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미생' 아니에요" 만학도 꿈이룬 한복집 사장님

변황희씨 수시 학생부 전형으로 동국대 경영학부 입학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3-08 07:12:01


"이젠 '미생' 아니에요" 만학도 꿈이룬 한복집 사장님

변황희씨 수시 학생부 전형으로 동국대 경영학부 입학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오십 가까이 스스로를 '미생'(未生)이라고 여기며 살았습니다. 그런 자격지심에서 벗어나게 된 지금이 그저 너무 행복해요."

올해 동국대 '늦깎이 신입생'이 된 변황희(48.여)씨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대학 캠퍼스를 밟은 여느 소녀들과 다를 바 없이 들뜨고 설레는 모습이었다.

8일 동국대에 따르면 이 학교 수시 학생부 위주 전형을 통해 올해 경영학부에 입학한 변씨는 30년 경력의 한복집 사장님이다.

6남매 중 막내였던 그는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아버지를 여의었다. 가세가 급격히 기울어져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조금이나마 집에 보탬이 되고 싶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찾아간 곳은 서울 종로5가 광장시장에 늘어선 한복집이었다.

그곳에서 성실히 일을 배운 변씨는 27세의 나이에 번듯한 한복집 사장님이 됐지만 못다 이룬 배움의 꿈을 늘 한처럼 품고 살았다.

전통 복식을 공부하는 여대생들이 찾아와 한복 원단을 떼어갈 때면 부러움마저 느꼈다.



아들 둘을 다 키워 대학에 보내고 나니 배움에 대한 갈망이 더욱 커졌고, 결국 작년부터 본격적인 입시 준비에 들어갔다.

장사를 접을 수 없어 낮에는 일하고 퇴근 후 집에서 홀로 공부하는 주경야독 생활을 했다. 새벽이 다 돼 잠자리에 들려고 해도 넘기다 만 학습지의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 일어나 다시 책상에 앉기 일쑤였다.

변씨는 "대학에 가려면 스무 살의 태도로 스무 살처럼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 나이에 미쳤느냐', '그냥 파티나 다니면서 즐겨라'는 친구들의 만류도 소용없었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학교도 만학도의 꿈을 끌어안았다.

그는 "20대 아이들과 저를 섞어놨을 때 문제가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는데도 저를 이해하고 받아준 학교가 고맙다"면서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의 기분은 뭐라 표현할 수가 없다"며 웃었다.

남편과 아이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도전이다. 그래서 가족에게 느끼는 고마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변씨가 대학에 진학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평소 관심 있는 사회적 문제를 함께 고민할 동료를 찾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그는 "한복집을 운영하면서 결혼 과정에서 서로 가치관이 안 맞아 갈등을 겪는 가정을 자주 봤는데 이런 잘못된 결혼 문화를 어떻게 고칠 수 있을지 누군가와 진지하게 대화하고 토론하고 싶을 때가 많았다"며 "학교에 다니면 그럴 기회가 많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변씨는 입학하자마자 교내 동아리 '자몽'에 가입했다. 그가 제안한 아이디어에 따라 다음 주부터는 새내기 '동기'들과 함께 결혼문화를 연구하는 활동을 시작한다.

"힘들게 얻게 된 귀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 배울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학위도 더 따고 제 인생의 성공적인 이모작을 하는 것이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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