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투자자들 상경투자 활기…성북·성동구 등 타깃

전세가율 높은 지역 공략…"소액 투자금으로 매입 후 전셋값 올려"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4-02 06:17:01

△ 서울 성북구 돈암동 아파트 전경

지방 투자자들 상경투자 활기…성북·성동구 등 타깃

전세가율 높은 지역 공략…"소액 투자금으로 매입 후 전셋값 올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정성호 기자 = "작년 겨울부터 대구 등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최근 나온 (아파트) 매물들은 거의 다 쓸었다. 그런 다음 전세가를 올려서 내놓더라."

서울 성북구의 A 공인중개사 대표는 2일 이같이 말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구 등을 중심으로 한 지방의 서울 아파트 '원정 투자', '상경 투자'가 활기를 띠고 있다.

특징은 투자 대상이 강남3구의 고가 또는 재건축 아파트가 아니라 서울 성북·성동구 등 전셋값이 비싼 지역의 중소형 아파트라는 점이다.

'온나라부동산정보 통합포털'(www.onnara.go.kr)에 따르면 올 1∼2월 서울이 아닌 곳에 사는 사람들이 사들인 서울의 아파트는 1월 1천513건, 2월 1천86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1월의 1천692건, 2월의 1천896건에 비해 소폭 감소한 것이다.

서울 외 거주자가 서울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은 지방에서 서울로 이주하는 실수요자나 서울 아파트를 사두려는 투자 수요로 보인다.

흥미로운 대목은 서초·강남·송파 등 이른바 강남3구에서의 거래는 줄어든 가운데 나머지 지역의 거래는 늘었다는 점이다.

올 1월 지방 거주자가 매입한 서초·강남·송파의 아파트는 312건, 2월엔 311건으로 각각 작년 1월의 595건, 2월의 455건보다 감소했다.

반면 이들 3개 구를 제외한 지역의 거래 건수는 작년 1월 1천97건에서 올해 1월 1천201건, 작년 2월 1천441건에서 올해 2월 1천553건으로 모두 증가했다.

특히 성북구·성동구·노원구·마포구·강서구 등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거래가 눈에 띄게 늘었다.

3월 기준 전세가율이 75%로 서울에서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성북구의 경우 작년 1·2월 지방 거주자에게 팔린 아파트가 65건씩이었으나 올해는 1월에 74건, 2월에는 123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또 전세가율이 73%인 성동구도 작년 1월 54건, 2월 68건이던 거래량이 올해 1월 94건, 2월 80건으로 늘었다.

전세가율 70%인 노원구는 작년 1·2월 모두 94건에서 올해 1월 105건, 2월 182건으로 증가했고 역시 전세가율이 70%인 강서구도 같은 기간 65건, 77건에서 91건, 157건으로 늘었다.

전세가율 70%인 마포구의 거래 건수도 작년 1월 42건, 2월 72건에서 올해 1월 53건, 2월 115건으로 올라갔다.

이들 지역은 전체 아파트 거래 건수 중 지방 거주자에 의한 거래 비중도 높다. 성동구의 경우 이 비율이 1월 23.6%, 2월 20.4%였고 성북구는 1월 18.9%, 2월 21.2%였다.

실제 부동산 중개사무소들에 따르면 지난 겨울부터 이 같은 지방 거주자의 서울 원정 투자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A 공인중개사의 대표는 "4천만∼5천만원 정도를 들고 와서 집 한 채를 산 뒤 전세금을 올려서 다시 내놓더라"며 "주로 20평대 아파트를 매입하고 돈이 좀 더 있는 사람들이 30평대를 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월곡동에서는 한 사람이 20평대 작은 물건 5채를 샀다고도 한다"며 "실수요자 중심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투기 수요가 가세하면서 전셋값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잠실 주공아파트 5단지를 거래하는 중개업소의 경우도 최근 들어 지방에 거주하는 60∼70대의 문의 전화가 줄을 이었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초 112㎡ 2가구가 각각 대구에 거주하는 60대와 70대 투자자들에게 팔리는 등 지방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잠실동 잠실박사공인 박준 대표는 "주로 대구·부산·마산 등 지난해부터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의 은퇴자 분들이 매수 문의 상담을 많이 해온다"며 "연초에는 하루 10여통이 지방에서 걸려왔다면 금리 인하 발표 직후에는 30여통까지 늘었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에는 최근 전세버스까지 동원해 서울 '부동산 쇼핑'에 나서는 지방 투자자들이 생겨났다는 소문도 있다.

이처럼 지방의 투자 수요가 늘어난 것은 최근 몇 년 새 대구·경북 등 지방의 집값이 많이 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분양권 전매 차익으로 재미를 본 사람들이 수도권의 아파트로 상경 투자에 나선 것이다.

지방의 집값 상승이 동력원이 돼 서울이 부동산 거래를 늘리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평균 7.74%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또 지난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로 대출 여건이 좋아진 것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준 대표는 "현금 5억∼6억원 정도만 있어도 전세 3억∼4억원, 대출 2억∼3억원을 끼고 매입이 가능하다"며 "재건축 호재가 있어 가격 상승 가능성이 크고 정부의 규제 완화로 최소한 집값이 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원정 투자에 나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투자 수요가 전셋값 상승을 가속화시키며 전세난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지렛대 효과(레버리지 효과)를 활용한 부동산 투자는 매매가격이나 전세가격 하락 때 위험해질 수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의 주택을 지역 거주민이 매입하는 최근의 거래 동향은 중소형 저가 주택을 노리는 소액 투자자들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자기 돈을 안 들이고 투자를 하는 레버리지 전략인데 집값 하락이나 전셋값 하락 때는 낭패를 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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