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 1년> 포성 대부분 멎었다
산발적 교전은 지속…국경 검문소 반군이 차지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3-06 08:41:43
△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도네츠크주 분리주의 세력이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국방부 대변인 에두아르트 바수린이 5일(현지시간) 도네츠크 시내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바수린은 "현재까진 대부분의 지역에서 휴전이 지켜지고 있지만 민스크 협정이 완전한 평화로 이어질 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2015.3.6 cjyou@yna.co.kr
포성 대부분 멎었다
산발적 교전은 지속…국경 검문소 반군이 차지
(도네츠크=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남부 국경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로 넘어가는 '마트베예프 쿠르간' 국경 검문소.
지난해 7월 도네츠크주에서 발생한 말레이시아 여객기 추락 사건 취재를 위해 국경을 넘은 지 8개월 만에 다시 찾은 검문소는 상당히 평온한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간 교전이 치열했던 당시 검문소를 뒤덮고 있던 팽팽한 긴장감은 크게 누그러져 있었다.
러시아 쪽과 우크라이나 쪽 양편에서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들과 차량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지난달 12일 체결된 민스크 휴전 협정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이 거의 멈춘 영향인 듯했다.
국경의 긴장감이 줄어든 또다른 이유는 우크라이나 쪽을 이미 우크라이나 정부가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분리주의 반군이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이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지난해만 해도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지키던 국경 검문소는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소속 군인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월경 수속도 이들이 직접 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도네츠크주 대부분 지역에서 반군에 밀려났기 때문이다.
국경에서 도네츠크주 주도 도네츠크시(市)로 이어지는 100여km의 도로에서도 긴장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도로 여기저기에 설치돼 있던 정부군과 반군 임시 검문소는 주요 지점을 제외하곤 대부분 사라졌고 남아있는 검문소는 모두 반군이 장악하고 있었다. 검문도 훨씬 느슨해졌다. 도로에서 쉽게 눈에 띄던 장갑차, 대포, 군용 트럭 등의 모습도 찾아보기 어렵다.
국경에서부터 도네츠크로 기자 일행을 태우고 온 현지인 택시 기사 알렉산드르는 "민스크 휴전협정으로 동부 대부분 지역에서 교전이 멈추면서 오랜만에 평온이 찾아왔다"면서 "협정의 또 다른 합의 사항인 중화기 철수도 상당 정도 이루어져 길거리를 달리던 군장비들이 거의 사라졌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아직도 도네츠크시 외곽 지역 등에서는 산발적 교전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외국의 경제 지원과 군사 지원을 받는 대로 다시 반군 진압에 나설 가능성이 커 긴장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등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 등 군사지원을 본격화하면 러시아가 이에 대응 조치를 취하고 나설 것이고 그러면 정부군과 반군 간 확전이 재개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국경에서 2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도네츠크 시내 중심가에도 교전의 흔적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도심 거리는 봄기운이 느껴지는 따사한 햇볕을 받아 밝게 빛나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 포탄이 날아들던 도시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도시는 정상적인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전기, 가스가 제대로 공급되고 있고 길거리의 상점들도 대부분 정상 영업을 하고 있으며 도로엔 차량들이 속도를 내고 있었다. 적어도 도네츠크 시내에서 만큼은 심각한 물자 부족 현상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시내에서 만난 또다른 택시 기사 예브게니는 "휴전 협정이 맺어지기 전 교전이 치열할 때는 시내로도 포탄이 날아 들었다"며 "하루에도 몇 명 씩 주민들이 포격으로 숨져 나갔다"고 긴장됐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도네츠크 외곽 지역이나 인근 소도시들은 교전의 피해가 훨씬 심해 지금도 부서진 가옥과 공공시설들이 그대로 남아있고 물자도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도네츠크인민공화국 국방부 브리핑룸이 차려진 현지 '도네츠크뉴스통신사'에서 만난 공화국 국방부 대변인 에두아르트 바수린은 "현재까진 대부분 지역에서 휴전이 지켜지고 있지만 민스크 협정이 완전한 평화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라며 "영구적 평화가 찾아오려면 키예프의 친서방 정권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스크 협정에서 동부 지역에 광범위한 자치권을 부여하기로 약속한 우크라이나 정부는 분리주의 공화국 정부를 아직 완전한 정치적 실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양측이 어렵사리 이룬 휴전이 평화 체제로 연결되길 기대하기가 아직 일러 보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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