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논란 속 중일 정상회담…'대화하는 갈등관계' 진입(종합)

中, 아베연설서 '침략 사죄' 빠졌음에도 회담 응한 배경 주목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4-23 01:12:17

△ 아베-시진핑, 자카르타서 악수 (자카르타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22일(현지시간) 열린 아시아 아프리카 정상회의 기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양자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역사논란 속 중일 정상회담…'대화하는 갈등관계' 진입(종합)

中, 아베연설서 '침략 사죄' 빠졌음에도 회담 응한 배경 주목



(도쿄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이준삼 특파원 = 22일 반둥회의를 계기로 자카르타에서 열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사이의 2번째 정상회담은 양국관계가 '대화없는 갈등관계'에서 '대화하는 갈등관계'로 전환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이벤트로 평가된다.

작년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두 사람의 첫 정상회담에 이어진 이번 회담은 일본 측이 제안했고, 당일 중국 측이 확답을 주면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NHK의 정상회담 영상에 의하면, 시 주석은 이날 취재진 앞에서 아베 총리와 악수할 때, 애써 눈을 맞추려 하지 않았던 작년 11월 첫 정상회담 때에 비해서는 한결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이번 정상회담이 양국 관계의 흐름상 '전격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작년 11월 정상회담을 계기로 싹튼 중일 고위급 대화의 흐름은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기간 중일 양자 외상 회담이 열린 무렵부터 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

양국은 3월 도쿄에서 4년만에 차관보급 외교당국자 사이의 안보대화를 개최했고, 같은 달 센다이(仙台)에서 열린 유엔 방재회의, 이달 11∼12일 도쿄에서 열린 한중일 관광장관 회의 등을 계기 삼아 양국 장관 사이의 회담을 열었다.

또 부총리급인 지빙쉬안(吉炳軒)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격)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전인대 대표단 8명이 방일, 지난 9일 중일 의회교류의원회를 3년만에 개최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 입장에서는 28일(현지시간)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우려하는 중일 갈등을 관리하는 모습을 보이는 한편, 오는 9월 총리직 연장이 걸린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이웃국가들과의 관계악화를 우려하는 당내 '비둘기파'의 목소리를 누르고 '무혈 승리'하기 위해 중국과의 정상회담이 필요했을 법 하다.

실제로 아베 총리 측은 중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22일로 예정됐던 한 각료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도 미루도록 할 정도로 이번 회담에 의욕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일본 언론에 따르면 태평양 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봄 제사 둘째날인 22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상이 야스쿠니를 참배할 예정이었지만 중일 정상회담을 추진중이던 총리 관저 측이 중국의 반발 가능성을 의식, 미룰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목되는 것은 아베 총리의 문제있는 역사인식이 대대적으로 노출된 날, 시 주석이 흔쾌히 정상회담에 응한 배경이다.

2013년 12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이후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에서 '강공 모드'를 유지해온 중국이 '침략에 대한 사죄'가 빠진 아베 총리의 반둥회의 연설이 있은 날 정상회담에 응했다는 점은 의미가 없지 않아 보인다.

이날 시 주석은 물론, 일본 측과 대화한 중국의 고위 인사들은 거의 빠짐없이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를 견제하는 것을 잊지 않은데서 보듯 양국간 '숙명적인' 갈등과 경쟁의 기본 틀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대 일본 정책의 방법론 면에서 작년 정상회담 이전에 고위급 당국간 대화를 보이콧 하는 식의 '대화없는 압박' 보다는 '대화와 압박'을 병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관측통들의 평가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일본을 참여시킬 필요성, 일본의 대 중국 투자 촉진과 같은 경제 측면에서의 협력 필요성 등 실리적 고려와 함께 일본에 대한 강공이 오히려 아베 정권 우경화를 자극하는 '역설'에 대한 자각 등이 변화의 배경에 자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최근 AIIB 흥행을 계기로 탄력이 붙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거의 '올인' 하는 상황인 만큼 이 프로젝트에 대한 일본의 참여를 고려한 행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중국이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의 단결·협력을 촉구하며 이번 반둥회의를 '국제질서 재편'의 지렛대로 삼으려 했던 만큼, 굳이 양국이 냉랭한 관계를 연출하는 장면을 만들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전문가인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학의 임재환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작년 11월 중일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정상급 레벨에서는 강한 대일 압박을 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 같다"며 "대일 강경 일변도로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는 점, 중일간의 경제교류 활성화 필요성 등을 중국 측이 의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내 반일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았다는 점을 잘 아는 시 주석이 순순히 이번 정상회담에 응한 배경에는 그같은 전략적 포석이 깔렸을 가능성이 큰 만큼, 두 정상의 이번 만남이 관계정상화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속단키는 어렵다는 게 베이징 관측통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시 주석이 이번 회담에서 지난해 11월 양국이 합의한 '관계개선 4대 원칙'과 '역사 직시'에 초점을 맞춘 만큼, 8월에 나올 아베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 내용 등에 따라 대일 강공 기류로 선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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