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꿈 포기 못해요" 울산 방통고 입학식
'늦깎이 학생' 대부분…"일반고 학생보다 공부열의 높다"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3-08 09:34:00
△ 울산 학성고 부설 방통고 입학식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울산 학성고등학교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의 입학식이 8일 학성고 체육관에서 열렸다.
canto@yna.co.kr
"공부의 꿈 포기 못해요" 울산 방통고 입학식
'늦깎이 학생' 대부분…"일반고 학생보다 공부열의 높다"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적지 않은 나이지만 고등학교 졸업장은 저에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일흔을 바라보는 이 모 할아버지는 1960년대 중반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작스럽게 집안의 가장이 돼버렸다.
학교를 계속 다니고 싶었지만 어린 동생들이 넷이나 있어 결국 장롱 속에 며칠 입지도 못한 교복을 구겨 넣었다.
그 후 조선소 등에서 일하며 결혼하고 자식도 낳아 평범한 가정을 꾸렸다.
공부를 못다 한 것이 한으로 남아 자녀를 모두 대학원까지 보냈지만, 여전히 마음속이 꽉 채워지지는 않았다.
이 할아버지는 "남들은 70이 다 된 노인에게 고교 졸업장이 뭐 그렇게 중요하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는 졸업장을 꼭 갖고 싶다"며 "그래야 스스로 떳떳할 것 같다"고 말했다.
8일 열린 울산 학성고등학교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에는 이 할아버지를 포함해 공부의 꿈을 포기하지 못해 다시 도전한 신입생 108명이 입학했다.
학교에 다니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뒀다가 다시 공부를 시작한 10대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늦깎이 학생'이다.
40∼50대가 가장 많고 이 할아버지처럼 나이가 많은 신입생도 적지 않다. 부부나 모자가 함께 입학한 사례도 있고 장애인 학생도 있다.
방송통신고는 생업이 있거나 거동이 불편해 매일 등교할 수 없는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
학생들은 매월 2회만 일요일에 직접 등교하고 나머지는 인터넷 등을 통해 수업을 들으면 된다.
평일에는 일반고 학생들을, 일요일에는 방통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방통고 학생들이 일반고 학생들보다 공부 열의가 더 높다고 소개했다.
신해균 교사는 "수업 집중도는 일반고 학생들보다 훨씬 높다"며 "교사인 나와 나이가 비슷한 학생도 많지만 가르칠 맛이 난다"고 웃으며 말했다.
학생들끼리 사이도 좋아 등교하는 날에는 급식소에서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학성고 부설 방통고는 1987년 2월 첫 졸업생 227명을 배출한 이후 올해 2월 29회 졸업생까지 총 3천944명을 배출했다.
졸업 후에도 교사와 인연을 이어가는 졸업생들도 적지 않다.
대학으로 진학해 공부를 꿈을 계속 이어가는 졸업생들도 있다. 올해 총 45명의 졸업생이 4년제 대학, 전문대학, 방송통신대학 등에 입학했다.
학교 측은 "취업, 회사의 대우 향상, 사회적 자부심, 자기만족 등을 위해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으려는 나이 많은 학생들이 우리 사회에 여전히 많다"며 "묵묵히 공부하는 이들을 위해 사회가 응원의 박수를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