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그리스> ③ 독일 vs 그리스…최후의 선택은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4-14 07:00:14

△ 독일-그리스 정상(EPA=연합뉴스 자료사진)

③ 독일 vs 그리스…최후의 선택은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게으른 그리스인들, 우리 돈을 가져다 춤 추고 우조(그리스 술)나 마시려고 한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그리스 사태 기사에 달린 독자의 댓글이다. 그리스를 지켜보는 유로존, 특히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시각을 여실히 보여주는 말이다.

여론조사에서도 이같은 태도가 드러난다. 지난달 17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유고브 설문에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Grexit)를 원한다는 독일인 응답자가 59%로 한 달 전의 48%에서 절반을 훌쩍 넘겼다.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기를 바란다는 응답자는 2월의 34%에서 23%로 떨어졌다.

그리스는 그리스대로 독일을 위시한 채권단이 그리스에 가혹한 긴축을 요구한다는 피로감이 심하다.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의 총선 승리와 이후 유로존과의 채무협상에서 지속되는 팽팽한 대치가 이를 방증한다.

구제금융 재협상을 기치로 내걸고 총선 승리를 이끈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로서는 긴축 후유증을 다독이고 구제금융 재협상을 통해 경제난 탈피의 단초를 마련하는 것이 지지기반 유지의 관건이다.

이 때문에 그리스는 나치 배상금 카드까지 꺼내 들며 독일과의 신경전 가열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그리스는 독일이 어물쩍 넘어간 배상금이 330조원 규모라며 지금이라고 짚고 넘어갈 태세고 나치의 과거를 되새김질하기 싫은 독일은 그리스의 의도가 불순하다고 발끈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자국 내 그리스에 대한 반감 달래기를 넘어 유럽 경제의 맹주로서 그리스 디폴트 사태를 막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그리스가 4개월간의 구제금융 연장에 성공하고 EU의 틀에서 경제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자발적으로 유로존을 탈퇴할 우려는 줄어들었지만 채무 상환에 실패해 우발적으로 유로존을 나가게 되는 그렉시던트(Grexident) 가능성은 여전한 상태다.

독일 등 유로존을 이끄는 주요국가들로서는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빠질 때의 폭발력을 우려하고 있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유럽연합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그리스가 유로존을 나가게 되는 건 통화동맹 종말의 시작"이라며 "한 나라가 나가면 시장은 그 즉시 다음이 누구인지 묻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그리스의 벼랑끝 전술이 그렉시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

일단 그리스가 지난 9일 국제통화기금(IMF)에 예정대로 4억4천800만 유로를 갚으면서 디폴트 우려는 일단 가셨지만 이후에도 줄줄이 다가오는 고비들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4일과 17일 만기 연장해야 하는 채무가 각각 14억, 10억 유로다. 이달말에는 17억 유로 규모의 공공부문 근로자 임금과 연금도 지급해야 한다.

다음달 1일에는 IMF 이자 2억 유로, 12일에는 IMF 채무 7억7천만 유로 상환이 기다리는 등 내줘야 할 돈은 산더미인 데 반해 곳간은 바닥을 드러낸 형편이다.

이 때문에 24일 예정된 유로존과의 구제금융 분할금 지원 협상이 중대 고비다. 그리스가 제출한 개혁안을 토대로 구제금융 분할금 72억 유로를 수혈할지가 이때 결정된다.

시장에서는 그리스의 디폴트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리스가 그렉시트에 더 가까이 내몰리고 있다"면서 "아주 긴 책의 마지막 챕터에 와 있는 것 같다. 그리스는 지금 결정적 위기"라고 지적했다.

이 와중에 그리스에서는 구제금융 분할금 지원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집권당 내부에 내분마저 일고 있다. 그리스가 제출한 개혁안에 대해 채권단이 미흡하다는 입장을 보이자 시리자 내 강경파가 반발해 조기총선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그렉시트가 현실이 됐을 때의 충격파를 감안해 독일 등 채권단이 그리스를 디폴트에 내몰리도록 놔두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행여 일시적 디폴트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디폴트 장기화가 유로존의 대외신뢰 하락으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유럽팀장은 "24일 열리는 구제금융 분할금 지급 협상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협상이 불발되면 그리스에 5월 1일과 12일 채무를 갚을 돈이 없어 일시적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디폴트가 장기화되면 대외신뢰도 하락으로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는 등 유로존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유로존도 디폴트를 일시적인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는 있어도 장기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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