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착취 NO' 새 삶 찾은 방글라 공장붕괴 피해자들
현지 사회적기업 '뷰티풀웍스'서 4월 에코백 출시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3-12 13:01:06
'노동착취 NO' 새 삶 찾은 방글라 공장붕괴 피해자들
현지 사회적기업 '뷰티풀웍스'서 4월 에코백 출시
(다카=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드르륵 드르륵." "쿵쿵쿵…"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인근 사바(SAVAR) 지역에 있는 봉제공장 '뷰티풀웍스'에는 분주한 재봉틀 소리와 못 박는 소리로 가득 찼다.
지난 5일(현지시간) 기자가 찾은 공장 안에서는 현지인 노동자 10명이 재봉틀을 돌리고 가위질하기에 바빴다.
한땀 한땀 이어간 박음질이 행여나 비뚤어질까 봐 재봉틀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열어 놓은 창문을 통해 환한 햇빛과 함께 바깥의 상쾌한 풀내음이 흘러들어와 다른 봉제공장과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뷰티풀웍스는 우리나라의 비영리 공익재단인 아름다운가게가 2013년 다카의 의류공장 '라나플라자' 붕괴 사고 피해자를 돕고자 세운 사회적 기업이다.
아름다운 가게는 2013년 4월 라나플라자 붕괴 직후 긴급구호부터 시작해 피해자들의 심리치료와 자활을 도왔다.
82㎡가량 되는 공장 내부는 재봉틀 11개가 전부인 작은 규모지만 공장 붕괴사고 피해자들에게는 새로운 삶의 터전이다. 아름다운가게는 그간 피해자와 가족 20명을 뽑아 봉제기술 등을 교육했다.
8살 때부터 봉제 보조일을 시작했다는 비티(19·여)양은 "뷰티풀웍스에서 일하면서 완전히 다른 삶을 얻었다"며 "실적 압박이 덜하고 근로자들과 작업반장 간 분위기도 친근하다"고 말했다.
오는 5월 출산 예정인 모니카(26·여)씨는 "출산 후 고향에 가서 3개월간 산후조리를 하려고 출산휴가를 받을 계획"이라며 "그동안 남편이 대신 와서 일할 수 있는지 공장 측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비티양과 모니카씨는 모두 라나플라자 봉제공장에서 일하다 붕괴 사고로 잔해에 깔려 다쳤다.
그 당시 베네통 등 글로벌 의류회사의 장시간 노동 착취와 저임금, 열악한 근무환경 등 추악한 이면이 드러나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우리나라 의류업체 중에는 라나플라자에 입주한 회사는 없었지만 많은 기업이 방글라데시에서 의류를 생산하고 있어 노동력 착취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반해 뷰티풀웍스는 점심시간 1시간을 포함해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일하고도 웬만한 직장 보수와 맞먹는 월 6천타카(약 8만 7천원)를 지급한다.
이날은 아름다운가게 디자인팀 김태은 간사가 진행하는 기술 워크숍이 한창이었다. 노동자들은 바닥에 둥글게 둘러앉아 김 간사의 말 한마디, 손짓 하라도 놓칠세라 집중했다. 김 간사는 샘플로 만든 가방의 안감과 손잡이 폭까지 꼼꼼히 점검하면서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 간사는 "뷰티풀웍스는 화장실 갈 시간조차 주지 않았던 라나플라자의 외국계 의류회사처럼 쉴새 없이 노동자들을 몰아세우지 않는다"며 "대신 근로의욕과 성취감을 북돋우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뷰티풀웍스에서 이들이 흘린 땀방울은 오는 4월 결실을 본다. 방글라데시 특산물 '주트'(황마의 일종)로 만든 에코백이 한국과 방글라데시에서 동시에 출시될 예정이다.
아름다운가게와 함께 일하는 현지 활동가 이몬 파이잘씨는 "노동자들이 배우고자 하는 열의와 의지가 뛰어나지만 아직은 기술적으로 충분치 않은 면이 있다"며 "완전한 자립을 위해서는 좀 더 전문적인 교육과 지속적인 심리치료가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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