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앞 대규모 폭력 시위로 정치적 요구 명분 퇴색
진보·좌파 연대 '블로큐파이'가 시위주도…폭력 사태에 비판 여론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3-19 19:40:49
ECB 앞 대규모 폭력 시위로 정치적 요구 명분 퇴색
진보·좌파 연대 '블로큐파이'가 시위주도…폭력 사태에 비판 여론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유럽중앙은행(ECB) 신청사 개관식이 열린 18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는 화염이 난무하는 거리시위로 전례 없는 긴장감이 돌았다.
그 중심에는 블로큐파이(Blockupy)가 있었다. 유럽 진보·좌파 세력이 이끄는 개방형 연대 단체인 이 조직은 지난 2012년부터 활동에 들어가 2013년 ECB 구청사 앞에서 텐트 농성을 벌여 주목받기도 했다.
'막는다'(block)와 '점령한다'(occupy)를 합성한 이름의 이 조직은 유럽 경제난 국가들의 실업 사태와 부채 위기가 탄생의 직접적 배경이라고 볼 수 있다.
자본주의 일반을 비판하는 마르크스주의 추종 그룹에서부터 긴축 재정에 반대하는 케인스 학설 신봉 그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본주의를 살인자라고 주장하거나 유럽연합(EU)과 ECB의 민주화를 요구하고 긴축 재정 반대를 앞세워 유럽 부국과 빈국의 격차 해소를 촉구한 이번 시위의 정치적 요구들이 이를 방증한다.
독일 현지와 영국, 프랑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오후 행진 등 블로큐파이 주도의 시위에 가세한 인원은 적게는 1만 5천 명, 많게는 2만 명을 헤아렸다.
프랑크푸르트 현지 경찰은 보기 드문 대규모 시위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시위가 격화하면서 이날 오전에 집중적으로 일어난 폭력 사태로 인해 이들의 정치적 요구는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다.
시위대는 이날 돌과 화염병을 던지면서, 살수차와 헬기까지 동원한 채 물대포와 최루가스로 저지에 나선 경찰과 크게 충돌했다.
경찰 당국은 19일 일부 중상자를 포함해 경찰관 150명 가량이 다쳤고, 시위 참여자 70명 안팎도 부상했다고 전했다. 또 폭력 혐의 등으로 입건한 이들은 26명이라고 밝혔다.
토마스 데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은 제 2공영 ZDF TV에 "폭력이 일어날 것을 일찌감치 알았다"며 집회 기획자들을 비판했다.
집권 대연정에 소수당 파트너로 참여 중인 사회민주당(SPD)의 토르슈텐 샤퍼 굼벨 헤센주 대표는 시위 지도부가 폭력 사태 유발을 경계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단정하며 유감을 표시했다.
독일 연방의회도 이번 폭력 사태를 문제 삼으며 19일 오후 의회 내에서 관련 토의의 장을 마련한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하지만 블로큐파이 대변인이자 독일 좌파당의 헤센주의회 의원인 울리히 빌켄은 폭력 행위는 계획된 것이 아니라며 충돌 과정에서 일어난 우발적 사태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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