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은인 떠나 비통"…진필홍 전 KBS국장 빈소서 눈시울

대마초 파동 후 조용필 컴백 리사이틀 연출 맡으며 인연

전형득 기자

CTA0104@naver.com | 2015-04-16 14:25:00


[부자동네타임즈 전형득 기자] "형님은 나에게 그냥 형님이 아니라 은인입니다. 그런 분이 떠나 비통합니다."

가왕(歌王) 조용필(65)이 16일 오전 KBS의 전설적인 예능 PD로 불린 진필홍 전 KBS 예능국장의 빈소를 찾아 애석한 마음에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해부터 폐암으로 투병한 진 전 국장은 지난 15일 입원 중이던 서울대학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지난 9일 고인의 병실을 찾아 문병한 조용필은 만남 1주일도 채 안돼 비보를 접했다. 그는 빈소를 찾아 고인의 부인, 자녀 등 유족들과 고인에 얽힌 지난 추억을 이야기하며 때론 눈시울을 붉혔다.

2시간 동안 자리를 지킨 그는 "내일 다시 (용인의) 장지로 가겠다"고 말한 뒤 빈소를 떠났다.

지난 2013년 19집 '헬로'로 신드롬을 일으킨 조용필은 최근까지 공식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았는데 은인의 마지막 길을 보려고 걸음한 것이다.





쇼 연출의 대부이던 진 전 국장과 한국의 전설적인 가수 조용필의 인연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8년 록그룹 애트킨즈로 출발한 조용필은 화이브 핑거스, 김트리오, 조용필과 그림자 등을 거쳐 1975년 솔로로 전향해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히트시키며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그러나 1976년부터 불어닥친 대마초 파동에 휘말려 1977년 장충체육관에서 은퇴쇼를 연 뒤 공백기를 가졌다. 그러다가 1979년 '창밖의 여자'를 타이틀곡으로 한 공식적인 1집으로 성공적인 복귀를 했다.

이 과정에서 그의 재기를 도운 사람이 진 전 국장이었다.

1979년 예술인에 대한 해금조치 이후 조용필은 그해 대한극장에서 컴백 리사이틀을 열었는데 이때 연출을 맡은 사람이 고인이었다. 고인은 조용필을 위해 KBS 합창단과 무용단, 밴드를 동원해 화려한 컴백쇼를 꾸며줬다. 이를 인연으로 두 사람은 진한 우정을 나누기 시작했다.

고인, 조용필과 의형제나 다름없었다는 김성일 가넷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형님(고인)에게 조용필 컴백쇼 연출 제안을 한 게 나였다"며 "1980년대 들어 형님이 KBS '100분 쇼'를 연출했는데 '창밖의 여자'로 인기인 조용필을 집중 조명해주면서 재기에 큰 힘을 실어줬다. 조용필이 형님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조용필과 함께 병문안을 갔을 때 나눈 이야기도 들려줬다.

김 대표는 "형님이 투병하면서 조용필을 보고싶어 했는데 병실에서 만났다"며 "몸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도 조용필에게 '신곡은 준비하느냐', '공연은 또 하느냐'고 물었고 조용필은 '올 연말에 공연하니 그때 형님을 초대하겠다'고 말했다. 조용필이 '며칠 있다가 또 오겠다'고 했는데 1주일도 안돼 떠나셨다. 형님이 깊은 인연을 맺은 조용필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었나보다"고 말했다.

고인은 각종 쇼 프로그램을 연출하며 조용필뿐 아니라 이미자, 패티김, 남진, 나훈아 등 많은 스타를 성장시켰다.

이력도 화려했다.

1984년 올림픽주경기장 개장공연, 1986년 아시안게임 개·폐회식, 1988년 서울 올림픽 개·폐회식, 2000년 10월 아셈(ASEM) 개·폐회식, 2001년 12월 월드컵 본선 조 추첨 행사,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 광화문 축하공연, 2011년 대구육상선수권대회 전야제 등의 연출을 맡았다.

퇴직 후에도 KBS '가요무대'와 '콘서트 7080' 자문위원을 맡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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