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의정서 인신매매 정의에 '국가개입 강제동원' 포함>
2000년 팔레르모 의정서 의거해 미국 국무부도 인신매매 표현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4-09 00:09:28
△ 아베 일본 총리(AP=연합뉴스 자료사진)
2000년 팔레르모 의정서 의거해 미국 국무부도 인신매매 표현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라고 표현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제사회에서 인신매매의 정의와 범위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관심이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과 한국, 일본을 포함한 세계 159개국은 지난 2000년 '유엔 초국가적 조직범죄 방지협약'과 '협약을 보충하는 인신매매 특히 여성 및 아동의 인신매매·예방·억제·처벌을 위한 의정서(일명 팔레르모 의정서)를 채택하고 이를 제각기 국내 관련법에 반영하고 있다.
이 의정서는 인신매매의 정의를 '착취를 목적으로 위협, 무력행사, 강박, 납치 사기, 기만, 권력남용 등을 통해 사람을 모집, 운송, 이송, 은닉 또는 인수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착취는 매춘이나 성적 착취, 강제노동, 노예제나 노예제와 유사한 관행, 장기 제거 등이 포함된다고 못박고 있다.
또 인신매매의 주체를 국가와 단체, 개인을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부 국가에서는 국가기관 또는 공무원에 의한 인신매매(official participation in trafficking)가 있다고 지적하고 공무원의 인신매매 가담을 방지하기 위한 국가의 조치를 포함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일제가 2차대전 당시 무고한 여성들을 강제동원해 성노예로 삼은 행위는 팔레르모 의정서가 규정하는 인신매매 행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이 의정서를 근거로 국내 관련법에 인신매매의 정의와 주체를 규정하고 있으며 대외정책을 담당하는 미국 국무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식으로 '인신매매'의 일종이라는 표현을 써왔다.
아베 총리가 지난달 말 워싱턴 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를 '인신매매'라고 표현한데 대해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비롯한 정부 당국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그러나 이는 인신매매 용어에 대한 우리 사회의 통념과는 분명한 거리가 있다. 형법 등 한국의 관련법과 판례는 인신매매를 개인이 상업적 목적으로 착취하거나 약취, 유인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인신매매라고 규정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아베 총리가 영어와 한국어·일본어 간의 용어 해석 차이를 이용해 위안부 강제동원 책임을 회피하면서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human trafficking'이라는 교묘한 꼼수를 쓴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국이 국내 통념 만을 바탕으로 이를 미국 정부가 일본을 압박해줄 것을 촉구하는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스스로 가입한 국제의정서가 인신매매의 정의에 강제동원 행위가 포함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있는 만큼 이를 근거로 일본이 보다 명확히 인신매매의 주체와 목적을 적시하도록 미국이 역할에 나서줄 것을 호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을 상대로 한국이 희망하는 표현만을 써달라고 고집하는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국제사회의 기준을 바탕으로 보다 현명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미 국무부가 7일 위안부 정의에 대한 연합뉴스의 논평 요청에 대해 "성(性)을 목적으로 한 일본군의 여성 인신매매로서 끔찍하고 극악한 인권 침해"(the trafficking of women for sexual purposes by the Japanese military during World War II was a terrible, egregious violation of human rights)"라고 표현한 것은 일본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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