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양심의 시금석으로 떠오른 '스모그 다큐'…수억건 조회
중국정부의 '전면 접속차단' 조치에 '반발기류' 거세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3-09 11:18:05
△ 올해 1월15일 베이징(北京) 중심가 모습. 고층건물이 잿빛 스모그에 휩싸여 있다. 이날 베이징의 PM 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25㎍/㎥)의 20여 배인 540㎍/㎥ 을 기록했다. (연합뉴스DB)
중국양심의 시금석으로 떠오른 '스모그 다큐'…수억건 조회
중국정부의 '전면 접속차단' 조치에 '반발기류' 거세
(베이징=연합뉴스) 이준삼 특파원 = 중국 스모그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중국중앙(CC)TV 전 앵커 차이징(柴靜.39)의 스모그 다큐멘터리 '충딩즈샤'(穹頂之下·돔 지붕 아래서)가 중국사회의 뜨거운 화두로 급부상했다.
중국에서 이 다큐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기세다. 조회수가 이미 수억 건을 돌파했다. 물론 차이징이 경제성장의 그늘만 부각하고 스모그 위험성을 과장했다는 비난 여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런 와중에 중국당국이 이 다큐에 대한 접속을 전면 차단하면서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까지 고조되고 있어 관련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인터넷에 공개된 이 동영상은 10년 이상 CCTV에서 간판 프로그램 앵커로 활약하며 명성을 얻었던 차이징이 100만 위안(1억 7천500만 원)의 자비를 들여 제작한 것이다.
그가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데는 딸을 출산하는 과정에서 경험한 스모그와의 악연이 큰 역할을 했다.
지난 2013년 첫 딸을 출산하기 전 그는 의사로부터 딸에게 양성 종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딸은 태어난 직후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그는 스모그가 딸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확신했다.
이 다큐는 공개 첫날에만 200만 회에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일부 언론은 지난 주말(2월 28일∼3월1일)에 조회 수가 2억 회를 돌파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정부도 처음에는 이 다큐를 호평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으로부터 '스모그 퇴치' 특명을 받고 새 환경부장에 임명된 천지닝(陳吉寧) 전 칭화대 총장은 이 다큐를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 비교했다.
중국 관영언론들도 이 새로운 형식의 스모그 다큐와 이에 대한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너나 할 것 없이 대서특필했다.
이 동영상에 대한 반박 여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됐다. 이 다큐에서 비난 대상이 된 에너지기업 등이 반박성명을 냈고 일부 지식인은 기적적인 성장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부각했다고 비판했다.
차이징의 딸에게 악성종양이 생긴 것은 차이징이 '골초'였기 때문이라는 인신공격성 글도 올라왔다. 그러나 차이징 주변인사들은 그녀의 흡연 주장을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당국은 지난 6일을 전후해 중국 내 주요 동영상 사이트와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이 다큐와 관련 기사들을 일제히 삭제했다.
실제로 중국의 최대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百度)에서 '차이징'을 검색하면 그녀의 사진과 함께 '충딩지샤 조회수 1억건 돌파'(비터왕) 등의 기사가 표제어로 뜨지만, 이 기사들을 클릭하면 하나같이 '존재하지 않는 문서'라는 표시가 나온다. 동영상도 단편적인 편집 영상 빼고는 대부분 삭제됐다.
'스모그와의 전쟁'을 선포한 중국당국은 이 다큐에 대한 태도를 왜 180도 바꾼걸까.
우선 중국당국이 이 다큐가 예상보다 훨씬 큰 파급 효과를 내는 것에 당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언론들에 따르면 이 동영상은 아이를 키우는 주부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다큐를 본 시민들은 스모그의 위험성에 대해 더욱 불안감을느끼고 있다.
실제로 차이징은 이 다큐에서 중국내 최고의 환경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베이징에 사는 사람들이 마치 거대한 '스모그 실험실'에서 역사상 유례없는 인체실험을 당하고 있는 것과 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묘사하며 충격을 줬다.
상당수 누리꾼은 당국의 다큐 접속 차단에 분노를 터트리고 있다.
한 누리꾼은 "공기 중의 스모그보다 더욱 두려운 것은 정부내에 스며 있는 스모그"라고 비난했고, "스모그 영화도, 스모그를 논하는 것도, 스모그를 보는 것도 불법이다. 그러나 스모그를 만드어내는 건 완전히 합법"이라며 비꼬았다.
일부 언론은 차이징의 스모그 다큐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당국의 태도는 '중국의 양심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스모그 폐해를 고발하는 다큐 하나조차도 용납하지 않은 사회가 어떻게 시진핑 체제가 추구하는 '의법치국'(依法治國·법에 따른 통치)이 될 수 있겠느냐는 '통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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