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포비아 진정 기미에도 아프리카 이민자 남아공 떠난다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4-21 19:04:27
△ AFP PHOTO/MARCO LONGARI..
제노포비아 진정 기미에도 아프리카 이민자 남아공 떠난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류일형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에서 발생한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가 일시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제노포비아에 놀라고 남아공에 실망한 아프리카 이민자들이 남아공을 떠나기 시작했다.
7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5천여 명이 집을 잃고 외국인 소유 상점이 약탈당하거나 불에 타는 등 끔찍한 폭력사태를 겪은 아프리카 이민자 수백 명이 남아공을 떠나는 버스를 타고 있다고 외신과 현지언론들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콘드와니 난쿰와 말라위 공보장관은 20일 더반에서 말라위인 390명을 실은 버스 6대가 말라위로 출발했으며 21일 버스 5대가 추가로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난쿰와 장관은 "정부는 본국으로 돌아가려는 말라위인들을 실어나르기 위해 60대 이상의 버스를 임대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더반의 난민 캠프에는 약 3천200명의 말라위인이 피난처를 찾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말라위 정부에 따르면 남아공 제노포비아 폭력사태 사망자 가운데 2명이 말라위인이다.
이삭 모요 주 남아공 짐바브웨 대사도 400여 명의 짐바브웨 이민자가 버스 6대와 트럭 1대로 남아공에서 본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부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버나드 멤베 외교국제협력부장관도 기자회견에서 남아공 난민 캠프에 있는 21명의 탄자니아인을 송환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폭력사태로 피해를 본 말라위, 잠비아, 짐바브웨, 모잠비크, 나이지리아 출신 이민자들은 각각 본국 정부의 개입을 기다리면서 난민 캠프에서 피난처를 찾고 있다.
인구 5천100만 명의 남아공에는 약 500만 명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남아공에 대한 반발도 확산하고 있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 주재하는 적어도 2명의 남아공 외교관이 본국에서의 폭력사태 때문에 보복 공격 위협을 받고 있다고 보고했다.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남아공 반대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남아공 상품 불매운동을 촉구하고 나섰다.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 본사를 둔 산화티타늄 생산업체 켄메어 리소시즈는 남아공 제노포비아로 인한 불안으로 모잠비크에 있는 티타늄 광산에서 일하는 남아공 근로자 62명을 일시 본국으로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20일 제노포비아 폭력사태를 비난하면서 모든 나라 지도자들이 항거할 것을 촉구했다.
마리 하프 미 국부부 대변인 직무대행은 "남아공서 일어난 외국인들에 대한 폭력에 강력히 비난하는 남아공 정부와 시민사회 지도자들에 동의한다"면서 "미국은 이번 사태로 목숨을 잃은 사람과 공동체가 받은 충격에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자기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해 폭력사태를 유발했다는 비난을 받아온 남아공 최대 부족 줄루족 왕 굳윌 즈웰리티니는 20일 더반 경기장에서 한 연설에서 뒤늦게 자신의 발언이 와전됐다고 주장하고 "우리의 형제·자매에 대한 공격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제노포비아를 비난했다.
요하네스버그대학 아프리카 외교정책 전문가인 크리스 란스버그 교수는 "이민자와 관련된 긴장을 다루는 데 있어서 남아공 정부는 더 차분하게, 좀 더 앞서서 대처해야 한다. 그리고 대륙의 리더로서 좀 더 겸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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