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언론, 일본 극우 질주 속 재일 조선학교 쇠락상 소개
혐한 분위기 전하며 조선학교가 겪는 어려움 상세히 보도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3-31 18:18:13
독일 언론, 일본 극우 질주 속 재일 조선학교 쇠락상 소개
혐한 분위기 전하며 조선학교가 겪는 어려움 상세히 보도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일본 정부의 극우 질주와 혐한 정서에 맞물린 재일 조선학교의 쇠락상을 독일 언론이 조명했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30일(현지시간) '평양으로 떠나는 수학여행'이라는 제목 아래 6단짜리 장문의 기사를 실었다.
이에 따르면 일본 내 70곳에 이르는 조선학교 주변의 혐한 분위기 탓에 학생들은 학교 밖으로 나설 땐 교복인 치마저고리를 사복으로 갈아입는다.
김우기 재일본조선인인권협회 사무국원은 "학생들을 심지어 폭행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한다. 학교 앞에서 메가폰을 들고 "한국인은 모두 죽여버려라"라고 외치는 일본 극우단체도 있다.
특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2013년 2월 일본 정부는 조선학교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중단키로 했다.
가나가와(神奈川) 조선학교 교장은 "교사 임금을 두 달째 주지 못했다"고 했다. 교재비 부담을 학부모들이 지게 된 경우도 있다.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일본 문부과학상은 조선학교가 정치집단의 부적절한 통제아래 있기 때문이라고 중단 배경을 말했다. 1945년 이후 조선학교 설립을 지원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조선학교가 북한 정권의 사상을 학생들에게 주입시킨다는 주장에 김우기 사무국원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한다. 교과 과정이 일본 학교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어로 수업하고 한국 역사와 풍습을 배우는 것만 다르다고 한다.
물론 많은 교실에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가 걸려있고 평양행 수학여행이 일상 중 하나이긴 하다. 북한 지도자 초상화가 걸린 이유는 힘든 시기에 학교를 지원한 북한 정권에 대한 사의 표시라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조선학교가 북한을 선전한다는 데 대해선, 북한이 일본인들을 납치한 사실도 가르친다고 학교 측은 반론한다. 일본에 파견할 간첩들에게 일본어와 관습을 가르칠 목적으로 1970-80년대 피랍된 일본인들을 의미한다.
일본인 대부분이 오히려 수십만 한국인들이 강제노역자로 일본에 끌려와 지금까지 살게 된 사실도 모르는 등 역사의 진실을 배우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아베 정권이 들어선 후 일본의 전쟁 만행에 대한 문구들이 역사교과서에서 삭제됐다. 강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국제 역사학계에서도 자명해진 사실이지만 아베 정권 출범 이후 발효된 새로운 법은 이런 진실을 거부한다.
이런 변화된 분위기는 조선학교 학생들이 제일 먼저 실감한다. 공포에 질려 악몽을 꾸거나 이불에 오줌을 싸는 학생들까지 있어 부모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미 다른 이유로도 쇠락하던 조선학교들은 국가주의의 위협과 학교 보조금 중단으로 몰락이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해외로 이주하는 한국인들은 북한보다 민주국가인 남한에 유대감을 더 느낀다. 또 공식 인가된 국제학교 형태로 일본에 별도로 한국인 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한국인과 일본인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은 일본 학교에 다닌다.
1950∼60년대 조선학교 학생 수는 4만여명이었지만 지금은 8천명 가량이며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아직도 조선학교를 졸업했거나, 조선학교와 연관 맺은 재일 교포는 15만여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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