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야신 김성근과 원더스의 드라마 '파울볼'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3-17 10:01:21
야신 김성근과 원더스의 드라마 '파울볼'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여기는 버티는 것이 이기는 곳이야. 버틴다는 건 완생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 다 미생이야."(tvN 드라마 '미생' 대사 중)
지난해 사회문화적 현상으로까지 번졌던 '미생'에서 오상식 과장(이성민 분)이 장그래(임시완)에게 건넨 말이다.
바둑 용어인 미생(未生)은 살아있지도, 죽지도 않은 상태의 바둑알을 뜻한다.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 없지만 야구 용어인 파울볼(타자가 친 공이 파일 라인을 벗어나는 것)도 미생과 통하는 바가 있다.
파울볼은 "아직 아웃도 아니고 다른 어떤 것도 아니지만, 다시 칠 수 있는 기회이며 다음 준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기도 하다.
조정래·김보경 감독의 영화 '파울볼'은 짧은 역사를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진 우리나라 최초 독립야구단 고양원더스(2011~2014)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야신'으로 불리는 김성근 당시 고양원더스 감독과 20대 초반부터 많게는 사십 줄에 접어든 그의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창단 직후부터 고양원더스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은 카메라는 우리가 기사나 온라인으로 접했던 소식이나 정보 너머의 것들을 보여준다.
그 너머의 것들은 밥술을 뜨면서도 '잠자리 눈깔'을 한 채 선수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지옥의 펑고(fungo) 훈련은 물론이거니와 선수 자세를 바로잡겠다며 목 뒤에 빗자루를 매달아 주는 김 감독의 모습이다.
또 "나를 안 되게 하는 신이 있다면 한 번 끝까지 가보겠다"면서 의지를 불태우다가도 훈련의 괴로움에 "찍지 마세요"라고 손을 내젓는 선수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조 감독은 16일 왕십리 기자간담회에서 "영화에 나오지 않지만 몇천 배의 영상에 담긴 김 감독의 놀라운 이야기와 프로로 간 이들을 뒷받침한 선수들의 희생이 세상에 전달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야구 선수가 맞느냐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형편없었던 전력의 선수들이 담금질 끝에 새롭게 태어나는 모습은 여느 스포츠 영화가 그렇듯 그 자체로 드라마다.
특히 2012년 6월 고양원더스와 NC 다이노스의 3연전 마지막 경기 장면은 관객들의 자세를 고쳐 앉게 만든다.
영화는 촬영 도중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구단 해체라는 시련과 맞닥뜨리면서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김 감독과 선수들의 모습에 눈시울이 어쩔 수 없이 뜨거워진다.
"파울볼은 다음 준비를 할 기회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실수와 실패가 있고 너무 어렵고 극한 상황에 부닥치더라도 그것을 '파울볼'로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김성근 감독)
영화 메시지는 우리가 익히 잘 아는 것이지만 고양원더스의 드라마를 통해 우리에게 더 극적으로 전달된다.
영화는 창단 당시 거창한 기치를 내걸었던 구단과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고양원더스 유니폼을 걸친 채 웃는 박근혜, 문재인 당시 후보의 모습을 통해 구조적인 문제도 짚어보자고 제안한다.
차가운 승부사로 알려진 김 감독의 뜨거운 눈물뿐 아니라 은근한 유머 감각도 인상적이다.
감독 자리에서 물러난 적이 몇 번인지 확인하는 제작진의 말에 "한가한 사람들은 그걸 세고 있더라고, 남이 몇 번 잘렸나"라고 내뱉는 야신의 모습에서는 웃음이 절로 터진다.
야신을 통해 야구와 인생을 배웠고 마지막 날까지 고양원더스에 남았던 설재훈 선수는 영화 말미에 이렇게 말한다.
"버틸 때까지 버텨 보려고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깐요."
4월 2일 개봉. 전체 관람가. 8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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