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성팬' 10년째…'오빠'를 경찰에 고소한 까닭은
"음반 제작에 쓰겠다"며 빌린 돈 수년간 갚지 않아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3-23 05:31:00
'열성팬' 10년째…'오빠'를 경찰에 고소한 까닭은
"음반 제작에 쓰겠다"며 빌린 돈 수년간 갚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희소병으로 고생하면서도 자신을 응원해 준 열성팬에 접근해 "음반을 낼 자금이 필요하다"며 돈을 빌리고는 갚지 않은 가수가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23일 서울 강서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따금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밀던 가수 A(41)씨의 팬 B(35·여)씨는 A씨가 총 400만원을 빌렸지만 갚지 않았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최근 경찰에 냈다.
고소장에 따르면 두 사람의 인연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씨는 당시 TV에서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하고 어렵게 생활하던 A씨의 사연을 접하고 나서 그의 팬이 됐다.
B씨는 A씨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개설해 그의 노래를 올리며 'A씨 알리미'를 자처했고 결혼식에 축가를 부탁하기도 했다.
희소병을 앓으며 힘겹게 투병생활을 해 온 B씨에게 A씨의 음악은 큰 위로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2011년 A씨가 B씨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 왔다. A씨는 "생활고에 지쳤다. 주위에 친구도 없고 말할 사람도 없어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고민을 나누던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친밀해졌다.
당시 두 사람의 주요 화제는 A씨가 준비하던 음반이었다. A씨는 음반에 들어갈 곡을 B씨에게 불러주기도 했고 노래 제목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상의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돈 이야기가 나왔다. A씨가 "음반을 발매하는 데 돈이 부족하니 300만원을 빌려달라"고 부탁한 것.
"매달 30만원 이상 갚겠다"는 말에 B씨는 주위에서 빌려 마련한 돈을 전달했고 내친김에 한 달 뒤에 100만원을 더 보냈다.
하지만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나도 음반 소식이 없자 B씨의 기대감은 배신감으로 바뀌었다.
2012년 5월 참다못한 B씨가 변제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A씨는 "빚을 갚을 돈이 없다. 이미 3천만원의 빚이 있는데 당시 빌린 돈도 음반에 쓴 것이 아니라 다른 빚을 갚는 데 썼다"고 털어놨다.
A씨는 "죽을 때까지 돈 받을 생각하지 마라", "돈 나올 구멍이 없으니 너도 그냥 포기하고 지내는 게 속 편할 거다"는 등의 말을 하며 되레 B씨의 속만 긁었다.
결국 B씨는 팬이 된 지 10년이 된 지난 1월 A씨를 고소하려고 경찰서를 찾았다.
A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시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음반을 제작하려 했지만 누적된 빚이 있어 잘 안 됐다"며 "언젠가는 돈을 갚을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때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적도 있었지만 경제적 도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매니저에게 사기를 당하기도 해 생활이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경찰은 이번 주 내로 A씨에 대한 고소 사건 조사를 마무리 지은 뒤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