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콴유 잃은 '슬픔의 바다'에 잠긴 싱가포르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3-24 11:57:39


리콴유 잃은 '슬픔의 바다'에 잠긴 싱가포르



(싱가포르=연합뉴스) 현경숙 특파원 = 건국의 아버지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의 타계를 애도하는 기간 이틀 째인 24일 싱가포르는 도시 전체가 깊은 슬픔의 바다에 잠긴 듯했다.

공항, 지하철, 버스터미널, 식당 등 공공 장소 곳곳에 설치된 TV에서는 리 전 총리를 추모하기 위한 특별 방송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시민들이 거리 여기저기에서 펼쳐 든 신문에는 그의 업적을 조망하는 기사들과 사진들로 넘쳐났다.

막 세상을 떠난 리 전 총리를 조금이라도 더 기억하려는 몸부림처럼 느껴졌다.

리 전 총리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꼽히는 창이 공항은 동남아시아에서 이용객이 가장 많은 공항임에도 이날은 여느 때보다 더 조용하고 공항 직원들도 말이 없어 숙연한 분위기였다.

스포츠 의류 회사에 근무하는 제임스 친(37.남)씨는 동남아 지역 마케팅 매니저여서 인근 국가 출장이 많다며, 출장을 마치고 귀국할 때마다 창이 공항에 도착하면 마음이 안정되는 것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후진적이고 낙후한 이웃 나라에서 업무를 보고 나서 현대적이고 효율적인 창이 공항에 도착하고, 공항을 빠져나와 잘 정비된 싱가포르 시내로 들어서면 그때부터 모든 게 잘 작동하고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에 안도감이 든다는 것이다.

그는 "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올 때마다 선진적이고 안정된 싱가포르를 건설한 리콴유에게 새삼 감사하게 된다"며 "그가 세상을 떠난 만큼 앞으로는 그런 생각이 더 강하게 들 것 같다"고 예견했다.

시내 곳곳에는 조기가 걸려 있었다. 게양대 중간 쯤에 걸린 붉은 색과 흰 색 바탕의 싱가포르 국기는 바람에 펄럭일 때마다 리 전 총리를 회상시키는 것 같았다.

미키 홍(27.여.회사원)씨는 "싱가포르인들은 변함없이 일상 생활을 계속하고 있지만 애도 기간이고, TV에서 애도 방송을 지속하고 있어서인지 모두의 마음 속에 리 전 총리가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홍씨는 "싱가포르는 사회 시스템이 매우 잘 갖춰져 있어 리 전 총리가 타계했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거나 달라질 것이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그러나 큰 별이 떨어지고 나니 우리가 예전처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정부는 리 전 총리 선거구인 탄종 파가르 지역 회관, 그가 지난달부터 머물렀던 싱가포르종합병원, 이스타나 대통령궁, 의사당, 각 지역 회관 등 곳곳에 국민을 위해 추모소를 설치했다.

23일 리 전 총리의 시신이 안치된 이스타나 궁 정문에는 24일 오전까지 수 만명이 다녀갔다.

한 관리인은 "어제부터 애도 글을 쓸 수 있도록 시민들에게 카드를 배부했는데 오늘 아침까지 2만 장 가까이 배부됐다"고 말했다.

리 전 총리가 지난 몇 주일 동안 입원했던 싱가포르종합병원 바깥에는 수 백 개의 꽃다발과 카드, 편지, 사진 등이 헌사돼 있었다.

메이 탄(73.주부)씨는 "리 전 총리가 입원해 있을 때부터 이곳에 와 그의 쾌유를 빌었는데 결국 돌아가셨다"며 "언제가는 돌아가시리라 알고 있었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너무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이들은 가난과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아 우리 노인들과는 감회가 다를 수 있을 것"이라며 "리콴유는 우리를 가난에서 구했을 뿐 아니라 싱가포르를 최고로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계와 말레이계 사이에 민족 갈등과 긴장이 높았던 1960년 대 젊은 시절을 보냈다며, 그때는 작은 싱가포르가 소수민족 분쟁, 군사정변, 전쟁 등이 빈발했던 동남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했다고 회고했다.

병원 관계자는 리 전 총리가 입원해 있을 때부터 그의 쾌유를 빌러 이곳에 오던 시민들이 그의 시신이 이스타나 궁으로 운구돼 간 지금도 계속 와서 그를 추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국민이 남기고 간 추모 편지, 카드, 꽃다발들을 당분간 그대로 뒀다가 애도 기간이 끝나면 정부 당국에 보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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