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갯불에 콩구워먹듯' 후보자연설도 없는 반장선거 논란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3-22 08:00:07

'번갯불에 콩구워먹듯' 후보자연설도 없는 반장선거 논란

의문 제기 학부모에 "학생 말 절반만 믿어라"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경기도 한 중학교에서 후보자 연설과 개표결과 공개 없이 학급 반장선거가 치러진 것으로 확인돼 교육청이 조사에 나섰다.

해당 학교 교감이 선거과정에 의문을 가진 학부모에 대해 "자녀의 말은 절반만 믿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키웠다.

22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A중학교 1학년 6반에서 학급반장 선거가 진행됐다.

7명이 입후보했으나, 자기소개와 공약을 발표하는 후보자 연설은 없었다. 후보별 기호조차 부여되지 않았다.

개학한 지 2주가 지나 학생들끼리 서로 성향을 파악하고 있었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제한된 시간 때문에 불필요한 절차를 생략한 것도 한 이유였다.

득표결과도 공개되지 않았다. 선거 시작 직전 한 후보학생이 "결과가 공개되면 꼴찌가 창피할 수 있다"는 건의를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대신 선거의 공정성을 고려해 개표는 학생이 하고 득표수 합산만 담임교사가 해 최다득표자를 반장으로 발표한 것이다. 한마디로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선거가 치러진 셈.

후보로 나섰다가 당선하지 못한 자녀로부터 선거과정에 대해 전해 들은 한 학부모는 학교에 전화를 걸어 문의했고 설명을 들은 뒤 담임교사의 판단을 존중하기로 하고 더는 의혹을 제기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로부터 5일뒤 학교에서 열린 학부모총회에서 불거졌다.

학사일정과 학교생활 전반을 소개하던 교감이 "반장선거에서 떨어진 학생의 학부모가 자녀의 말만 듣고 학교에 항의했다"며 "학생들의 말은 절반만 믿고 나머지는 담임이나 학교에 사실을 확인하시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A중학교 학부모가 경기도교육청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자신을 A중학교 학부모라고 밝힌 게시자는 "학생들의 선거에서는 공정하게 경쟁하고 그 결과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기본인데 그렇게 진행되지 못한 게 안타깝다.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렇게 한 이유가 있으리라 믿었다"고 심경을 글로 남겼다.

이어 "그렇게 잊히는 듯싶었는데 학부모 총회에서 교감선생님이 학부모 항의사례를 이야기하면서 마치 제 아이가 반장선거에 떨어져서 거짓말을 한 것처럼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생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고 교육해야 할 교육자의 발언으로는 부적절하고 반장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학교에 항의하는 학부모로 매도한 발언도 철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교 측은 교육적 관점에서 이해해줄 것을 당부했다.

A중학교 교감은 "자녀가 집에 와 친구나 선생님에 대해 좋지 않은 말을 할때 곧바로 아이 앞에서 교사 등에 대해 좋지 않은 말을 하지 말고 우선 학교와 상의한 뒤 문제를 해결해 가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한 발언이었다"고 설명했다.

학생의 말과 학교 측의 설명을 충분히 들은 뒤 판단을 내려 학교와 학부모 간 오해가 없도록 하자는 뜻이다.

선거과정에 대해서는 "후보자 연설을 하지 않은 것은 해당 교사도 미숙함을 인정했다. 다만, 개표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교육적 차원에 따른 것이라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과 수원교육지원청은 자세한 경위를 조사한 뒤 적절한 지도조치를 할 방침이다.

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관계자는 "학교에서의 경험이 향후 사회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틈 학교 선거는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학생이 상처받을 것을 우려해 득표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대신 학생들에게 올바른 선거문화에 대해 충분히 사전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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