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에서 다수로'…다문화 인식 개선 교육 확대
전체 학생 대상 다문화 교육 증가…"교사 역량 키워야"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4-14 14:44:31
'소수에서 다수로'…다문화 인식 개선 교육 확대
전체 학생 대상 다문화 교육 증가…"교사 역량 키워야"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다문화가정 학생 수가 꾸준히 늘면서 일선 교육 현장에서 다문화 인식 개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다문화 학생의 학교생활 적응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일반 학생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데 더욱 힘을 쏟는 양상이다.
◇ 다문화 학생 1% 시대…'다수의 인식 변화 필요'
"나라마다 달라요."
이달 초 경기도 수원시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은 전문 강사가 알려주는 각 나라의 인사법과 제스처를 직접 따라 하며 다른 문화 체험에 한창이었다.
이 학교는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의 다문화 감수성 증진 프로그램 '다가감'에 참여하고 있다.
기본 12회로 구성된 이 교육 과정은 협동학습·역할놀이 등을 통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타인을 존중하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친다.
'다가감' 프로그램은 지난해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지난해 23개 학교에서 1천288명이 참여했고, 올해는 참여 학교와 학생 수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도 지난해 전북 지역 초등학교에서 시범 실시한 다문화 인식 개선사업 '다양한국 만들기'를 올해 전국 7개 지역으로 확대한다.
퍼즐과 역할극 등 체험학습 위주로 구성된 '다양한국 만들기'는 일선 학교 교사가 연수를 받은 뒤 학교로 돌아가 직접 학생들을 교육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정부 역시 팔을 걷어붙였다.
교육부는 지난해 '다문화교육 중점학교' 120곳을 지정해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다문화 이해교육·반(反)편견 반(反)차별 교육 등을 진행했고, 올해는 대상 학교를 150곳으로 늘렸다.
그동안 다문화 교육이 다문화가정 학생의 학교생활 적응에 초점을 맞췄던 것을 감안한다면 교육의 대상이 소수에서 다수로 확장된 셈이다.
이러한 변화에는 다문화 학생의 증가가 한몫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초·중·고등학교에 다문화가정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9년 0.35%에서 꾸준히 늘어 지난해 처음으로 1%를 넘어섰다.
출산율 감소 등으로 매년 일반 학생 수가 20만 명 감소하는 반면 다문화 학생 수는 8천 명 이상씩 꾸준히 늘어난 결과다.
다문화 학생이 늘면서 차별과 편견을 막기 위한 교육의 필요성도 커졌다.
2012년 여성가족부의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다문화가족 자녀의 13.8%가 차별을 당한 경험이 있었고, 차별 가해자의 36.5%가 친구로 나타났다. 선생님이 가해자인 경우도 9.5%에 달했다.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관계자는 "차별과 편견은 다수의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다수자 교육은 차별과 따돌림을 최소화하고 이주배경 청소년과 일반 청소년이 함께 어울려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 효과는 긍정적…교사 교육 절실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 교육의 효과는 일단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교육부가 지난해 '다문화 교육 중점학교' 운영 성과를 평가한 결과 학생들은 '세계시민 의식', '다문화 통합성', '외국인 수용성' 등 주요 항목에서 향상된 점수를 보였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저학년보다 사고 개념이 발달하는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인식 개선 효과가 더 높게 나타났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교사의 역량 부족과 생색내기용 프로그램은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일선 학교에 전문성을 갖춘 교사가 드물다 보니 제대로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고, 단기 프로그램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다문화에 대한 교사의 인식 부족은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채진영 전북대 아동학과 교수는 세이브더칠드런의 평가 보고서에서 "교사들의 잘못된 인식이 오히려 학생들에게 다문화에 대한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며 "교사들을 대상으로 다문화 인식 개선 교육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문화 인식 개선 교육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별도 프로그램이 아닌, 정규 교과과정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장인실 경인교대 한국다문화교육연구원장은 "명목은 인식 개선이지만 단순한 다문화 체험과 재미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규 교과과정과 연계한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인식에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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