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반둥회의 50주년을 기념해 반둥에서 열렸던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비동맹운동 이정표' 반둥회의 '눈길'
(방콕=연합뉴스) 현경숙 특파원 = 반둥 회의는 열강들에 의한 식민지배의 잔재가 채 가시기 전, 미국과 구 소련이 주도하던 냉전시대에 제3 세계 국가들의 비동맹 운동을 촉발한 국제회의다.
이 회의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29개 국가 대표단이 참석해 '아시아-아프리카(AA) 회의'라고도 불리며, 1955년 4월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 있는 자바바라트주의 주도인 반둥에서 첫 회의가 열려 '반둥 회의'라고 불린다.
제1차 AA회의이자 첫 반둥회의는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미얀마, 인도, 파키스탄 등 이른바 '콜롬보 파워'로 불렸던 5개 나라가 주창했다.
이 회의에 참가한 나라는 아시아 23개, 아프리카 6개 등 총 29개 국이었으며, 이들 국가의 인구를 합하면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었다.
주요 참가국은 중국, 인도, 일본, 이집트, 터키, 태국, 필리핀, 리비아, 알제리, 가나, 에티오피아, 수단 등이었다.
남북한, 대만,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스라엘 등은 대치 상황, 인종차별주의 등 때문에 참가국 사이에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초청받지 못했다.
한국이 이 회의에 참가한 것은 2005년 반둥회의 50주년을 기념해 반둥에서 열린 AA회의 때가 처음이었다.
반둥회의는 서유럽과 북미 열강의 식민주의를 타파하고, 미국과 당시 구 소련이 주도한 냉전 상황에서 중립을 선언해 국제무대에서 제3세계 국가들의 발언권을 높이기 위해 열렸다.
열강이 주도하던 국제 사회에서 갓 독립한 신생국가들이 새로운 국제 질서를 형성하기 위해 모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반둥회의는 서방세계가 우려했던 만큼 큰 파괴력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이는 무엇보다 회의 참가국들의 응집력 부족과 분열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1962년 인도와 중국의 국경분쟁으로 평화원칙이 무색해졌고, 이집트 나세르 대통령이 주도하던 아랍 연방 형성마저 실패하면서 1964년 알제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차 AA회의는 무산됐다.
AA회의의 한계는 반둥 회의 이후 수십년 동안 냉전 구도가 깨지지 않고 지속됐던 데서도 잘 드러났다.
그러나 반둥 회의를 계기로 등장한 비동맹 주의는 1960년대와 1970년 대를 거치면서 국제정치의 한 축을 담당했다.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은 올해 반둥회의 60주년을 맞아 22일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제16차 아시아·아프리카(AA) 회의와 반둥회의 60주년 기념식을 열 예정이다.
반둥회의의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주도로 잔치를 벌이는 셈이다.
이번 AA회의의 주제는 '세계평화와 번영을 위한 남남협력의 강화'이다.
개도국간 협력을 뜻하는 남남협력이라는 용어는 개도국들이 남반구에 몰려 있는 데서 유래됐다.
제 16차 AA 회의는 남남협력을 다짐하는 외에도 팔레스타인 지지, 반둥 메시지, 아시아-아프리카 신전략파트너십 강화 등에 관한 3개 문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반둥메시지는 개도국 사이의 연대와 단결, 자주와 독립, 중립주의, 세계 평화 등 제 1차 AA 회의인 반둥회의의 정신을 기리는 선언이 될 전망이다.
아시아-아프리카 신전략파트너십 강화는 2005년 AA 회의에서 채택된 아시아-아프리카 신전략파트너십 내용 중 AA 국가 간 협력을 활성화하자는 다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사회에서 경제적 비중과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는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이 이번 회의를 계기로 AA 차원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구체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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