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 "지루하지 않은 '자아 찾기' 쓰고 싶었어요"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꽃 달고 살아남기' 출간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4-21 17:07:23

최영희 "지루하지 않은 '자아 찾기' 쓰고 싶었어요"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꽃 달고 살아남기' 출간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소설가 최영희(39)는 등단 만 3년도 되지 않은 신인 작가다. 하지만 그가 청소년 문학계에 보인 존재감은 강렬하다.

직장생활을 관두고 글쓰기를 시작한 그는 2013년 '어린이와 문학'을 통해 등단했고, 같은 해 단편 '똥통에 살으리랏다'로 제11회 푸른문학상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장편소설 '꽃 달고 살아남기'로 제8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거머쥐며 확실하게 이름을 드러냈다.

'꽃 달고 살아남기'는 고등학교 2학년인 주인공 진아가 생모를 찾는 과정에서 자아를 발견하는 모습을 그렸다.

경남 하동 감진마을에서 자란 업둥이 진아는 어느 날 자신이 장터를 떠도는 '꽃년이'를 닮았다고 수군대는 노인들의 말을 듣는다. 불쑥 나타난 중학교 동창 신우는 자꾸만 마음을 설레게 하고, 주변 사람들은 "병원에 가보라"며 자기를 이상한 눈으로 본다.

'자아 찾기'나 '성장기'처럼 청소년 문학에 뻔한 주제도 없다. 하지만 '꽃 달고 살아남기'는 주인공의 분열적인 자아와 주인공 못지않게 강렬한 조연들로 이야기에 다채로운 색을 입혔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깡촌' 출신 소녀의 좌충우돌 모험담은 청소년 문학계의 갈증을 풀어줬다는 평을 들었다.

책이 공식 출간을 기념해 21일 서울 중구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난 최 작가는 "우리 10대들이 자기 가치관이나 생각을 고집스럽게 밀고 나갈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그걸 깨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 흔하고 지루한 모티브를 지루하지 않게 쓸 기회"를 기다렸다고 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참사 이후 제 안에 있던 여러 가지 화소가 엮이는 느낌을 받았어요. 원래 글을 쓰는 데 굉장히 오래 걸리는데 이 작품은 한 호흡에 썼어요. 글감이 제 안에 있었던 것 같아요."

두 아이의 엄마인 그는 "참사 이후 상처받은 채 남은 한국의 아이들이 가여웠다"며 "학생들이 앞으로 어떤 가치관을 품고 세상에 어떤 대답을 할 것인지 같이 고민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책의 주인공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고집스럽게 탐구해 간다.

"그 좋게 좋게란 말이 오늘따라 귀에 거슬렸다. (중략) 지금 사람들 혀 밑에 감춰진 말은 나의 기원에 관한 거였고, 그들의 말과 눈빛에서 진실의 화소를 포착해 낸 이상 이 일을 이대로 마무리할 수는 없다."

기필코 정체성을 찾겠다는 진아의 말에 귀 기울이다 보면 독자는 혼미한 세상에서 머리 풀고 헤매는 자기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연료는 유머 감각이다. 청소년들이 드나드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신분을 숨기고 왕성하게 활동한다는 최 작가는 고등학교 2학년생이 충분히 했을 법한 표현들로 웃음을 자아낸다.

"그 만만하기 짝이 없던 남자애가 절로 눈길이 가는 남신이 되어 돌아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머릿속이 뜨끈해지면서 아무나 붙잡고 예전 그 촌놈과 이 남신 사이의 괴리에 대해 설명 좀 해달라고 떼를 쓰고 싶었다."

등장인물들의 경상도 사투리는 또 다른 백미다. 하동 출신인 최 작가는 자연스러운 사투리를 녹여내기 위해 사투리 옛말 사전을 줄줄 외웠다고 한다. 배경도 하동과 진주로 설정했다.

"서울을 배경으로 쓰다간 너무 동네가 똑같고 재미없고, 이 아이가 부모와 부딪히지 않고 스스로 사건을 캘 시간이 없는 거예요. 아이들에게 부모와 분리돼서 시간을 주고 싶었어요."

그는 작가로서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은 자기 작품이 권장도서로 선정되는 것이라고 했다. 아주 적은 수의 독자라도 정말 좋아서 읽는 책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게 아니라, 이야기로 '소통하는' 과정이 저도 재미가 있어요. 글을 쓰면서 저도 힐링을 받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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