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저하' 우려 속 출범한 충북 혁신학교 뿌리 내릴까

학생·교사 일단 긍정적 평가…행·재정적 지원 미흡 '한계'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4-23 10:51:44

△ 수업듣는 혁신학교 학생들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의 대표 공약인 충북 혁신학교 10곳이 올해 출범했다. 지난 22일 혁신학교인 청주 성화초등학교의 한 교실에서 6학년 학생들이 음악수업을 듣고 있다. 2015.4.23 vodcast@yna.co.kr

'학력저하' 우려 속 출범한 충북 혁신학교 뿌리 내릴까

학생·교사 일단 긍정적 평가…행·재정적 지원 미흡 '한계'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모둠별로 '힘있게' 부분을 나눠서 불러볼까요?"

지난 22일 오전 청주시 서원구 성화초등학교 6학년 1반 교실에서는 예전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이색적인 음악수업이 진행됐다.

선생님이 5개의 모둠별로 따라부를 부분을 정해주자 첫 모둠부터 노래를 시작했다.

이후 3∼4개의 각기 다른 음들이 모두 합쳐지자 교실 밖으로 친숙한 CF 음악이 울려 퍼졌다.

흥이 난 학생들은 선생님의 지휘에 맞춰 각자 맡은 부분을 즐겁게 따라 불렀다.

교사는 기타를 치면서 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자연스럽게 유도했다.

이 학교에서는 이미 친숙해진 모둠별 수업이었다. 짜임새 있는 수업 덕분에 학생들의 참여나 집중도가 높았다.

한 학생은 "예전의 수업보다 모둠별로 모여서 하니깐 훨씬 즐거웠다"고 말했다.

작년까지는 교사들이 본연의 업무인 수업보다 행정업무에 더 매달리다 보니 모둠별 수업처럼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꾀하는 수업을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다시 말하면 학생이 흥미를 느낄만한 수업이 거의 불가능했었다. 그러나 혁신학교로 지정되고 업무부담이 줄면서 변화가 생겼다.

교사들이 수업준비를 충실히 할 수 있게 되면서 과거에는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수업 형태들이 등장한 것이다.

이 학교는 지난해 충북 9개 초·중·고등학교와 함께 혁신학교에 선정됐다.

학교는 담임교사의 행정업무 경감을 위해 행정업무 전담팀을 구성했다.

이 전담팀은 담임선생님이 아닌 영어나 체육 등 교과담당 교사 7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기존 담임교사가 맡았던 학생지도, 학교폭력, 인성지도 등 교내 행정업무를 모두 처리한다.

대신 전담팀 소속의 교사들의 수업시수는 주당 18시간에서 12시간 내외로 대폭 줄였다.

학생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담임교사의 행정업무를 줄이는 대신 수업시간이 적은 교사들이 행정업무를 전담하도록 한 것이다.

정준화(35·여) 교사는 "담임교사들의 업무를 줄여 수업과 교육활동을 고민하고 준비할 시간을 마련해 주면서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시스템과 환경, 문화가 갖춰졌다"고 말했다.

올해 다른 학교에서 이 학교로 들어온 교사 역시 바뀐 학교 분위기를 반겼다.

민한식(60·여) 교사는 "전에 있던 학교보다 업무 경감이 줄면서 학생들에게 더 많이 신경 쓸 수 있게 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다른 변화는 학년별로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학년제 스몰스쿨제 운영이다.

이 학교는 지난 21일 과학의 날을 맞이해 구조물 쌓기, 달걀 낙하산 만들기 등 다양한 과학주제를 정해 진행했다.

기존에는 일부 학생들만 외부행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면피'를 했지만, 올해는 모든 학생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체험의 기회를 가졌다고 학교 관계자는 강조했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에도 혁신학교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교육 당국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선 학교보다 행정업무가 경감됐다고 하지만 교사들로서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안병권 교감은 "부장선생님들은 수업과 혁신학교 업무까지 총괄해야 한다"며 "교사들이 온전히 충실한 수업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기에는 행정업무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도교육청이 계획했던 교무실무사 배치가 제대로 안 되면서 교사들의 고충은 더욱 커지고 있다.

우수교사 초빙과 필요한 예산 지원 등이 차질을 빚으면서 혁신학교는 아직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도교육청으로서는 보수 성향의 충북도의원들과 학부모 단체 등이 지적하는 학력저하 우려도 말끔히 씻어내야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도의회 교육위원회가 지난해 11월 혁신학교 예산 승인 조건으로 혁신학교 지정 2년 후 도의회와 상의해 객관적인 평가기관을 통해 학력을 검증하고 예산 지원을 다시 검토하는 방안을 내건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즐기는 수업이 반드시 학력을 신장시키는 것과 정비례한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김성근 도교육청 혁신기획담당은 "재정적인 한계가 있는 만큼 우선 교사들이 효율적으로 행정 업무를 분담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교무 실무사는 재정 상황에 따라 점진적으로 배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학력저하 우려에 대해서는 "열정이 있는 교사가 소외받는 학생과 학습 부진아를 챙기는 창의적 교육활동을 펼치는 곳이 혁신학교"라며 "혁신학교가 제대로 운영되면 일각의 우려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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