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5주년> ⑦"46용사와 유족 잊지 않아서 고마워요"
천안함유족협의회장 고(故) 박석원 상사 부친 박병규씨
"시간이 흘러도 아픔은 해결되지 않아"…시간 날 때마다 봉사활동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3-22 08:00:23
△ 심정 밝히는 고(故) 박석원 상사 부친 박병규씨
(아산=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북한의 천안함 어뢰 공격으로 아들(박석원 상사)을 잃은 박병규(59) 천안함46용사유족협의회장이 21일 충남 아산시 자택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담담하게 심정을 밝히고 있다. 2015.3.22
jkhan@yna.co.kr
⑦"46용사와 유족 잊지 않아서 고마워요"
천안함유족협의회장 고(故) 박석원 상사 부친 박병규씨
"시간이 흘러도 아픔은 해결되지 않아"…시간 날 때마다 봉사활동
(아산=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어느덧 5년이 흘렀다. 사람들은 '이제 좀 어떠냐'고 했다.
일부에서는 '시간이 약'이라는 말로 위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천안함 피격으로 자식을 차가운 바다에 묻은 부모는 "시간이 흐른다고 아픔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0년 3월 26일 천안함에 탑승했다가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백령도 앞바다에서 전사한 아들의 기일이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날 밤 고(故) 박석원 상사의 부친 박병규(59)씨는 집에서 쉬고 있다가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는데, 빨리 알아보라는 내용이었다.
눈앞이 깜깜해졌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탄 배였기 때문이다.
천안함은 아들이 태어나고 자란 천안과 같은 이름이어서 박씨는 아들이 탄 배의 이름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설마 하는 생각에 석원이 직속 상관에게 전화를 걸었죠. 열 번도 더 전화를 했어요. 그런데 전화를 받지 않더라고요. 그때 무슨 일이 생겼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급히 아내와 함께 충남 천안에서 평택까지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어떻게 차를 몰았는지, 무슨 정신으로 차를 몰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밤늦게 도착한 평택 해군 2함대 해군회관에는 뉴스를 보고 달려온 천안함 장병의 가족 30여명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뜬 눈으로 밤을 새운 박씨 부부는 다음날 새벽 해군 관계자로부터 A4 용지 1장을 받았다.
종이에는 실종자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종이 한 장으로 현장에 있던 가족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박씨는 "실종자 명단에서 석원이의 이름을 본 아내는 그 자리에서 실신했다. 나도 잔디밭을 뛰어다니며 엉엉 울었다. 우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씨 부부는 그렇게 하나뿐인 아들을 떠나보냈다.
그리고 5년이 흘렀다.
지난해에는 4년 동안 간직하고 있던 아들의 유품을 일부분 정리했다.
대신 서재 한쪽 벽에 아들의 사진을 걸었고, 책상 위에도 작은 사진을 올려놓았다.
"언제까지 석원이만 생각하며 슬프게 지낼 수 없어 아들의 유품을 정리했어요. 나라를 지키다가 목숨을 잃은 아들을 생각하면 담담하게 생활해야 하는데 봄만 되면 마음을 잡지 못합니다."
똑똑하고 효자였던 아들을 떠나보낸 그는 지금 두 아이를 입양해 키우고 있고 각종 봉사활동을 하며 지내고 있다.
또 지난해 7월부터 천안함46용사유족협의회장을 맡았다.
1년에 두 번씩 열리는 유족 모임을 주선하고, 전국 곳곳에 흩어져 사는 유족의 경조사를 챙기는 것도 박씨의 몫이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장애인 요양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아들을 비롯한 천안함 장병이 순직하기 전 봉사활동을 하던 곳이다.
박씨에게 3월은 누구보다 바쁜 달이다.
지난 18일에는 고(故) 심영빈·장진선 중사 흉상 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강원 동해에 다녀왔고, 21일에는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천안함 용사 5주기 추모 걷기대회'에도 참여했다.
22일에는 서울에서 열린 천안함 용사 5주기 추모 음악회에 참석하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박씨는 오는 26일 국립대전현충원을 다시 찾는다. 천안함 사건 5주년을 맞아 전사자 추모식이 열리기 때문이다.
다음 날에는 백령도 해상에서 열리는 해상 위령제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그는 특히 "사회 일부에서 천안함 폭침의 원인과 관련해 아직도 정부 발표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은데, 평택 2함대 사령부에 전시된 천안함 선체를 한 번이라도 본다면 다시는 그런 얘기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박씨는 "국민 모두가 천안함 유족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내줘 정말 감사하다"며 "46용사와 유족들을 잊지 않아 줘 어떻게 고마움을 표시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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