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폭탄' 품은 '성완종 리스트' 수사 시동(종합)

"홍문종 2억은 2012년 대선자금" 폭로로 관련 수사 불가피
금품전달자·공소시효가 우선순위 기준…경남기업 비자금 흐름 추적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4-12 20:58:10

△ <그래픽>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 구성 (서울=연합뉴스) 반종빈 기자 = 대검찰청은 12일 오후 김진태 검찰총장 주재로 간부회의를 열어 '성완종 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문무일(54·사법연수원 18기) 대전지검장을 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팀을 구성,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bjbin@yna.co.kr

대선자금 '폭탄' 품은 '성완종 리스트' 수사 시동(종합)

"홍문종 2억은 2012년 대선자금" 폭로로 관련 수사 불가피

금품전달자·공소시효가 우선순위 기준…경남기업 비자금 흐름 추적



(서울=연합뉴스) 안희 최송아 기자 = 검찰이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할 특별수사팀을 12일 구성하면서 정국을 뒤흔들 대형 게이트 사건의 수사가 본격화됐다.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와 언론 인터뷰 내용 등에 비춰 이번 수사는 현 여권 핵심인사들을 조준선에 올리고 새누리당의 대선자금 비리 의혹까지 겨눠야 하는 등 폭발력을 지닌 채 전개될 공산이 크다.

◇ 실마리는 '메모'와 전화인터뷰 내용

수사의 실마리는 성 전 회장의 유류품에서 나온 메모('성완종 리스트')와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경향신문과 나눈 전화 인터뷰 내용이다.

메모에는 성 전 회장이 금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현 여권 실세 등 8명의 이름이 기재돼 있고, 이 중 6명에 대해서는 돈의 액수도 함께 적혀 있다.

'김기춘(10만 달러), 허태열(7억), 홍준표(1억), 부산시장(2억), 홍문종(2억), 유정복(3억), 이병기, 이완구'라는 글이 쓰여 있다. 김기춘 전 실장의 경우, 이름·금액과 함께 '2006년 9월26일'이라는 날짜도 적혀 있다.

성 전 회장의 전화 인터뷰 내용도 순차적으로 공개되고 있다. 메모 속 인물에게 언제, 어떤 명목으로 금품을 건넸다는 성 전 회장의 주장이 전화 인터뷰 녹취 파일에 담겼고 그 내용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특히 성 전 회장은 이 인터뷰에서 "홍문종 의원에게 준 2억 원은 2012년 대선자금"이라고 주장해 18대 대선을 앞두고 여당 내에서 불법 대선자금 모금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특별수사팀은 경향신문의 전화인터뷰 녹취 파일을 확보하는 한편 경남기업 측으로부터 메모나 인터뷰 내용을 뒷받침할 '비밀장부' 등 자료를 모으는 데 당분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메모와 인터뷰 속 금품거래 의혹에 어떤 법리를 적용할 수 있고, 공소시효가 남았는지 등을 검토하는 작업도 병행된다.

◇ 금품 전달자·공소시효가 수사 우선순위 기준

수사는 구체적인 범죄 단서가 확보되는 사안부터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사를 우선 진전시킬 수 있는 의혹들은 성 전 회장과 메모 속 인물 외에 제3자가 등장하는 사안이 될 공산이 크다.

성 전 회장은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돈을 건넸을 때는 우리 직원들이 심부름했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이처럼 제3의 인물이 있고 그를 통해 의혹을 뒷받침할 진술이 나오면 수사가 빨라질 수 있다.

메모에 나오는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두고도 성 전 회장은 인터뷰에서 제3자를 거론했다. 2011년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앞둔 6월께 1억원을 건넸고 당대표 후보였던 홍 지사 측 캠프에 가 있던 언론인 출신 인사를 통해 전달했다는 주장이다.

공소시효 완성 여부도 검찰이 수사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으로 꼽힌다.

성 전 회장의 메모 및 인터뷰 내용에서 홍문종 의원과 관련한 2012년 대선자금 제공 의혹과 홍준표 지사에 관한 2011년 금품 제공 의혹 등은 정치자금법상 공소시효가 3년 이상 남았다.

이에 따라 홍 의원과 홍 지사 등 공소시효가 남은 의혹에 연루된 인물 3∼4명가량이 먼저 검찰의 소환 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비리 단서를 넉넉히 확보할 경우 메모나 인터뷰 속 인물들에 대한 계좌추적과 압수수색 등의 강제수사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혐의를 입증할 '장부' 등 증거가 확보되면 피의자 소환 등 후속 수사가 이어지는 방식이다.

◇ 경남기업 비자금 흐름 추적도 관건

경남기업으로부터 비리 단서를 더 얻을 수 있다면 수사는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업인이었던 성 전 회장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보험'에 들었다는 설(說)이 나오는 만큼 수사가 여야 정치권과 고위 공무원 등을 겨냥하는 쪽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미 검찰은 경남기업 수사를 통해 성 전 회장이 회삿돈에서 250억원 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찾아냈다. 이 중 30억원 안팎의 돈이 현금화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기업 관계자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현금화된 비자금 등의 흐름을 더 쫓아가다 보면 성 전 회장의 메모 및 인터뷰 내용과 부합하는 증거를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일반적인 비리 의혹 사건보다 단서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당장 핵심 인물인 성 전 회장이 고인이 됐고, 당사자들끼리만 은밀하게 알고 있는 금품로비 사건의 속성상 경남기업에서 검찰에 수사 단서가 될 만한 관련 자료를 얼마나 제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더구나 메모 속 인물들이 강력하게 금품거래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공소시효를 이미 완성한 사안의 경우, 의혹을 뒷받침할 단서가 넉넉해도 수사할 수 없는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

메모나 인터뷰 내용은 충격적이지만 적법한 방식으로 입증된 비리의 실체는 이것보다 턱없이 적어 '용두사미'로 귀결될 우려가 벌써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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