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그리스 '인도적 위기 법안'에 경고…"합의 위반"
유로그룹 의장 '키프로스식 자본통제'도 시사…그리스 강력 반발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3-18 20:46:44
EU, 그리스 '인도적 위기 법안'에 경고…"합의 위반"
유로그룹 의장 '키프로스식 자본통제'도 시사…그리스 강력 반발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 그리스 채권단인 유럽연합(EU)이 구제금융 후속 협상에서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부를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시리자 정부의 이른바 '인도적 위기 법안' 추진을 합의안 위반이라고 경고했으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의 예룬 데이셀블룸 의장은 키프로스 구제금융에 적용한 자본통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리스 의회는 18일(현지시간) 빈곤선 이하의 가구에 전기요금을 면제하고 식량을 보조하는 등 인도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법안을 표결할 예정이다.
그리스는 또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의 체납금을 최대 100회에 걸쳐 나눠낼 수 있도록 한 법안의 표결은 19일에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EU 집행위의 그리스 담당인 데클런 코스텔로 국장은 전날 이 법안들의 표결은 지난달 20일 유로그룹 회의에서 그리스와 채권단이 합의한 구제금융 협상안에 어긋나는 "일방적 행동"이라며 중단을 촉구했다.
이는 영국 민영방송 채널4가 전날 코스텔로 국장이 그리스 측에 보낸 서한을 공개함에 따라 알려졌다.
코스텔로 국장은 이 서한에서 인도적 위기 법안 처리에 앞서 채권단과 협의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으며 종합적 개혁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스와 채권단은 지난달 20일 현행 구제금융 시한을 4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하면서 그리스가 개혁 정책을 마련하되 재정수지와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주는 조치를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스는 지난달 23일 탈세 방지와 부패 척결, 행정 부문 개혁, 인도적 위기 타개책 등의 개혁 정책안들을 EU 집행위 등 채권단에 제출했으며, 유로그룹은 지난 9일 회의에서 양측 실무진이 이 정책안들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EU 측은 인도적 위기 해결보다 긴축 정책에 무게를 두면서 압박해 실무진이 지난주부터 본격화한 기술적 협의는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 재무장관인 데이셀블룸 의장은 전날 네덜란드 방송에 출연해 그리스에 키프로스식 자본통제를 적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우리는 키프로스에서 급진적 조치들을 적용해야 했다. 은행들은 잠정적으로 폐쇄됐고 여러 조건을 달아 자본 유출을 제한했다"며 2013년 키프로스가 구제금융을 받을 때처럼 그리스도 여러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도 최근 독일 정부가 자본통제와 은행 예금자도 손실을 분담한 키프로스식 구제금융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가브리일 사켈라리디스 그리스 정부 대변인은 "이렇게 발언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그리스를 협박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그리스 ANA-MPA 통신은 정부 고위 관리들이 코스텔로 국장의 서한에도 분개했다고 전했다.
한 관리는 "지금 유럽에서 인도적 위기를 해결하려는 것을 '일방적 행동'으로 여긴다면 유럽의 가치는 어떻게 지킬 수 있을 것이냐"고 반문하고 빈곤층 지원 법안은 채권단과도 합의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실무차원의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재정 부족이 심해지자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정치적 차원에서 해결을 추진하고 있다.
치프라스 총리는 전날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 19일부터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 5명의 회동을 제안했다.
다만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는 EU 소식통을 인용해 20일 오전에 열릴 5자 회담에서 치프라스 총리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EU 소식통은 치프라스 총리의 목표가 ECB로부터 추가로 자금 지원을 받으려는 것이라면 소득이 없을 것이라며 이 주제는 실무단 회의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치프라스 총리는 메르켈 총리의 초청을 수용해 오는 23일 독일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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