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2년 벽안의 수도자들이 본 서울 풍경
서울역사박물관, 베네딕도 상트 수도원 소장 사진 발간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2-16 11:15:04
1902년 벽안의 수도자들이 본 서울 풍경
서울역사박물관, 베네딕도 상트 수도원 소장 사진 발간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1902년 현재 서대문네거리에 들어선 한성부 관아. 바로 옆 전찻길은 숭례문에서 칠패길과 의주로를 거쳐 서대문 전차 종점으로 회기하는 순환선으로 1900년 7월 개통했으나 3년 뒤 폐선됐다.
짧은 시간 존재했던 그 철로를 푸른 눈의 수도자들은 놓치지 않았다.
1900년대 초반부터 1920년대 후반까지 동소문 일대 백동수도원에 머물렀던 독일 베네딕도회의 수도자들은 누구보다도 큰 애정을 갖고 한국의 언어, 예술, 역사에 관한 많은 자료를 수집했다.
독일 베네딕도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의 선교박물관은 노르베르토 베버 총 아빠스(수도원장)가 두 차례 한국 방문을 통해 남긴 자료를 비롯해 독일 최초의 한국학자 에카르트 등 여러 수도자가 남긴 많은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관장 강홍빈)은 이중 서울과 관련된 사진, 엽서, 학술논고를 모아 책자를 발간했다고 16일 밝혔다.
박물관은 베네딕도 수도원으로부터 5천579점의 사진을 디지털 파일로 제공받아 궁궐, 한양도성, 시가, 순종인산, 교량, 공원 등 주제로 분류했다.
남산에서 바라본 시가 사진에선 중앙의 명동성당, 성당 오른쪽의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건물, 왼쪽으로 사제관이 보인다. 또 사진 우측 상단에 종묘와 창덕궁이 보이며 화살표로 표기된 곳이 백동수도원이다.
청계천의 상류인 백운동천 물길에서 가장 위쪽에 해당하는 신교(종로구 신교동, 궁정동, 효자동의 교차지점)가 원형 그대로 드러난 모습도 처음 공개됐다.
이 사진을 통해 현재 청운초등학교 운동장에 남아 있는 난간석이 신교의 일부란 걸 알 수 있다.
혜화문의 내부를 촬영한 사진도 희귀한 것이다. 잡화점인 듯한 가게의 처마에 성밖으로 길을 나서는 나그네들을 위한 집신이 주렁주렁 달린 모습이 정겨움을 준다.
동시에 전깃줄과 석유 가로등, 인력거 같은 근대 문물의 흔적들로 미루어 이곳에도 시대 변화의 물결이 밀려들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외에 도성 안에서 시신을 내보내던 광희문 인근에서 바라본 신당리 공동묘지와 영도교의 모습, 문루 없이 홍예만 남은 숙정문의 옛 모습도 고스란히 담겼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처음으로 공개되거나 희소한 사진들이 다수 포함돼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고 당시 서울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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