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에 중학교 가요"…만학도들의 초·중학교 졸업식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2-24 06:00:10
"일흔에 중학교 가요"…만학도들의 초·중학교 졸업식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내년에는 중학교도 간다. 고등학교도 대학교도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배워서 문해 교사 자격증도 따고 나처럼 공부 못한 사람들에게 가르쳐주는 봉사를 하고 싶은 게 내 인생 마지막 꿈이다."
5남매 중 셋째 딸로 태어난 홍양순(69)씨는 여자는 공부하면 남편 말 안 듣고 가정 불화를 일으킨다며 공부를 못하게 하는 아버지 때문에 학교는 꿈도 꾸지 못한 채 야학에서 겨우 글을 뗐다.
15년 전, 교회 여전도회에서 서기로 추천됐을 때도 글을 써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한사코 마다했지만, 투표로 당선되고서 집으로 돌아와 엉엉 울었다. 결국 서기 자리도 내놔야 했다.
그런 그가 성동문화원의 학력인정 문자해득교육 프로그램을 만나 초등학교 학력을 인정받고 중학교에 진학한다. 여전도회 서기도 맡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홍씨처럼 배움의 때를 놓쳤지만 남보다 조금 늦게 공부를 시작한 초등·중학 학력인정 문자해득교육 프로그램 이수자 498명이 24일 오후 3시 교육연수원 우면관에서 졸업식을 한다고 밝혔다.
서울교육청은 2011년 전국 시·도교육청 가운데 처음으로 '초등학력 문자해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해 2013년까지 1천299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지난해 31개 기관에서 공부한 489명이 이번에 졸업한다.
지난해 3월부터 중학학력 문자해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마포평생학습관 학생 9명도 이번에 처음으로 중학학력 인정 졸업장을 받게 된다.
초등학교와 지정교육기관에서 과정을 이수한 이번 졸업생들은 70대가 40.6%, 60대가 34.5%로, 50∼80세 장·노년층(97.5%)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최고령 졸업생은 윤신애(87)씨로 그는 졸업장뿐 아니라 학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학업 성취가 높은 우수학습자에게 수여되는 교육감 표창장을 졸업생 대표로 받는 영예도 안는다.
서울교육청은 앞으로 초등·중학문자해득교육 프로그램 운영기관을 작년 48개 기관에서 올해 64개 기관(초등 56곳, 중학 8곳)으로 확대해 설치·지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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