지난 1월 14일 문을 연 이주여성지원센터는 5층 규모의 건물에 산모와 아기가 함께 지낼 수 있는 모자원·영아원·그룹홈 등을 갖췄다.
현재 이곳에는 난민 인정을 기다리는 케냐 출신의 '인도적 체류자'부터 태국·베트남·세네갈·몽골·중국 등지에서 온 이주여성의 자녀까지 모두 7명의 아기와 4명의 엄마가 머물고 있다.
24시간 손길을 필요로 하는 아기들이다 보니 센터 역시 24시간 돌아간다.
보모 2명과 사회복지사 1명이 엄마가 없는 아기들을 번갈아가며 돌보고, 아기들의 개월 수에 맞춰 이유식도 모두 따로 준비한다.
한 명이 감기라도 걸리면 여기저기서 콜록대는 소리가 들리지만 다행히 크게 아픈 아이는 없단다.
입소 전 요도협착증으로 고생했던 민이(가명·9개월)는 한결 건강해진 안색으로 이제 걸음마를 떼려 한다.
민이의 엄마(태국)는 "주변에서 도와준 덕분에 아기가 많이 좋아졌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지난 100일 동안 자원봉사자와 후원기관의 도움은 센터가 자리를 잡는 데 큰 힘이 됐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건물 매입에 들어간 융자금을 갚고 운영비를 조달하기 위해 뜻있는 사람들의 후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엄마들의 자립 지원과 아기들의 신분 안정이다.
센터는 우선 협동조합 형태로 입소 여성들에게 일감을 제공하고,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기들의 국적 확보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이곳에 머무는 아기들은 모두 국내에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상태다. 엄마가 미등록 체류자여서 현행법상 출생신고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 미등록 체류 아동을 위한 법안이 발의돼 있으나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국내 소외계층도 어려운데 불법체류자까지 책임져야 하느냐는 반감이 만만치 않다.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 목사는 "합법·불법을 통틀어 외국인 체류자 200만 시대에 접어들었는데도 이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약자"라며 "함께 산다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주여성지원센터는 앞으로 관련 단체와의 연계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여성과 아동을 위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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