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이 �지 "항상 같은 안경 쓰고 영화 만들고 있다"

제4회 마리끌레르영화제 참석차 내한…"인생의 80%는 영화 구상"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2-27 16:54:05


이와이 �지 "항상 같은 안경 쓰고 영화 만들고 있다"

제4회 마리끌레르영화제 참석차 내한…"인생의 80%는 영화 구상"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제가 다양한 장르를 만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항상 똑같은 안경을 쓰고 영화를 찾고 만들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러브레터'(1995)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이와이 �지(52·岩井俊二) 감독의 얘기다.

이와이 �지 감독이 27일 1박2일의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이와이 �지 특별전'이 마련된 제4회 마리끌레르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전날 개막한 이번 영화제에서는 그의 대표작 중 '릴리 슈슈의 모든 것'(2001), '하나와 앨리스'(2004), '뱀파이어'(2011)가 상영된다.

이중 '뱀파이어'는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이긴 했지만 국내에 일반 개봉되지는 않은 작품으로, 한 고교 교사가 자살 충동을 겪는 여성들을 죽음으로 유도한 뒤 그들의 피를 마시는 다소 염세적인 내용이다.



이와이 감독은 이날 오후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화에 대해 생각할 때 항상 제가 바라보는 세계가 가장 다채롭고 선명하게 보이는 순간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아주 화려한 순간이 아니고 사사롭고 아무것도 아닌 골목길이라도 가슴에 닿는 순간을 포착하려고 하죠. 어릴 때부터 그런 순간을 추구해왔어요.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그런 순간은 점점 없어지죠. 제 영화에 소년과 소녀 등이 많이 나오는 것도 그 시절로 돌아가서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에서입니다."

그는 "어른의 얘기가 독특하고 비틀린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우리가 잃어가는, 보지 못하는 것을 보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로 20년된 '러브레터'의 선풍적인 인기로 국내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일본 감독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만 정작 국내에 소개된 그의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다. '하나와 앨리스'와 '뱀파이어' 사이에도 7년의 시간이 흘렀다. 왜 이렇게 뜸할까.

"실제로 시나리오를 쓰면 세 편 중 한 편 정도가 영화화가 가능해집니다. 제작비 문제도 있어서 영화를 준비하다가 엎어진 적도 있죠. 개봉되는 영화를 보면 작품 활동이 느리다고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날마다 집필하고 영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이 감독은 "오리지널 원작으로만 만들기 때문에 영화로 안 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그래도 내 인생의 80%는 영화를 구상하고 얘기를 생각하는데 사용한다"고 말했다.

"지금 일본에서는 러브스토리도 투자 받기 힘든 상황이에요. TV 드라마도 미국의 영향을 받은 형사물만 많이 만들어지죠. 저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영화가 아니라 어떤 것이라도 단 5분짜리라도 만들 수만 있다면 여러 장소에서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해 왔던 그는 최근 신작으로 애니메이션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을 내놨다. 지난 21일 일본 현지에서 개봉한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이자 '하나와 앨리스'의 프리퀄(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에 해당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와이 감독은 "'하나와 앨리스'를 데리고 찍는 꿈과 애니메이션을 찍겠다는 꿈을 실현시킨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하나와 앨리스'는 아오이 유우(앨리스)와 스즈키 안(하나)인데 이번 작품은 그 이전의 얘기라 이들을 캐스팅해서 영화를 만들 수 없었죠.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프리퀄을 찍을 수 없고. 그래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목소리 출연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애니메이션도 만들어보고 싶었거든요."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인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台)시 출신인 그는 2011년 당시 한국을 찾은 자리에서 "(대지진 이후) 정말 어두워졌다. 더이상 이전처럼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실제로 '311: 이와이 �지와 친구들'이라는 다큐멘터리도 찍기도 했다.

그리고 4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반핵과 환경 등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이어지고 있을까.

"이 세상을 어떤 눈으로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죠. 제 나름대로 원전에 대한 생각은 있지만 찬성과 반대하는 여러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분들을 관찰하면서 깨닫는 점도 있어요. 결론적으로 무엇이 절대적으로 옳다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와이 감독은 "앞으로 기술은 계속 발전할텐데 그런 발전 속에서 환경에도 좋고 안전한 것을 추구하는 미래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지구와 기술, 인간이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생명에 좋은 기술이 없을지 많이 생각하고 작품에도 반영하려고 한다"면서 "제 표현 방식은 영화를 만드는 방법이니 앞으로 작품으로서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을 아꼈다.

이와이 감독은 이날 오후 CGV 청담씨네시티에서 '뱀파이어'를 관객과 함께 관람한 뒤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진 뒤 28일 출국한다.

한편 마리끌레르영화제는 다음 달 4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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