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자동차시장, 루블화와 함께 '날개 없는 추락'

1∼2월 신차 판매 38% 감소…고급차 수요는 여전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3-12 09:56:17

△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야외 자동차 매장.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러시아 자동차시장, 루블화와 함께 '날개 없는 추락'

1∼2월 신차 판매 38% 감소…고급차 수요는 여전



(모스크바 AP=연합뉴스) 러시아 자동차 시장이 요즘 죽을 쑤고 있다.

루블화 폭락 사태로 판매가격이 치솟자 많은 승용차 모델의 수요가 거의 증발해버린 상태다.

올해 1-2월 러시아의 신차 판매 실적은 38%나 줄어들었으며 중저가 모델에 주력하는 포드의 경우, 78%나 떨어진 탓에 감산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역시 중저가 시장에 주력하는 제너럴 모터스(GM)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쉐보레의 2월 판매실적은 74%가 떨어졌고 오펠은 86%나 추락했다.

하지만 부유층이 신분 과시용으로 삼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렉서스 같은 고급 모델들은 거칠어지는 시장의 여건을 잘 견뎌내고 있다.

메르세데스와 BMW, 렉서스의 2월 판매실적은 모두 상승세였다. 아우디만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시장 전체의 하락폭보다는 작은 수준이었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메이저 딜러인 롤프의 여성 CEO 타티아나 루카베츠카야는 "러시아인들은 후루시초프 시대의 낡은 아파트 5층의 한 세대에 방 한 칸을 빌려 살더라도 아우디를 몰고 다닌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시장에서 고급차가 선전하고 있는 이유를 "모든 사람들이 내가 어떤 차를 모는지 주시하고 있지만 아무도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살펴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러시아의 신차 구매자들에게 최근 러시아의 경제상황은 이중의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루블화 폭락으로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자동차 가격은 오르고 있다. 러시아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마저도 상당부분 수입 부품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높은 금리가 아니면 신차 구입 자금을 대출하려 하지 않는다. 자동차 리서치 업체인 오토스타트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안드레이 톱툰은 "은행들이 대출을 승인한다 해도 금리는 20% 언저리"라고 말했다.

게다가 러시아의 자동차 판매 통계에는 허점이 있다. 톱툰은 벨라루스와 카자흐스탄의 기업인들이 루블화 약세를 틈타 자동차를 사들인 뒤 본국으로 가져간다면서 2월의 러시아내 자동차 판매실적은 절반 이상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러시아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미국과 유럽 자동차 회사들의 상당수는 지난 15년간 속속 러시아에 현지 공장을 세웠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이 성장하고 있었던 데다 과중한 수입 관세를 피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지 공장을 세운 외국 자동차 회사들은 요즘 과잉생산에 빠져있고 일부 회사들은 노사분규의 가능성에 직면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포드의 생산공장은 해고 위협과 노사 관계 악화가 분위기를 억누르고 있다고 노조위원장 이고르 템첸코는 전했다. 포드가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부분 조업체제로 전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템첸코 노조위원장은 이 공장 노동자들이 16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내주로 예정된 파업의 주된 요구는 일시 해고되는 노동자들에게 보상을 약속해달라는 것이다.

상당수의 노조 조직이 취약하고 정치인들의 압력 때문에 러시아에서 파업이 벌어지는 것은 이례적인 경우다.

포드는 감산과 판매가 인상을 통해 실적 악화로 인한 고통을 줄이려 하고 있지만 한국의 현대.기아차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가격 인상폭을 제한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두 회사는 최근 러시아 시장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하던 토종 브랜드 라다보다 더 많은 승용차를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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