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규모 하수처리수 재이용' 포항을 가다

하수 고도정화 하루 10만t 철강산단 공급…가뭄에 공업용수 걱정 '뚝'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3-22 12:00:08


'세계 최대규모 하수처리수 재이용' 포항을 가다

하수 고도정화 하루 10만t 철강산단 공급…가뭄에 공업용수 걱정 '뚝'



(포항=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여기서부터는 귀마개를 착용해주십시오"

커다란 철문을 통과하려 하자 안내자가 귀마개를 건넨다. 도대체 얼마나 시끄럽길래…. 귀마개를 손에 쥐고 그냥 철문 건너로 한 발을 내디뎠다. '웅∼'하는 굉음이 귓가를 때렸다. 소리를 내지르지 않으면 바로 옆 사람의 얘기조차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다. 이내 후회하고 귀마개로 귀를 꼭 닫았다.

경북 포항시 남구 상도동에 자리 잡은 세계 최대 규모의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

말 그대로 생활하수를 특수 정수 과정을 거쳐 공업용수로 재활용하는 곳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생활하수를 일반 하수처리시설에서 정화한 뒤 바로 그 물을 이곳으로 끌어들여 고도의 정수 과정을 한 번 더 거쳐 공업용수로 만든다.

이 시설이 없었을 땐 여느 지역처럼 하수처리시설을 거친 생활하수를 그대로 형산강에 흘려보냈다. 하수처리과정을 거쳤지만 오염도가 상당한 물을 방류한 셈이다.

일반 하수처리시설을 거친 물은 조경과 농업, 청소, 하천유지 등에만 사용한다. 공업용수라는 고급수로 쓰려면 더 깨끗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 왜 유독 포항에 이런 대규모 시설을 만들었을까.

포항에는 포스코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해 대형 철강업체들이 줄줄이 들어서 있다. 철강 업체는 냉각수로 쓰기 위한 양질의 공업용수 확보가 필수다.

그런데 포항 일대는 자체적으로 수자원을 확보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인근 영천과 영덕의 댐으로부터 물을 끌어다 써왔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고 가뭄이면 가슴을 졸여가며 공장을 돌려야 했다.

그래서 민간투자사업(BTO) 형식으로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을 건설했다. 작년 8월 준공한 이 시설엔 국비 756억원, 지방비 84억원, 민자 560억원 등 총 1천400억원이 투입됐다. 지상 3층 지하 2층짜리로, 부지 1만 6천122㎡, 건축면적 2천282㎡이다.



인천에 하루 8천t의 공업용수를 생산하는 시설이 있지만 이곳과는 규모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포항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은 하루 13만 1천600t의 하수처리수를 끌어와 10만t을 생산한다. 그 물을 11.5㎞나 되는 관로로 철강업체에 공급한다.

현재 포스코에 하루 8만 2천t, 공단정수장 8천800t, 포스코강판 850t, 동국산업에 800t이 각각 공급된다. 먹는 물로 가정하면 하루 20만명을 책임질 양이다.

K워터와 함께 시설을 운영하는 포웰 관계자는 22일 "영덕 달산댐의 하루 공급량이 8만 7천t이니, 이 시설이 댐 하나와 맞먹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원수로 끌어올린 하수처리수는 전처리 분리막이라는 1차 필터 작업을 거쳐 각종 부유물을 제거한다. 이 물을 다시 역삼투 설비(R/O)를 거치게 해 물속에 녹아 있는 이온 등을 제거해 공업용수로 탄생시킨다. 이 역삼투 설비는 일종의 필터로 6천160개의 둥글고 긴 필터가 물 속의 각종 오염물질을 말끔히 없앤다.

이렇게 생산된 물은 생수처럼 깨끗해 보였다. 97.6에 달하던 생활하수의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하수처리시설을 거쳤을 때는 4.3으로 뚝 떨어졌다가 이곳 하수처리수 재이용 시설을 통과하면 0.1이란 경이적인 수치를 보였다. 화학적산소요구량(COD)도 마찬가지였다. 45.8에 달하던 생활하수가 하수처리시설을 통해 10.7로 감소했다가 이곳에서는 0.7로 급감했다.



다른 오염 지표도 마찬가지였다. 식수보다 깨끗하다는 농담이 오갔지만 이곳은 공업용수를 만드는 게 목적이라 냄새와 세균 등을 없애는 약품처리를 하지 않아 마실 수는 없다. 대신 공업용수로는 더할 나위 없는 '상품'(上品)이기에 이 용수를 공급받은 철강공장은 이 물의 냉각수 재활용률이 높다고 한다.

하수처리수의 절반 이상을 재처리수로 활용하니 형산강도 그만큼 깨끗해졌다.

이 시설은 현재 K워터와 포웰이 공동운영하고 있다. 규모는 크지만 14명 만으로 시설을 운용한다. BTO라서 20년 뒤에는 포항시에서 운영한다.

한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이런 시설을 각 지역마다 만들어 약품처리까지 해서 수돗물, 즉 식수로 공급할 순 없을까. 그러면 가뭄으로 물고생을 덜 하지 않을까.

포항 하수처리수 재처리시설 건설을 담당했던 롯데건설 이창상 소장은 "건축 및 운영 자금이 많이 들어 해당 지역에 대한 편익 부분 등 경제성을 따져야 하는 데 그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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