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美메릴랜드 퍼스트레이디 "한인 목소리 높여야"

주정부에 '한국계 수혈' 숨은 역할…"남편에 바가지 긁었다"
"방한시 박대통령 꼭 예방하고 싶어…남편과 '국제시장' 보고싶다"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3-01 06:00:08

△ 美메릴랜드 퍼스트레이디 유미 호건 여사 인터뷰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 한국계 미국인으로서는 첫 주지사 '퍼스트레이디'가 된 유미 호건 여사가 28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 주도 애나폴리스 주지사 관저에서 연합뉴스·연합뉴스TV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오는 5월 말 한국을 찾는 호건 여사는 이 자리에서 "당파를 떠나 한인들이 선거 때 유권자 등록을 하고 투표장에 나가 '한 표'를 행사해야 한인사회 전체의 정치력이 신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5.3.1 rhd@yna.co.kr

美메릴랜드 퍼스트레이디 "한인 목소리 높여야"

주정부에 '한국계 수혈' 숨은 역할…"남편에 바가지 긁었다"

"방한시 박대통령 꼭 예방하고 싶어…남편과 '국제시장' 보고싶다"



(애나폴리스=연합뉴스) 노효동 장재순 특파원 = 한국계 미국인으로서는 첫 주지사 '퍼스트레이디'가 된 유미 호건 여사는 한마디로 '당찬 안주인'이다.

보이지 않게 남편을 뒷바라지 하는 '그림자 내조'에 치중하면서도 한인사회와 모국(母國)과 관련한 이야기만 나오면 당당히 목소리를 높인다.

28일(현지시간) 메릴랜드 주도 애나폴리스의 명물인 주지사 관저에서 만난 호건 여사는 전형적인 주부의 모습이었다.

단아한 외양에 다정다감한 성격을 지난 호건 여사는 연합뉴스·연합뉴스TV 취재진을 지하1층 조리실로 데려가고서 손수 담근 김치를 꺼내 보이며 소박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뒤에서 조용하게 남편을 내조하는 게 도리"라고 하는 호건 여사는 그러나 주정부 운영에 새로운 '한류'(韓流)의 바람을 일으키는 진원지가 되고 있다.

선거공약대로 주지사 관저에 김치냉장고를 가져다 놓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메릴랜드 주 첫 한인출신 장관으로 지미 리(한국명 이형모·소수계 행정부 장관)씨를 임명할 때는 남편에게 "왜 빨리 안뽑느냐"고 '바가지'를 긁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호건 주지사가 취임한 이후 상당수 한인이 주정부에 기용된 것은 바로 호건 여사의 숨은 내조 덕이었다.

물론 호건 여사가 퍼스트레이디로서 '한인 편중' 인사나 정책을 추진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오히려 한인사회와 관련한 예민한 얘기가 거론되면 "부인이 한국계라고 한인이슈만 챙기느냐는 소리 듣기가 겁난다"며 손사래를 쳤다.

다만, 호건 여사는 메릴랜드 경제와 지역사회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도 그에 상응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한인사회, 나아가 아시아계 인사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배려를 기울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스럼 없이 한인 유권자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공언한 것도 맥을 같이한다. 당파를 떠나 한인들이 선거 때 유권자 등록을 하고 투표장에 나가 '한 표'를 행사해야 한인사회 전체의 정치력이 신장될 수 있다는 게 호건 여사의 지론이다.

오는 5월 말 남편과 함께 한국을 찾을 예정인 호건 여사는 박근혜 대통령에 각별한 애정을 보이면서 "고(故) 육영수 여사와 너무 닮으셨다.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뵙고 싶다"고 말했다. 호건 여사는 그동안 바쁜 일정 때문에 보지 못했던 한국영화 흥행작 '국제시장'을 남편과 함께 조만간 관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메릴랜드뿐만 아니라 한인사회에서 주지사 내외분의 인기가 높은데.

