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시장서 할인 아닌 '품질 차별화' 화두로
시행 100일 맞은 도서정가제 "이후 초점은 시장 활성화"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3-02 11:46:31
도서시장서 할인 아닌 '품질 차별화' 화두로
시행 100일 맞은 도서정가제 "이후 초점은 시장 활성화"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기자 = "무엇보다 할인이 아닌 품질로 경쟁하려는 분위기는 만들어졌다."
지난해 11월 도서정가제 전면 시행 이후 출판시장엔 큰 물줄기의 변화 움직임이 뚜렷이 가시화하지는 않아도 적지 않은 풍토 변화가 감지된다는 게 출판계 안팎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2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놓은 정가제 시행후 100일간의 모니터링 결과는 그같은 추세를 반영하는 한 단면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1일에서 지난달 2월 25일까지 100일간 단행본 분야 도서발간 현황을 분석한 결과, 평균 정가는 1만8천648원으로 전년 동기의 1만9천456원보다 4.2% 하락했다.
이는 평균도서 정가가 최고 수준이던 2012년 연말 동기와 비교할 때 6.7% 하락한 수준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신간도서의 최종 판매가격이 평균적으로 하락해 책값 거품이 빠지면서 도서가격의 안정화 조짐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확대 시행된 정가제는 원칙적으로 모든 도서에 대해 도서정가제 가격 규제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완전 도서정가제로 가기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고 출판계는 보고 있다.
신간의 경우 최대 19% 이내 할인에서 15% 이내 할인으로, 기존에는 할인 제한폭이 없던 출간 1년6개월이 지난 구간이나 학습참고서도 예외 없이 15% 이내 할인 규제에 포함시킨 게 새롭게 달라진 변화다.
고영수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은 "도서정가제를 앞두고 구간 밀어내기 경쟁 등 지나치게 시장이 교란된 측면도 있어 우려를 키웠다"며 "그러나 3개월이 지난 현재에는 상당히 안정화된 모습이어서 정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간 베스트셀러 목록의 상위를 차지해오던 실용서 대신 인문적 사상에 바탕을 둔 저술들이 선도 대열에 올라서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으로 꼽힌다.
알프레드 아들러 심리학에 대해 알기 쉽게 풀이한 일본 작가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인플루엔셜)나 광범위한 인문학 지식을 저자의 독특한 시각으로 엮어 풀어낸 '채사장'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한빛비즈) 등이 최근 한 달간 상위권에 포진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양질의 신간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는 추세"라며 "고속도로 휴게소 가판에나 깔릴 법한 저질의 책들도 할인판매 덕택에 주요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곤 했던 데 비하면 달라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도서정가제가 주요 서점 매출과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문체부에 따르면 한 대형 오프라인 서점의 경우 정가제 시행 후 지난 100일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5%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률은 소폭 상승했다.
문체부가 조사한 25개 주요 지역서점들의 경우 9개(36%) 서점은 매출이 증가한 반면 15개 서점(60%)은 매출 변화가 없었으며, 한 개 서점만이 매출 감소를 보였다.
한 대형서점 관계자는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최대 성수기인 이달 상황을 보아야 할 것"이라며 "편법 판매 등이 감소하면서 가격 경쟁보다 콘텐츠 질과 다양한 마케팅 전략 마련이 경쟁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서정가제가 오프라인 유통망 보호를 통해 독자들과 책이 만나는 접점을 확대하는 데 주요 목적이 있는 만큼 이후 정책 성공 관건은 출판사와 중소서점의 이익 증대와 시장 활성화 여부에 모아진다.
고영수 협회장은 "안정화를 넘어 시장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온라인, 오프라인 대형서점들이 주요한 수혜를 입는 만큼 출판사들에 대한 공급가 인상과 중소서점과의 상생을 위한 양보를 고려해야 하며, 정부도 도서구입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시장활성화 조치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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