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문호 세르반테스 유해 발굴 작업 막바지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3-17 10:58:29
스페인 문호 세르반테스 유해 발굴 작업 막바지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소설 '돈키호테'로 유명한 스페인의 대문호 미겔 데 세르반테스(1547-1616)의 유해를 발굴하는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발굴팀은 그의 유해가 묻힌 장소로 알려진 마드리드의 삼위일체(트리니티)탁발수녀원 지하를 뒤진 끝에 일그러진 왼팔 뼈과 총알에 손상된 가슴뼈, 치아 등을 수습했으며 이를 중요한 단서로 삼고 있다.
올해가 마침 '돈키호테'의 속편이 출판된 지 400주년을 맞이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발굴 작업은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세르반테스가 사망한 지 400년 만에 발굴 작업이 이뤄진 것은 마드리드시가 6만2천달러의 예산을 지원한 덕분이다.
그의 유해가 삼위일체 탁발수녀원의 지하에 묻혔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지만 정확한 장소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그 수녀원의 벽에는 그가 이곳에 잠들었음을 알리는 대리석판이 1870년에 제작돼 부착돼 있다.
스페인어 공식 사전을 만드는 왕립학술원은 근대소설의 비조로 불리는 세르반테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861년부터 해마다 이곳에서 장례식을 거행해왔다.
마드리드시가 지난해 4월 자금을 지원한 것은 역사학자 페르난도 데 프라도가 세르반테스의 유해가 수녀원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공식 발굴을 촉구한데 따른 것이다.
발굴팀을 지휘하는 루이스 아비알 연구원은 유해 수습에 왜 이토록 오랜 세월이 걸렸는지를 묻는 질문에 레알 마드리드의 스트라이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언급하면서 "호날두였다면 우리는 수녀원을 모조리 부쉈을 것"이라고 농담조로 말했다.
발굴팀은 근 1년 동안 전자 탐지기를이용해 수녀원 지하실의 구석구석과 틈새들을 면밀히 살펴본 뒤 몇군데를 특정하고 뼛조각을 추려냈다. 이 가운데서 세르반테스의 유해를 찾아내는 것이 남은 과제다.
이들은 유럽 가톨릭 국가들이 1571년 '신성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연대해 오스만 제국 해군과 싸운 레판토 해전에서 세르반테스가 부상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마드리드 시는 17일 이와 관련한 발표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발굴팀이 어느 정도의 진척을 거뒀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스페인에서는 내전 당시 숨진 국민시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유해를 수습하기 위해 노력이 수년간 진행된 적이 있으나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종료된 바 있다.
마드리드시는 영국의 스트래트퍼드 어폰 에이븐이 그곳 출신의 셰익스피어를 기념하는 행사로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을 지적하면서 발굴이 성공한다면 이 도시에 대단한 사건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12명의 수녀들이 거주하는 수녀원은 마드리드의 '바리오 데 라스 레트라스(문학구역)'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스페인 문학의 황금기라 일컫는 16세기와 17세기에 활동한 작가들이 살고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수녀원에 인접한 곳에는 세르반테스의 동상이 자리잡고 있다. 세르반테스로(路)에는 도로면에 황금색 글자로 세르반테스가 살았던 집터였다고 새겨진 표지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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