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의 무덤' 지중해…리비아서 목숨 건 유럽행 급증

낡은 보트에 초과 승선…2000년부터 작년까지 2만2천여명 사망
리비아 정부·NGO, 근본적 대책 마련 호소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4-15 18:17:46

△ 엄마는 어디가고… (시칠리아 AP=연합뉴스) 리비아를 떠나 이탈리아로 가던 난민 약 400명이 지중해 해상에서 전복사고로 익사했다고 국제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과 국제이주기구(IOM) 등이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생존자들은 난민 550명 정도가 타고 있던 선박이 지난 12일 지중해에서 뒤집혀 144명만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에 의해 구조됐다고 전했다. 사진은 적십자사 요원이 13일 난민 구조선이 시칠리아의 포르토 엠페도클레 항에 도착한 후 한 아기를 담요에 싸서 옮기고 있는 모습. marshal@yna.co.kr (AP Photo/Calogero Montanalampo)

'난민의 무덤' 지중해…리비아서 목숨 건 유럽행 급증

낡은 보트에 초과 승선…2000년부터 작년까지 2만2천여명 사망

리비아 정부·NGO, 근본적 대책 마련 호소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을 연결하는 지중해가 난민의 무덤으로 바뀌고 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목숨을 걸고 작은 배 한 척에 의지해 지중해를 건너려고 한 아프리카 '보트 난민'이 각종 침몰·난파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례가 한층 잦아진 것이다.

리비아에서 출발해 이탈리아로 향하던 난민선이 지난 12일 지중해에서 전복돼 이 배에 탑승한 약 400명이 익사했다고 이탈리아와 중동 언론이 14일 보도했다. 낡은 보트에 초과 승선한 탓에 대규모 인명 피해로 연결됐다.

◇ 유럽행 관문 리비아…목숨 건 18시간의 항해

리비아는 유럽으로 불법 이민을 하려는 아프리카 난민들의 주요 이동 경로로 꼽힌다. 리비아는 유럽에 속하는 이탈리아, 지중해 섬나라 몰타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지중해를 거쳐 유럽으로 가려는 난민의 수가 급증, 대량 인명사고의 위험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중동 현지 언론과 BBC 등에 따르면 난민 수십만명이 지난 수년간 더 나은 삶과 구직을 위해 리비아를 거쳐 유럽행을 시도했다.

아프리카와 중동 난민의 유럽행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지만 2011년 초 이후 급증했다. '아랍의 봄' 여파로 일부 북아프리카와 중동 국가 정국 혼란이 가중되고 해안 경비가 느슨해지면서 난민 탈출 행렬이 가속화했다.

리비아가 각 지역 민병대간 충돌로 혼란을 거듭하고 치안이 악화하면서 리비아 항구 도시는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들에게 더 나은 삶을 위해 유럽으로 떠나는 출발점이 됐다.

리비아는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유럽 대륙과 가장 가까운 나라 가운데 하나이다. 이탈리아 남부 '난민의 허브'라 불리는 람페두사섬은 리비아 해안도시에서 약 120~150km 떨어져 있다.

리비아에서 출발하면 바닷길로 18시간 항해를 하면 이탈리아 영토에 상륙할 수 있다. 이탈리아를 주 목적지로 삼은 밀항은 수도 트리폴리, 미스라타 등 리비아 해안도시 4곳에서 주로 시작된다. 어선을 개조한 대부분의 난민선 탑승 인원은 50~500명 사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유럽연합(EU) 국경수비대는 여름이 다가오면서 리비아에서 지중해를 건너려고 대기하는 난민 수가 50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리비아에서는 2011년 민중봉기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붕괴하고 나서 아프리카·중동 난민의 불법 입국이 쇄도했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난민 수천 명은 국경 통제가 허술한 사막을 넘어 리비아 해상 도시를 거쳐 유럽행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난민 다수가 중동·아프리카 분쟁 국가·빈곤국 출신

내전과 가난을 피해 새 삶을 꿈꾸며 유럽행을 택한 '보트 난민'의 절반 가량은 시리아인들로 추정된다.

다른 국적의 난민 중에는 리비아와 국경을 맞댄 아프리카 말리, 수단, 에리트레아, 소말리아, 이집트, 팔레스타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국적자가 다수를 차지한다. 최근 분쟁이 잦은 지역 출신이 대부분인 셈이다. 최근 혼란이 심화하는 리비아에서도 난민이 급증하고 있다.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외국 근로자로 일해 온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국적 보유자도 리비아에서 유럽행에 나선다.

시리아에서는 4년 넘게 내전이 진행되고 이슬람국가(IS)가 등장하자 이 나라 출신 난민은 아예 중동 지역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있다. 시리아 영토를 떠나도 레바논, 이라크, 터키 등 인접국의 난민촌이 포화상태에 있고 생활 여건도 열악해 유럽으로 망명을 꿈꾸는 것이다.

동남아 출신 '보트 피플'은 더 나은 일자리를 찾으러 유럽행을 시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난민들이 몸을 싣는 배는 매우 열악하고 초과 승선하는 경우가 많아 사고 위험이 매우 크다.

이 기간 보트 난민은 굶주림과 갈증, 더위에 지치고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브로커가 지중해에서 배를 버리고 달아나는 경우도 있다.

지중해를 건너는 과정에서 대형 해상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지난해 지중해를 건너다 목숨을 잃은 난민은 3천72명으로 2013년의 700명보다 크게 늘었다. 2000년부터 계산하면 2만2천명의 난민이 지중해를 거쳐 유럽으로 가다 숨졌다.

지난해 유럽에 불법입국한 난민은 28만 명에 달한다.

2013년 10월에는 이탈리아 근해에서 난민을 실은 배가 뒤집혀 360여명이 한꺼번에 몰살당하기도 했다.

작년 9월에도 리비아에서 출발해 유럽으로 향하던 난민선 3척이 잇따라 지중해에서 침몰해 500명 가까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리비아 정부와 비정부기구(NGO)들은 근본적인 '보트 난민'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북아프리카는 물론 유럽에서도 난민 문제가 국제적 문제로 두드러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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