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전문가 한상에게 배운다> ③파라과이 장승일
"중남미는 잠재력 크고 틈새시장 많지만 무턱대고 진출하면 낭패"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4-22 14:11:03
③파라과이 장승일
"중남미는 잠재력 크고 틈새시장 많지만 무턱대고 진출하면 낭패"
(구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중남미는 과연 '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을까.
한국과 중남미의 경제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투자 이민이나 사업 진출을 꿈꾸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청년 시절 중남미로 건너가 20년 가까이 현지를 누빈 한상(韓商) 기업인의 시각은 달랐다.
"충분한 준비 없이 개인적인 소개나 알선에 의지해 중남미에 왔다가는 열 명 중 아홉 명꼴로 손해만 보고 한국으로 돌아갈까봐 우려된다"는 게 이 기업인의 생각이다.
그는 바로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서 무역업체 루이스 상사를 운영하는 장승일(45) 대표. 그는 2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남미에 쏠린 관심이 증폭되는 데 대해 신중한 진단을 내놨다.
장 대표는 21일부터 나흘 동안 경북 구미시에서 열리는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주최 '제17차 세계대표자대회 및 수출상담회' 참석차 방한했다.
그는 월드옥타 내 분야별 회의체인 통상위원회 중 의류·섬유 분야를 다루는 제9통상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파라과이는 중남미 국가 중에서도 대륙 한복판에 있는 저개발국이다. 한인 사회 규모도 5천∼6천 명 정도로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1998년 당시 28살 대기업 신입 사원이던 장 대표는 어떤 사연으로 브라질도, 멕시코도 아닌 파라과이로 떠났을까.
"물론 쉽지 않은 결정이었죠. 당시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 계열사에 입사했으니까요. 그런데 문득 '돈을 왜 버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선진국, 후진국을 떠나 '행복한 삶'을 찾아 가족과 함께 이민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사정은 녹록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국과는 "극과 극으로 다른" 현지 문화 때문이다.
"한국과 비교하면 모든 게 정반대더라고요(웃음). 현지 주민들의 사고방식, 생활 습관, 경제관념 등이 도저히 예측 불가능했죠. 흔히 중남미 사람들이 감정적일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결코 아닙니다. 거래 관계에서 오히려 상대방의 실수를 조금도 용납하지 않는 냉정한 면이 있어요."
장 대표가 중남미 진출을 상담해오는 사람들에게 철저한 사전 준비를 당부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는 "개인적인 소개나 인연을 믿고 파라과이에 왔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며 "코트라, 벤처기업협회 등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상담을 받고 여건을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파라과이를 포함한 중남미는 막대한 성장 잠재력을 품고 있어 도전해볼 만하다는 게 장 대표의 진단이다.
"아직도 사회 간접 시설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도로, 물류, 전력 공급 등이 아주 낙후하죠. 하지만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뜻도 됩니다. 한국 기업이 진출할 틈새시장이 무궁무진하니까요."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에 대한 인식도 크게 좋아졌다.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를 단 자동차와 휴대전화가 인기를 끌고, 한국 정부의 개발 원조도 꾸준히 늘어난 덕택이다.
장 대표가 파라과이를 누비며 피부로 체감한 교훈은 뭘까.
"무엇보다 현지인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파라과이 사람들은 '현재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삼거든요. 오늘 사고 싶은 물건은 반드시 그날 사겠다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높은 이자를 내야 하는데도 할부 결제가 흔해요. 한국인이 보기엔 말도 안 되는 거래죠. 하지만 이러한 '다른 점'을 '틀린 점'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는 이어 "파라과이는 여전히 저개발국이지만 국민 행복 지수는 세계 1위라는 게 놀랍지 않으냐"며 웃어 보이기도 했다.
장 대표는 중남미 진출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당부하면서도 한국 청년들을 해외 무대에 세우는 데엔 적극적으로 나섰다.
오는 5월에는 국내에서 청년 인턴 1명을 선발해 석 달 동안 파라과이에서 경영 실습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
장 대표는 "파라과이 한인 사회도 차세대 기업인들이 바통을 이어받는 전환기에 접어들었다"면서 "실력과 열정을 갖춘 2세 동포와 고국의 청년들이 '기회의 땅'을 일궈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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