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 경제회동'…총론 공감, 해법은 곳곳 인식차>
文 시작부터 준비한 원고 읽으며 "경제정책 실패" 돌직구
朴대통령 "선후배 두 분이 해달라"…떨리는 목소리로 "경제살리기 한맺혀"
金 "문재인 대통령 되면 도울테니 도와달라" 분위기 전환 시도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3-17 22:13:18
文 시작부터 준비한 원고 읽으며 "경제정책 실패" 돌직구
朴대통령 "선후배 두 분이 해달라"…떨리는 목소리로 "경제살리기 한맺혀"
金 "문재인 대통령 되면 도울테니 도와달라"분위기 전환 시도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김경희 박성민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17일 청와대 회동은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에서 시작했다.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103분간 대화를 나눈 뒤, 여야 대표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다시 2시간에 걸쳐 입장을 일일이 다시 정리할 정도로 주요 현안을 둘러싸고 입장이 엇갈린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공무원 연금개혁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 했고, 보건·의료분야를 제외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4월 임시국회에 처리키로 가닥잡는 등 '유의미한' 교감 내지 합의도 없지 않았다.
청와대와 여야는 모두 회동 직후 장시간에 걸쳐 진지하게 소통한 의미있는 자리였다는 평가를 내놓았다.서로의 차이와 다름을 알게 된 기회였다는 얘기이기도 했다.
◇朴대통령 덕담에 文 '경제실패' 직격탄 = 모두에서 박 대통령이 문 대표에게 취임 축하 인사를 건네면서 중동 순방 성과 설명과 함께 경제살리기를 위한 정부의 정책에 대한 협조를 당부할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김 대표의 양보로 먼저 마이크를 잡은 문 대표가 준비해온 원고를 읽으며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작심한 듯 날선 비판을 쏟아내자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지난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 정치적 명운을 걸고 맞붙은 박 대통령과 문 대표가 정식 회동하기는 2년3개월만이다.
박 대통령은 말문을 꺼내들며 문 대표에게 "취임하신 후 정식으로 뵙는 게 처음이다. 다시 한번 축하드린다"고 덕담을 건넨 뒤 "여야 대표를 한 자리에 모셔서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문 대표는 이에 "순방 중 청해부대를 방문하셨는데 장병들을 격려하고 껴안으시는 모습이 보기좋았다"며 "야당도 협조할게 있으면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화답'은 길지 않았다. 문 대표는 이어 "우리 경제가 매우 어렵다. 국민이 먹고 살기가 참 힘들다"며 현 경제상황을 '총체적 위기'로, 정부의 경제정책을 '실패'로 규정했다.
문 대표는 "경제민주화와 복지 공약은 파기됐다", "근본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가난한 월급쟁이의 유리지갑을 털어서는 안 된다", "결과적으로는 빈말이 됐다" 등 적극적인 공세를 취했다.
문 대표의 얼굴을 쳐다보며 발언을 듣던 박 대통령은 "실패", "파기" 등의 단어가 나오자 고개를 숙이고 메모를 하기도 했다.
회담 기류가 싸늘해지자 김 대표는 "오늘 회동에 국민께서 굉장히 큰 기대를 많이 갖고 있다"며 "오늘 회동이 서로를 잘 이해하는 좋은 만남이 돼서 상생 정치를 통한 경제위기 극복의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분위기 완화를 시도했다.
◇현안마다 입장차…朴대통령 "두분 동향이신데…" 협조 당부 = 100여분간 진행된 회담에서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문 대표가 모두에 제시한 4대 민생과제를 포함해 경제 현안을 놓고 세세하게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무원 연금 개혁 필요성에 대한 공감 등 일부 원칙적 합의가 이뤄지긴 했지만 대부분 사안에서 박 대통령·김 대표와 문 대표 사이에 인식차가 뚜렷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애초 이번 회담의 성사배경인 중동 순방 성과를 설명한 뒤 여야 대표들에게 공무원 연금 개혁을 비롯해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서비스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법이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며 협조를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두 분이 동향이고 학교 선후배라고 하시는데 소통이 잘 된다고 들었다"며 "두 분이 못하면 아무도 할 수 없다. 부탁말씀 드린다"며 경제관련법의 4월 국회 처리를 간곡히 요청했다고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통령이 이어 문 대표가 제기한 4대 민생과제에 대해 조목조목 입장을 밝혔고, 문 대표가 이에 "하나 하나 답 주셔서 감사하다"고 일단 되받으며 재차 자신의 주장을 펴는 형식으로 회담은 이어졌다고 한다.
전월세상한제와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인상 등 문 대표의 주요 제안에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난색을 표해 입장을 좁히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제 자체가 워낙 전방위에 걸친 데다 박 대통령과 문 대표의 입장이 대부분 엇갈렸다.
박 대통령은 회담 말미 "대통령으로서 경제를 한 번 살려보겠다는데 그것도 도와줄 수 없느냐"며 "국민을 위해 하고 싶은 것을 못하면 얼마나 한이 맺히겠느냐"고 떨리는 목소리로 야당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이례적으로 회담이 끝나고도 박 대통령이 퇴장한 후 두 대표가 자리에 남아 이병기 실장이 배석한 채 회담 결과를 정리했다. 회담 종료 후 별도로 2시간이 소요될 정도였다. 대화는 충실했지만 평행선을 달렸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문 대표가 여러가지 주장을 했다"며 "거기서 뜻을 같이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서로간 뜻이 달라, 그런 부분을 정리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제를 중심으로 대화가 오갔지만 지역편중 인사, 세월호 인양, 5·18 기념곡 등 다양한 주제가 두루 테이블에 오르기도 했다.
문 대표는 인사문제를 거론하며 "지역편중을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고 지적했고, 박 대통령이 이에 "앞으로 더 유념하겠다.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고 했는데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답했다.
문 대표는 또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불렀으면 좋겠다고 정부기념곡 지정을 요청하자, 박 대통령이 "또 다른 갈등이 있을 우려가 있어 안된다"고 난색을 표했고, 세월호 인양에 대해선 문 대표가 "인양 문제에 대해 정부가 의지를 표명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정례화를 놓고도 청와대는 다시 만나기로 했다는 정도의 입장이지만, 야당은 정례화에 합의했다고 밝혀 '애프터' 문제에서까지 시각차는 드러났다.
회담이 끝난 뒤 김 대표는 "인식을 함께한 소통의 자리였다"고 평했고, 문 대표는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도 있었고 많은 부분은 달랐다"며 "대통령의 생각을 알 수 있었던 게 성과"라고 말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이어진 이날 대화에서도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가벼운 덕담도 주고 받았다는 후문이다.
각종 현안에 대해 여야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자 김 대표가 "문재인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도와드릴테니 (이번에는 문 대표가) 도와달라"며 반전을 시도했다고한다.
또 문 대표가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특사 파견과 교황 방북을 요청하면서 "통일대박이 되면 경제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자, 박 대통령이 환하게 웃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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