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츠재단, 화석연료 기업에 거액 투자…'이율배반' 비판
英 가디언 "기후변화 걱정하면서 관련 기업에 1조5천억원대 투자"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3-20 16:31:23
게이츠재단, 화석연료 기업에 거액 투자…'이율배반' 비판
英 가디언 "기후변화 걱정하면서 관련 기업에 1조5천억원대 투자"
(서울=연합뉴스) 김태한 기자 =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부부가 이끄는 자선단체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화석연료 관련 기업들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투자 행태는 그동안 이 재단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시급한 대응을 촉구해온 것에 배치되는 것이어서 이율배반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게이츠 재단의 세무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 재단이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를 일으킨 영국의 정유업체 BP를 비롯한 화석연료 기업에 14억 달러(약 1조5천722억원)의 자금을 투자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게이츠 재단이 투자한 대상 업체는 BP 외에 미국의 에너지 개발업체 아나다르코, 브라질의 철강회사 발레 등이라고 신문은 공개했다. 아나다르코는 최근 환경오염 처리 부담금으로 50억 달러를 부과받았으며, 발레는 환경단체 '퍼블릭아이'의 투표에서 환경 및 인권을 저해하는 기업으로 지목된 기업이다.
재단의 투자 대상에는 이 밖에도 광산업체 앵글로 아메리칸과 BHP 빌리턴, 글렌코어 엑스트라다를 비롯해 에너지 분야 글로벌기업 셸과 셰브런, 토탈 등이 포함됐다.
게이츠 재단은 430억 달러(약 48조원)의 기금을 보유한 세계 최대 자선단체로 , 이미 세계 보건 프로그램 등의 사업에 330억 달러(약 37조원)를 지원한 바 있다.
가디언은 게이츠 재단에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투자 철회를 요구하는 공개 청원운동을 시작했으며 이미 9만5천명의 지지자를 확보한 사실도 공개했다.
청원운동 진영은 재단에 대해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투자는 인류발전에 공헌해 재단의 활동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석유와 가스, 석탄을 더 찾아내 태우는 기업에 대한 투자 활동은 도덕적으로나 재정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환경론자들은 각국 정부가 내건 지구온난화 방지 목표를 달성하려면 화석연료 사용을 매장량 이하로 감축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영국 UCL 대학과 과학저널 랜싯은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기후변화가 21세기 최대의 건강보건 위협요인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게이츠 부부는 지난 1월 재단의 연례 서신에서 "기후변화의 장기적 위협이 대단히 심각해 전 세계가 당장 공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탄소 발생이 없는 저렴한 대체 에너지원 개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게이츠 재단은 모든 투자 결정은 별도의 기금 운용사인 애셋 트러스트가 담당하고 있다면서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다만 빌 게이츠 사무실의 대변인은 "기후변화 대응 운동가들의 열정을 존중한다"며 "기후변화 문제에는 다양한 견해가 있으며, 게이츠 재단 설립자는 이런 노력에 개인적으로 상당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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