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씀이 줄이는 '유커'…백화점 1인당 구매액 38%↓
명품보다 소액 화장품 구매..업계, 대책 부심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3-31 06:00:06
△ /명품보다 소액 화장품 등에 집중…업계 中은행 제휴마케팅 등 대책 부심/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백화점 업계가 최근 몇 년째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특수'를 누리고 있지만, 유커 한 명이 국내 백화점에서 쓰는 돈은 갈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아진 유커 연령대와 환율 등의 영향으로 과거 명품류에 집착하던 중국인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화장품·패션 상품을 주로 장바구니에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 2월 15일 춘제를 앞두고 롯데백화점 본점이 내놓은 중국인 대상 기획 상품들.
씀씀이 줄이는 '유커'…백화점 1인당 구매액 38%↓
명품보다 소액 화장품 구매..업계, 대책 부심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최근 몇년째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로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은 계속 늘고 있지만 이들의 씀씀이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아진 연령대와 환율의 영향으로 과거 명품류에 집착하던 유커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화장품·패션 상품을 주로 장바구니에 담으면서 이들의 국내 백화점 1인당 구매액은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백화점들은 상대적으로 재력을 갖춘 유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중국 은행들과의 공동 마케팅을 추진하는 등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 유커 1인당 구매액, 90만원→56만원
31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춘제 기간(2월 18~22일) 서울 소공동 본점의 유커 비중(매출 기준)은 26%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가장 유커들이 붐비는 매장답게, 판매액의 4분의 1 이상이 중국인 지갑에서 나왔다는 얘기다.
이처럼 국내 소비 침체와 맞물려 유커의 영향력은 여전히 크지만 유커 개인의 씀씀이는 예전 같지 않은 게 사실이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 본점을 찾은 유커 1인당 객단가(구매액)는 약 56만원 정도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65만원)보다 14% 적을 뿐 아니라, 2013년(90만원)과 비교하면 무려 38%나 줄어든 것이다.
◇ 유커 중심, 중년→20~30대
백화점 업계는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 명품 고객 감소 ▲ 개별 여행객 증가 ▲ 중국내 반부패 사정 분위기 등을 꼽고 있다.
우선 엔화·유로화 가치 약세 때문에 상대적으로 국내에서 취급하는 해외 명품 가격의 메리트(잇점)가 다른 국가보다 줄었다.
여기에 한국을 찾는 유커 연령대의 중심이 명품을 선호하는 40~50대에서 저가 제품이라도 '유행'을 따르는 20~30대, 이른바 바링허우(80後·1980년 이후 출생 세대)로 옮겨가는 것도 요인의 하나다. 실제로 지난달 KDB대우증권이 중국 최대 인터넷 여행예약 사이트 씨트립(Ctrip·携程) 통계를 분석한 결과, 바링허우가 방한 중국 여행객 가운데 60%나 차지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애비뉴엘(명품관) 매장 직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작년보다 명품매장을 찾는 중국 고객 수가 10~20% 정도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처럼 명품에 대한 중국인 수요는 주춤한 반면, 중저가 국산 화장품·패션 브랜드는 유커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본점(영플라자 포함)에서 중국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산(구매 건수·은련카드 기준) 브랜드도 중저가 화장품·패션의류 등을 취급하는 '스타일난다'였다. 상대적으로 값이 비싼 패션잡화 브랜드 'MCM'(2012~2013년 1위)은 2위로 밀려났다.
더구나 중국인들이 점차 해외 여행에 익숙해지면서 단체 여행이 아닌 개별 여행 형태로 한국을 방문하는 추세도 백화점 업계로서는 달갑지 않다. 무리 지어 관광하지 않는 젊은 유커들은 그만큼 백화점보다는 홍대·가로수길(신사동) 등을 직접 찾아 물건을 구입하고 맛집을 체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시진핑 정부의 '부정부패 척결' 운동이 한국으로 향하는 중국 고위·부유층의 발목까지 잡고 있다.
◇ 중국 VIP 고객 타켓 마케팅
업계도 이 같은 중국인 구매액 감소 추세에 주목하고, '부자' 중국인을 잡기 위한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우선 올해 상반기 중 중국 4대 은행(중국·공상·건설·농업)과 연계한 마케팅을 펼치기 위해 현지 은행 관계자들과 계속 접촉하고 있다.
풍부한 할인·사은 혜택을 앞세워 이들 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종합금융서비스) 고객들이 롯데백화점을 찾도록 유도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또 4월부터 5월 노동절 연휴까지 약 50일동안 중국 최대 인터넷 여행사 씨트립(ctrip) 여행객들에게 사은행사 등을 알리는 장문메시지(LMS)도 보낼 예정이다.
노동절 기간 랴오닝(遼寧)성 TV 여행정보 프로그램을 통해 롯데백화점 본점을 집중 소개하고, 중국 파워블로거를 초청하는 '쇼핑 체험'행사도 지난해보다 크게 늘릴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중국 관광객의 객단가 감소분을 만회하려면 중국 현지 은행의 고객 데이터베이스(DB) 등을 활용해 상대적으로 부유한 중국인 고객들의 방문을 독려하고, 다양하고 지속적인 현지 홍보를 통해 일시적이 아니라 한국을 지속적으로 오가면서 쇼핑을 하도록 유도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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