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육간 시너지 기대해요" 父子가 키우는 '고전번역가 꿈'
고전번역교육원 함께 재학 중인 최해림·연욱 부자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3-11 06:35:01
"혈육간 시너지 기대해요" 父子가 키우는 '고전번역가 꿈'
고전번역교육원 함께 재학 중인 최해림·연욱 부자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부자(父子)가 함께 고전번역을 공부하면 저는 저대로, 아들은 아들대로 도움이 돼 혈육지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못다 이룬 꿈을 아들이 이뤄주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고전번역의 매력에 푹 빠졌다. 한국고전번역원 부설 고전번역교육원 연수과정 2학년에 재학 중인 최해림(48·행정자치부 사무관)씨, 최근 교육원 역대 최연소로 연수과정에 입학한 아들 연욱(19·명지대 사학과)씨가 그들이다.
이들 부자와 고전의 인연은 아버지 쪽에서 먼저 시작됐다. 고등학교 2학년인 1984년 한문 교사가 "뜻이 있으면 고전번역가가 돼보라. 북한은 벌써 조선왕조실록을 다 번역했다더라"며 던진 말이 마음에 내내 남았다고 한다.
9일 서울 은평구 신사동 고전번역교육원 본원에서 만난 최씨는 "그때부터 한문교육과에 진학하고 싶었다"며 "사정상 전공은 다른 쪽을 택했지만 그 선생님의 말씀이 마음에 계속 남아 고전을 꾸준히 읽고 관련 강좌도 수강했다"고 말했다.
고전과의 인연이 워낙 각별했는지 대학 때 만난 같은 학교 한문학과 여학생과 결혼까지 하게 됐다. '이 사람을 만나면 평생 한문공부도 같이하고 고전을 이야기하며 살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부인은 현재 한문교사로 재직 중이다.
본격적으로 고전번역 공부에 나선 것은 지난해다. 지방 발령이 나자 고전번역교육원 전주분원에 연수과정 1학년으로 입학했다. 1년 후 서울로 복귀하면서는 교육원 서울 본원 2학년으로 편입해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정부 지원으로 일본에서 교육받는 기회를 얻으면서 고전번역에 대해 한층 더 깊은 관심을 두게 됐다고 했다.
"외국인들은 우리가 그들 나라를 얼마나 잘 아느냐보다 우리가 우리를 얼마나 잘 아느냐에 관심이 많더군요. 예컨대 '너희 나라에는 후쿠자와 유키치에 필적하는 인물이 있나'라고 물어오는 식이죠. 우리 고전을 번역해 우리의 것을 아는 일은 좁게는 외국인과의 대화부터 넓게는 국익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일임을 느꼈습니다."
고전에 대한 아버지의 열정은 아들 연욱씨에게까지 이어졌다. 어릴 때부터 만화로 엮은 중국 고전을 읽고 이어 번역본까지 섭렵하던 아들은 지난해 사학과에 진학한 뒤 본격적인 고전번역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고 올해 교육원에 입학했다.
공무원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아버지도 그렇지만 대학생인 연욱씨 역시 낮에는 학교 공부를, 저녁에는 고전번역 수업을 병행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더구나 연욱씨는 뇌병변장애를 앓고 있어 글 쓰는 속도 등에서 남들과 차이가 난다.
"생각보다 할 게 많더라고요. 워낙 집중적으로 교육하는지라 체력적으로 좀 힘들기도 해요. 하지만 고전이 기본적으로 역사에 바탕을 둔 책들이라 학교 공부와 관련 있는 내용이어서 공부하다 보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 같습니다."
선배 한문학자들의 유려한 번역문을 읽다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는 연욱씨는 "연수과정 2년을 마치면 이어 전문과정까지 계속 공부하고 싶다"며 "대학 졸업 후 취업도 될 수 있으면 고전번역 분야를 택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아버지는 자신을 이어 고전번역 공부의 '후배'가 된 아들이 기특한 모양이다.
"고전 공부는 기본적으로 반복학습 성격이 강하잖아요. 계속 읽고 쓰다 보면 아이가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실천을 수반하는 학문이라는 점이 좋아 아이에게도 권했는데 스스로도 노력하고 있고요."
최씨는 "고전 역시 결국 상식이자 사람 사는 이야기인데 가까이 있는 우리의 상식을 내버려두고 남의 것만 찾아서는 안된다"며 "수많은 우리 고전을 누군가는 번역해야 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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