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동제한 해제됐지만…충북 오리농가 "앞길 막막"

내달 말에나 재입식 가능…오리사육 3~4개월 공백
"살처분 연례행사 지긋지긋…겨울 보상휴업제 바람직"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4-20 11:45:15

△ 통행 차량 소독하는 음성군 (음성=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충북 음성군이 26일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맹동면으로 통하는 도로에 통제초소를 설치하고 지나는 차량을 소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DB>>

AI 이동제한 해제됐지만…충북 오리농가 "앞길 막막"

내달 말에나 재입식 가능…오리사육 3~4개월 공백

"살처분 연례행사 지긋지긋…겨울 보상휴업제 바람직"



(음성·진천=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악몽 같은 시간이 지나고 이동제한이 해제됐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합니다"

충북 음성에서 오리를 사육하는 A씨는 20일 오전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이동제한이 해제됐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표정이 밝지 않았다.

해마다 AI 파동을 겪으면서 살처분과 재입식이라는 악순환을 내년에도 반복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먼저 앞서기 때문이다.

A씨는 "오리 사육을 포기하고 싶지만 5억원이나 들어간 축사 시설비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며 "오리 사육농가에게 AI는 재앙과도 같다"며 긴 한숨을 쉬었다.

A씨는 지난달 초 AI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와 8천여 마리의 오리를 살처분했다. 지난해 봄에는 AI가 발생한 건 아니지만, 인근 발생 농가 때문에 9천여 마리를 살처분한 경험이 있다.

이동제한이 해제됐지만 당장 호구지책이 마련되는 것은 아니다.

5월 말이나 6월 초에나 재입식이 가능해 3∼4개월간은 오리 사육의 공백이 생기고, 그로인한 손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오리의 경우 AI 양성반응이 나오면 이동제한이 해제된 뒤 축사 환경 위생검사를 거쳐 21일간 입식시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음성뿐이 아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재차 AI가 발생한 진천지역 오리 사육농가도 사정이 비슷하다.

진천의 오리사육 농민 B씨는 "이동제한 조치로 외부와 연락조차 끊고 생활해왔다"면서 "AI 때문에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살처분 전쟁'이 이제 지긋지긋하다"고 말했다.

오리 사육농가들은 AI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농가들은 지난 16일 충북도가 농림축산식품부에 건의한 '겨울철 오리 보상 휴업제'에 주목하고 있다.

해마다 겨울철에 자식처럼 키운 오리를 땅속에 묻는 것보다 차라리 사육을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진천에서 육용오리를 키우는 한 농민은 "AI가 발생하면 사육농가뿐만 아니라 살처분 비용을 보전해야 하니 국가적인 손해도 적지 않다"며 "휴업에 따른 보상만 적정하게 이뤄진다면 겨울철 사육을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상 휴업제에 찬성했다.

A씨는 "어쨌든 먹고 살려면 오리를 다시 키우는 수밖에 없다. 철저한 소독과 방역으로 내년에는 AI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라며 텅 빈 축사로 발길을 옮겼다.

충북에서는 지난 2월 21일부터 음성과 진천지역의 35개 농가에서 AI가 발생해 42개 농가의 가금류 70만8천 마리(오리 44만7천 마리, 닭 26만1천 마리)를 살처분했다.

음성군은 이날 이동제한을 해제했고, 진천군은 지난 5일과 14일 문백면과 덕산면의 방역대에 대한 이동제한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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