▲공화당 소속인 남편이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에서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한인사회, 그리고 아시아계가 철저히 뭉쳤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계 대부분이 민주당인데도 정말로 많은 도움을 줬다. 남편이 '한국사위'라고 외친 것이 영향을 줬지만, 한국계 첫 퍼스트레이디 탄생에 대한 한인사회의 기대가 상당히 컸던 것으로 안다. 여기에 아시아계도 강한 공감대를 느꼈다.

--앞으로 퍼스트레이디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해나갈 생각인가.

▲(주지사 관저 거실에 내걸린 역대 주지사 부인의 초상화들을 가리키며) 지금까지는 전형적인 미국 여성들이 이 관저의 안주인이었다. 그러나 나는 기회가 허락되는 대로 한국식 풍습대로 공관 행사를 치르려고 한다. 취임하지 마자 김치냉장고를 관저에 들여놓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행사가 있을 때마다 김치를 직접 꺼내고 썰어서 식탁에 내놓을 것이다. 나는 뒤에서 조용하게 남편을 내조하고 남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관심을 기울이려고 한다. 예술계와 관련한 활동도 계속하고 (추상풍경화를 가르치는) 대학 강의도 놓지 않을 것이다. 싱글맘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호건 주지사 취임 이후 주 정부에 한인 상당수가 채용됐다고 하는데.

▲메릴랜드는 남·북한을 합쳐놓은 규모이고 다양한 인종과 계층들이 살아가고 있다. 나로서는 한인에만 결코 관심을 쏟을 수 없고 '어머니'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나도 속으로는 한국 사람이고 한국의 피가 흐른다. 주정부 장관 인선을 검토할 때 한국 사람을 챙겨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한국 사람이 주정부 장관을 지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주정부 인수인계팀이 여러 가지 검토를 했지만 나는 남편에게 '언제 한국사람을 장관 시켜줄것이냐'고 바가지를 긁었고 결국 성사됐다. 한국계 장관이 나온 것은 메릴랜드 주 역사의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올 상반기에 남편과 함께 한국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아는데.

▲주 의회 회기가 끝나는 대로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을 순방할 계획이다. 다른 나라는 하루 정도씩 머물지만, 한국은 친정이 있는 만큼 사흘간 체류할 예정이다. 경제협력이 가장 중요한 어젠다다. 조국에게 메릴랜드의 경제를 가져다주고, 메릴랜드에 조국의 경제를 가져오는 '상부상조'가 이뤄졌으면 한다. 특히 한국 국적기를 볼티모어 워싱턴 국제공항(BWI)에 취항하는 문제를 중점 협의할 것으로 안다. 한국을 방문하면 박근혜 대통령을 꼭예방하고싶다. 미국도 아직 여성대통령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과 같은 작은 나라에서 여성대통령이 나왔다는 것은 정말로 대단한 일이다. 특히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고 육영수 여사와 모습이 너무 닮으셨다. 대통령과 조국의 미래를 위해 늘 기도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노래로 불러왔다. 남북한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지 않고 잘 협력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현재 경상남도와 자매결연이 돼있는 것으로 아는데.

▲앞으로 한국 내 지방자치단체들과의 교류를 더욱 활성화시켜 나갈 것이다. 경상남도뿐만 아니라 가능하면 서울과도 자매결연을 하고 싶다.

--미국내 한인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보는가.

▲지난 1년간 주지사 선거캠페인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한인들의 정치참여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특히 1세대 한인들은 경제적으로는 자리를 잡았지만, 정치참여를 하지 않고 선거 때도 유권자 등록을 외면한다. 왜 시민권을 따놓고 표를 행사하지 않느냐. 여기는 1세대, 2세대, 3세대가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야 할 곳이다. 개인적으로 잘 사는 것만 신경 쓰거나 우리 아이들이 좋은 학교에 가는 데에만 관심을 둬서는 안 된다. 선거를 통해한인사회가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그러면 미국 정치에서 한인사회를 결코 무시하지 못한다. 또 그래야만 자라나는 세대가 한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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